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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 '결'이 다른 HMG DX 제네시스 레벨2 수료 후기[내용 길어요]

마이라이드 2023. 5.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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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이제 2일간의 4개의 프로그램 중 대망의 마지막이자 제일 기대했던 제네시스 레벨2만 남았다. 오전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오프로드 익스피리언스에 참가했고 11시 30분에 종료, 제네시스 시작은 12시이므로 아주 짧은 시간만이 남게 되었다.

아침에 사리곰탕을 하나 먹긴 했지만 레벨2의 교육시간은 3시간 10분으로 약간 긴 편이고 날씨도 약간 쌀쌀했기에 뭘 먹기로 한다. 2층 카페바이해비치에 들러 콰송, 소금빵 하나를 주문하고 따뜻한 커피로 허기를 달랜다.

아메리카노+콰송+소금빵 @카페바이해비치

 

교육 참가 전 화장실은 안나와도 무조건 다녀오는 것이 좋다. 특히나 약간 날씨가 쌀쌀하다면 긴장하는 순간들과 몸의 반응이 맞물리면서 화장실을 가고 싶어지는 것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서킷 입구에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그때 익스트럭터가 물어봐줄 때 다녀오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나도 글을 쓰는 지금 알게 되었는데 2일동안 참여한 교육들 중 가장 오래했고 가장 비쌌지만 정작 사진은 제일 없다. 그만큼 내가 사진 찍을만큼 여유롭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만큼 집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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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기가 사라지기 시작하는 레벨2

모든 프로그램은 역시나 이론교육부터 시작한다. 교육의 전체적인 방향과 안전수칙 등을 배우는 자리인데 영상 교육 자료를 틀어주게 된다. 내가 받아온 세 개의 프로그램의 인트로는 모두 동일했고 네 번째 이 교육도 동일하다.

기시감 정도를 넘어 어떤 사진에 어떤 텍스트가 들어 있다는 것까지 기억이 날 지경인데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부터 슬슬 어려운 단어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운전자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언더스티어', '오버스티어'라는 단어를 시작으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대처할 수 있는지, 하중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등을 배우게 되는데 나와 아마 함께 동행했던 참가자분들 모두 머리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제네시스 레벨2 교육 내용

 

'응? 저걸 걱정해야 할 정도인가?'

아직 스티어링 휠 조향에도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수준인데 차에 대해 관심이 많고 나름 F-1도 챙겨보는 사람인 나도 허겁지겁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그동안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던 '타이어 그립'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이해력이 딸리는 나는 점점 헤매기 시작했다. 언더스티어가 날 때는 감속을 해야하고.. 오버스티어가 날 때는 가속 패달을 밟지 않아야 하고.. 흔들리는 동공을 보신건지 교육장에서 계속 무전을 줄테니 안심하라고 위로해주시면서 개라지로 이동을 한다.

어제도 만났던 G70이지만 생긴 것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일단 나는 부담이 되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이 녀석은 엔진과 구동 방식이 어제와는 다른데 그것도 아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G70 3.3T RWD, 12번 차량

 

한 평생 최고출력 300ps를 넘는 차량을 타본 적도 잘 없고 거기에 후륜구동 방식을 더하니 내게 이 차량의 첫 인상은 '부담감'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남들처럼 전륜구동 차량들은 익숙하다. 계속 타왔으니. 출력이 더 높은 차량이라 하더라도 '감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완전 낯설지는 않기에 친근감이 더 크지만 이 차는 다르다.

간단히 제원을 소개하면 3.3 가솔린 터보와 자동 8단 변속기가 들어가 있고 최고출력 373ps, 최대토크 52kgf.m를 낸다. 숫자의 크기가 다르게 다가온다. '이만한 출력을 뒷바퀴만으로 감당이 될까? 거기에 내가 컨트롤이 가능이나할까?' 내내 이 생각을 하면서도 이내 차량에 탑승하여 시트 포지션을 점검한다.

