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드디어 그토록 고대하던 제네시스 레벨1을 다녀오게 되었다. 원래는 아반떼N을 기대했지만 예약 경쟁에서 밀려 EV6로 예매를 했다가 표를 줍줍하게 되면서 제네시스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레벨1과 레벨2의 후기를 요약한다면 또가고 싶고 단순히 예매 성공함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다른 차량들(아반떼N/EV6 GT)도 각각의 특성이 있을 것이니 모두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연히 이후에 이어질 N마스터, 드리프트 레벨2까지는 도전할 생각이다. (예매만 가능하다면..)
나는 자동차를 참 좋아하지만