 

시작부터 쉬운게 없다. 슬라럼 후 급제동

레벨1에서는 정말 기분 좋게 놀러온 기분이다. 가벼운 직선 슬라럼이 준비되어 있어 운전에 서툴지만 않으면 처음에 도전해야 하는 속도가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레벨2는 베이직 스티어링(=양손을 떼지 않고 휠은 반바퀴)을 끝까지 사용하여 장애물 3개를 지난 뒤 빠르게 차량을 정렬하고 풀브레이크로 이어지는 코스이다.

확실히 텐션이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풀브레이크에서 한치의 망설임만 보이면 이내 인스트럭터의 충고가 무전을 타고 날아온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가장 기본이 되는 이 코스에서도 상당히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슬라럼이 쉽다고 누가그래

 

일단 속도가 올라갈수록 가야할 곳을 미리 봐야 하고 그래야 스티어링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그리고 필요한 정도만 감고 풀수 있어야 하며 감고 푸는 속도가 일정해야 차량의 중량 이동이 자연스럽고 이는 고스란히 그립과 이어진다.

그저 흥분해서 '빠르게 가야지'하는 마음에 차를 거칠게 다뤘던게 느껴진다. 특히 다른 참가자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내게 뭐가 문제인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무선으로 소리치는 인스트럭터 눈에 '내가 저렇게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과 뭐가 문제인지 명확히 보이기 시작한다.

내 순서를 기다리는 그 순간에 가만히 있지 말고 다른 운전자를 보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되니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집중하자 매순간.  스티어링은 무조건 빠르게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먼저 부드럽지만 확실하게 만든 뒤 감는 속도를 올려야하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스티어링을 하라고?, 긴급회피제동

슬라럼을 하고 나면 되돌아 오는 길에 긴급 제동을 하면서 동시에 스티어링 휠을 돌려서 장애물을 피하는 코스로 진입하게 된다. 레벨1에서는 브레이크 조작 없이 스티어링 휠만 돌리는 환경이었지만 이번엔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고 계속 유지하면서 ABS를 이용해서 장애물을 피하면서 완전 정지하는 코스다.

처음 시도해야 하는 속도 자체도 꽤나 빠른 편으로 시작을 하는데 브레이킹 포인트를 모르니 어디서 밟아야 하는지를 미리 알려준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대부분이 장애물을 인식해서 너무 일찍 서버리거나 풀브레이크를 못하면서 너무 급격하게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서 콘을 쳐버리게 되었다.

보기보다 콘이 진짜 가깝고 옆공간은 좁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풀브레이크를 마지막에 풀어버리면서 빠져 나갔기 때문에 지적을 받았고 두 번째 시도에서는 앞선 참가자 차량이 내가 접근하는 순간까지 빠져나가질 않아 끝에서 머뭇머뭇 거리다가 우측으로 빠져나가면서 너무 급격하게 조향을 한 결과 콘을 몇 개 쳐버렸다.

참가자들을 모으고 끝까지 브레이크 포인트를 기다렸다가 확실히 제동하면서 내가 가야하는 곳을 정확하게 바라본 뒤 조향을 하라는 오더를 받고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일단 목표 속도까지 올린 뒤 브레이크를 밟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포인트에 다다름과 동시에 풀브레이크를 하고 유지하면서 갈 곳을 바라보고 '적당히' 스티어링 휠을 돌리니 정말 딱 원하는 그림이 나왔다. 신기했다. 

인스트럭터는 교육 내내 눈이 생각보다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갈 곳을 먼저 봐야 손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코스 하나하나가 정말 큰 도움이 되는 순간들이었다.

 

허둥지둥의 결정체, A'pex

원형의 코스를 반시계 방향으로 계속 도는 것인데 언더/오버 스티어를 체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한 쪽은 큰 원, 다른 한 쪽은 작은 원이며 두 원 사이에는 약간 짧은 직선이 있다.

처음에는 누구나 낮은 속도에서 쉽게 컨트롤을 할 수 있지만 계속 속도를 올리다보면 급가속→급감속 후 원 크기에 따른 스티어링을 반복하게 되는데 어떨 때는 너무 감속을, 어떨 때는 너무 늦은 감속을 하게 된다.

그리고 차량의 속도와 원 크기를 고려해서 스티어링 휠은 베이직으로만 하기도 하고 크로스암이 어느 정도 들어가야만 하는 경우도 복합적으로 발생하는데 나는 너무 이르게 조향을 하는 경향이 있어 큰 원에서 베이직 스티어링으로도 가능한 곳에도 실수를 반복하게 되었다.

또한 이 코스에서 내가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브레이크 패달을 놓는 강도'의 중요성이다. 차량이 급제동을 시도하면 운동에너지 때문에 노즈 다운이 되면서 앞 타이어에 하중(=그립)이 걸린다. 나는 그동안 노즈 다운이 무조건 나쁜거라고 생각을 해왔는데 이 그립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중 이동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제일 못했다고 생각했고 결과도 그러했다.

 

즉 큰 원을 앞두고는 제동 후 브레이크를 비교적 부드럽게 놓으면서 앞의 두 타이어에 있던 하중을 우측 앞뒤 타이어로 옮기면서 그립을 잡고 스티어링을 하기 시작한다. 그때 우측 타이어에 하중을 유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탈출을 할 때는 스티어링 휠을 원복 시키는 양과 비례하여 조금씩 점진적으로 가속을 해나가야 탈출이 빨라진다.

타이트한 작은 원을 앞두고는 브레이크 패달을 훨씬 더 과감하게 떼면서 하중이동을 빠르게 시키고 그만큼 스티어링도 빠르게 한 뒤 선회를 시작하고 탈출할 때도 스티어링 휠 조향과 비례하게 가속으로 탈출을 한다. 이게 교육이 다 끝나고 이해한 뒤 글로 쓰니 쉽게 이해가 되는데 그 당시는 정말 하나도 정신이 없었다.

운 좋게 얻어 걸리면 자연스럽고 빠르게 돌면서 탈출할 때 빠르게 가속이 가능했고 나머지 대부분에서는 스티어링 휠 조향이 내 예상과 맞아 떨어지지 않아 곤욕을 치뤄야 했다. 아마 이 코스를 Apex라고 하는 것 같은데 평가지에서 역시나 최하점을 받았다.

 

아주 작은 실수도 용납이 안되는 킥플레이트

'후륜구동 고출력 자동차'를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 나는 멋지게 타이어 타는 흰 연기를 내뿜으면서 사선으로 달려나가는 드리프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제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있어 국산차에도 후륜구동 기반 차량들이 좀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부분은 전륜구동 기반의 차량들이 대부분이기에 전륜구동 차로는 흉내를 낼 수가 없는 후륜구동 차량들만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벨2 프로그램 중 가장 기대가 되었던 것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킥플레이트 코스이다. 사진과 같이 물을 잔뜩 뿌려놔서 미끄럽게 노면을 만들어둔 채로 차량이 정해진 속도로 달려나가면 뒷바퀴가 지나갈 때 바닥에 있는 판이 순간적으로 차량을 옆으로 밀어버리면서 후륜의 그립을 잃게 만드는 코스이다.

차량의 자세를 바로 잡았다면 다시 정해진 속도로 전진하다가 랜덤으로 바닥에서 위로 뿜어지는 물줄기 중 빈 곳을 빠르게 찾아 해당 구간으로2번 통과하는 코스이다. 

킥플레이트, 가장 기대되던 코스

 

참가자들이 할 일은 가감속 없이 스티어링 휠 조향으로만 차량의 자세를 바로 잡는 것인데 차량이 미끌어지는 반대 방향으로 돌려야 하므로 이를 '카운터 스티어링'이라고 한다. 시계 방향을 'Clockwise'라고 하고 반시계 방향을 'Counter colckwise'라고 하는데 그 카운터이다.

중요한 것은 3가지로 '반사신경', '시선', '조향'이다. 진입하는 속도와 킥플레이트 강도는 인스트럭터가 참가자들의 수준을 고려하여 점점 올리는데 정확한 건 아닌데 4, 5번 정도 시도하게 된다. 처음에는 속도도 느리고 강도도 약하기 때문에 천천히 작은 각도로 미끌어지기 때문에 운전자의 실수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 또한 처음에는 아주 쉽게 대응했고 두 번째에서도 성공은 하긴 했지만 나도 모르게 차량이 미끌어지는 방향으로 조금 조향을 했다가 이내 반대로 돌리면서 겨우 자세를 잡았고 바로 인스트럭터의 충고를 받게 되었다. 더 이상 높아지는 속도와 강도에서는 그 작은 찰나의 실수만 있어도 차량을 바로잡을 수 없을 것이고, 차가 미끌어지기 시작한 뒤 가드레일이 거의 정면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이미 늦은거라고.

이제 본격적으로 강도를 올린다는 무전과 함께 대기를 하다가 진입을 한다. 킥플레이트가 이전과는 다르게 아주 강력하게 차의 뒷부분을 옆으로 밀어내고 나 또한 함께 미끌어져 가는데 기억 나는거라곤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는 것과 인스트럭터의 '브레이크! 브레이크!'라는 외침 뿐이었다.

높은 강도와 잘못된 찰나의 실수는 바로 스핀이다.

 

차량을 멈추고 실패한 씁쓸함을 느끼며 대기 장소로 이동을 하는데 인스트럭터가 '이번에도 반대로 스티어링 휠을 조금 돌렸고 이내 반대로 빠르게 돌렸지만 이미 늦었기에 차량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는 설명을 해준다. 더군다가 나의 뒤에 있는 참가자는 단 한 번도 나와 같은 큰 스핀없었기 때문에 패배감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서 몇 번이고 다짐했다. '본능적으로 무작정 돌리지 말고 조금만 천천히 미끌어지는 방향을 제대로 인지하고 판단해서 돌리자'. 대기하는 와중에도 계속 몸이 밀려 간다고 상상하면서 어느 쪽으로 돌려야 하는지 앉은 채로 연습을 했다. 이게 2가지로 외울 수가 있는데 하나는 기준이 '몸'이다. 좌측으로 몸이 쏠리면 차가 오른쪽으로 밀린다는 것이니 조향을 좌측으로 한다. 몸을 기준으로 하면 조향 방향이 같다.

그런데 배운대로 하면 기준이 '시선'이 된다. 시선이 우측으로 쏠린다는 것은 차가 오른쪽으로 앞머리가 향한다는 것이니 조향을 반대 방향인 좌측으로 해줘야 한다. 헷갈리면 그냥 나는 무조건 앞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저 멀리 직선을 응시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그쪽을 봐야한다고 스스로를 체면하자. 그러면 미끄러지면서 고개를 좌측으로 돌리게 되니 손은 자연스럽게 좌측으로 돌리게 되어 있다.

동일한 강도로 다시 대기선에 섰다. '흥분하지 말자. 인지하고 바르게 돌린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그 찰나에 판단하고 보고 돌리는게 '이성'의 측면보다는 사실 '본능과 반사신경'의 측면이 더 크다고 본다. 하지만 본능이라는 것도 이성에서 기반을 잡아놔야 계산하지 않고 바로 꺼내 쓸 수 있다고도 본다.

다시 속도를 올리고 킥플레이트를 지나는데 이번엔 그 짧은 시간 안에 미끄러지는 방향, 내 시선, 조향이 다 느껴졌고 오히려 느린 속도와 낮은 강도로 진입했을 때보다 내 스스로 느끼기에도 아주 짧고 간결하게 차량을 회복시켰고 여유있게 물줄기를 통과해서 대기선에 다시 섰다.

인스트럭터 : 정말 잘했어요! 이거에요! 자세제어장치가 개입되기도 전에 성공했어요! 반사속도 저도 놀랐습니다!

기뻤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교육은 거기에서 종료되었다. 킥플레이트 코스에서 최종까지 가는 조들은 자세제어장비까지 끈 채로 도전하게 한다는데 이날 시간과 내 실력이 부족해서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게 되었다.

 

잡을 수 없지만 긴장감은 MAX

프로그램 대기 중 건물 뒤편으로 가보면 한참 교육 중인 다른 참가자들을 볼 수 있는데 급가속, 타이어 스키드음이 계속 발생하는게 뭘하는 건지 궁금했었다. 이건 일명 꼬리잡기라는 게임으로 '폭스 헌팅(Fox Hunting)'이라고 부른다. 스피드 스케이팅처럼 서로 반대편에서 출발하여 동일한 코스를 계속 지나는데 당연히 운전자에 따라 실력이 다르니 어느 한 쪽이 앞서게 되는 그런 게임이다.

다만 상대차량의 바로 뒤까지 붙는 것은 아니고 1랩 이후에 콘을 쓰러뜨리거나 5대분 거리까지 벌어지면 승패가 가려지게 된다. 코스를 확인한 뒤 4명의 참가자 중 2명씩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을 하는데 결승전과 3/4위전까지 있으니 엄연히 1등부터 마지막까지 가려지는 코스이다.

이걸 서킷 주행 직전에 하는데 결국 오늘 배운 것들이 모두 집합되어 있는 것이다. 코스는 짧은 가속 후 3번의 슬라럼 그리고 이어지는 선회가 계속 반복이 된다. 따라서 배운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너무 흥분한 나머지 콘을 치게 되면 바로 패배하게 된다.

싸우는게 아니다. 배운 것을 복습하는 거다.

 

나는 가감속에서는 패달을 아주 과감하게 사용하되 슬라럼과 선회에서는 콘을 치지 않도록 하면서 미끌려나가지 않도록 작전을 세웠다. 그러나 1차전에서는 결국 나는 허둥지둥 거리면서 정신없이 달려나갔고 선회구간에서 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하면서 탈출가속을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며 슬라럼과 선회에서 속도를 좀 낮추기로 했다. (원래는 정확한 스티어링과 하중 이동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그럴 정신도 능력도 안되는 걸 알아버렸다..)

그런 생각이 든 후 한 바퀴 정도 더 돌고나서 게임이 중단되었는데 사실 왜 이겼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5대분 이상이었는지 상대방이 콘을 쳤는지 기억이 잘나지 않는데 먼저 한 번 더 게임을 하라고 해서 하는데 이게 결승전인지 3/4위전인지 잘 모르겠다.

두 번째에서는 흥분하지 말자고 계속 되뇌였다. 흥분하면 여지없이 슬라럼과 선회구간에서 로스가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다시 출발했고 첫 한 두 랩에서는 꽤나 빠르게 탔던 것 같다. 자세제어장비의 개입이 거의 없었고 무전에서도 거의 '4대분까지 벌어졌다'는 내용이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내가 빠르다는 건지 상대방이 빠르다는 건지 확실치는 않았다.

그러다가 조금 더 지나니 금새 경기가 종료되었고 사실 이때도 내가 이긴건지 진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끝난 뒤 무전 내용에서 '4대분에서 3대분까지 줄였지만 콘을 치게 되어 실격'이란 내용을 들었는데 이게 내가 콘을 친 건지 상대방이 친 건지 잘 몰랐다. 그리고 흥분이 가라앉질 않아 '십(몇)번의 승리'라는 말을 듣고도 누가 누군질 몰랐다. 사실 지금도 모르겠다.

 

레벨2 교육의 총 정리, 마른 노면 A코스 서킷

레벨1은 약 1.3km의 B코스, 레벨2는 약 2km의 A코스를 달리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교육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서킷 입장 전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오면서 잠시 인스트럭터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이때 'G70 3.3T 후륜은 꽤나 다루기 어려운 차량이다, 아반떼N을 먼저 경험하면서 이해도를 높이고 도전하면 더 이해가 빨랐을 것이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맞다. 사실 나도 자리만 있었다면 아반떼N을 가장 먼저 들었을 것 같은데 EV6보다는 그래도 내연기관이 재미있을 것 같았고 결국 제네시스로 교육 라인업을 짠 것이다. 하지만 교육을 받는 내내 구조적으로 다른 아반떼N과 엄청난 출력의 EV6 GT도 모두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트랙에 입장을 하는데 트랙으로 이동하기전 배열 순서를 잡아준다. 원래 교육 시작할 때 나는 앞에서 두 번째에 서서 줄곧 교육을 받아 왔는데 트랙에 들어가면서는 맨 뒤로 이동시키는 것을 보고 '아마도 폭스헌팅에서 승리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사실 아직도 확실하지가 않다..)

마른노면 B코스 서킷

 

아무튼 코스인을 하고 천천히 돌면서 CP 위치와 레코드 라인을 익히고 있는데 '초록색 벽은 쿠션이 있는 벽입니다.'는 무전이 나온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초록색 벽이 있는 곳은 위험하거나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곳이니 이곳이 보이면 주의하셔야 합니다'는 무전이 이어지는데 뭔가 섬뜩했다. 레벨1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이다.

교육을 시작한 이후 줄곧 차량의 출력 차이가 아주 크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는데 '더 빠른 차량으로 더 긴 트랙을 더 빠르게 돌다가 나도 저 벽으로 향하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찰나에 선두의 속도도 점점 올라가기 시작한다.

나는 레벨1,2 모두 가장 뒤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억울한게 하나 있다. 정석으로 달려야 하는 레코드 라인을 인스트럭터가 아닌 참가자의 뒤를 보며 따라가야 했고, 중간에 차간 거리를 많이 두는 참가자가 있으면 인스트럭터카가 보이지도 않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가는 길이 맞는건지 아닌지 판단이 안선다.

그런데 다행히 레벨2에서는 어느 정도 주행을 하다가 순서 교체를 한다. 무전으로 지시가 내려오면 직선 구간에서 인스트럭터카 바로 뒤에 있는 차량이 우측으로 빠지고(이때 우측 방향지시등 점등=양보 의미) 후행 차량들은 앞으로 이동한 뒤 빠진 차량이 최후미에 붙는 방식으로 로테이션을 한다.

맨 뒤에서 달려간다는 것은 나를 인정해주는 것이므로 좋기도 하면서 행군에서 제일 뒤쪽이 제일 힘들 듯 서킷 주행에서도 따라가기에 정신이없다. 전체적으로 차간거리가 멀어지면 나는 리드카와 완전히 멀어지게 되었다가 갑자기 선행 차량들이 동시에 속도를 내면 나는 허겁지겁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 나도 사진 찍어달라고 할걸

 

그렇게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데 무전으로 경고가 날아온다. '4번 차량(=나, 인스트럭터카 제외 앞에서부터 1번 차), 선행 차량 너무 압박하지 마세요. 거리 두고도 충분히 혼자서 잘 따라올 수 있잖아요.'. 솔직히 좀 서운했다. 나는 인스트럭터카를 보고 싶었을 뿐이다. 압박의 의미는 1도 없었다. (그래도 압박 받으셨다면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서킷에서의 차간거리는 2대분 정도(아닌가..?)를 유지하며 달려야 한다고 들었는데 간혹 코너 구간에서 갑자기 앞과 가까워지는 순간들이 있었고 내가 감속을 하여 탄력을 다 잃어버릴 때 선행차량들은 역으로 빠르게 탈출하게 되면서 나와의 거리가 급격하게 벌어지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을 뿐이다.

아무튼 나는 말 잘 들으니 그때부터 거리를 더 두고 따라가게 되었다. 이어진 직선 구간에서 첫 순서 교대를 하게 되었는데 인스트럭터분이 '너무 붙는 것도 문제이지만 너무 벌어져도 안됩니다. 그렇게 되면 빠른 차가 2번이 되었을 때 거리가 너무 많이 벌어지게 됩니다. 속도와 라인만 잘 지키면 위험하지 않으니 모두들 일정하게 거리 유지바랍니다.'는 무전이 나온다. 병주고 약주시는 것 같았다. 울 뻔 했다.

혼나고 난 뒤 위로 받았다.

 

그렇게 열심히 따라가기 시작하는데 오히려 스스로의 페이스를 낮추니 무전이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먼저 배웠던 내용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이하 내용은 너무 중요한 내용들이라 별도로 문단을 만든다.)

  • 브레이킹 후 노즈다운을 그대로 차량 옆면으로 옮긴 뒤 그걸 계속 유지하면서 주행해보세요.
  •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을 감았다 풀고를 반복하면 하중 다 날아갑니다.
  • 이번에는 스티어링 휠을 코너 안쪽까지 더 들어가서 반대로 풀면서 좌측의 하중을 부드럽게 우측으로 보내는거에요.
  • 브레이크를 한 번에 놔버리면 하중 다 날아갑니다. 조향하는 정도와 비례하게 놓으면서 하중을 버리지 말고 이동시켜보세요.
  • 코너 탈출을 할 때 가속 패달을 조향을 푸는 것과 비례하게 점진적으로 입력하세요. 그래야 탈출이 빠릅니다.

비로소 늦추니 들리는 것들

 

한 번 혼나고 나서 이러한 무전 하나하나가 강력하게 뇌리에 꽂히면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무전을 들었고 집중했고 매순간마다 진짜로 느끼게 되면서 '아! 이거구나!'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면서 내내 웃으면서 주행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내가 1번 순서가 되었고 열심히 앞만보며 느끼며 따라갔다.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헤어핀 구간과 같이 약간의 감속 후 CP 콘 3개가 있는 곳을 지나게 되는데 분명히 내 생각엔 콘에 최대한 가까이 붙으면서 곡선을 작게 그리는 것이 빠를 것 같은데 리드카는 조금 떨어진 채로 주행을 하는게 궁금했다.

내가 몇 번 레코드 라인 안쪽으로 가는 모습을 보시더니 '이 구간은 너무 붙어서 가는 것보다 약간 중앙으로 가는게 더 빠른 속도로 지나갈 수 있기 때문에 제 라인을 잘 따라와보세요'라고 하는데 그 순간 확 멀어지는게 보였다. 신기할 정도였고 그 순간 따라가보겠다고 가속을 해보니 타이어는 한계에 다다르는 것이 느껴졌고 '다 이유가 있구나'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소감 한 마디

훨씬 더 감각이 좋던 20대에는 왜 이렇게 없었나 싶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고 참가할 수 있는 시간과 경제력이 된다는 것만 해도 내가 행복한 사람이구나 싶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재미있고 짜릿했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소중하다. 수 년간 고민만 하다가 이제서야 시작한 것이 후회가 될 정도.

이건 남과의 경쟁이 아닌 오롯이 내 스스로와 마주하는 순간임을 기억하자

닫는 글

나는 제네시스 레벨3와 그 이후의 프로그램(드리프트 레벨2, N마스터)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그 이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후륜(G70)/전륜(아반떼N)/전기차(EV6)의 차량들 개별적인 특성을 제대로 느껴보고 배워보고 싶다. 여유가 된다면 BMW드라이빙센터까지도 확장하고 싶다. 아마추어 대회도 가볼까나?

다만 다른 차량들을 레벨2부터 시작을 해야할지 아니면 바로 레벨3들만 골라서 하면 될지는 아직 판단이 서질 않으니 타던 차를 이어서 레벨3까지 가보고 다시 결정하기로 하자. (4월 24일, 레벨3 표는 제껍니다.)

마지막으로 인스트럭터분께 물어봤다. 레벨3부터는 불합격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어떤지. 그러니 이렇게 답변을 해주시는데 이는 레벨1을 리드해주신 김태희 인스트럭터와 내용이 같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레벨1은 즐거운 소풍. 레벨2는 약간 힘들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정도. 레벨3부터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그 이상에서는 어쩌면 다큐라고 할 수 있죠.

레벨3 도전 가주아

 

끝까지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고 참가자들을 이끌어주신 임동락 인스트럭터와 안전하게 끝까지 함께 해주신 이름모를 같은 조 참가자분들, 서킷 안밖에서 도와주신 이름 모를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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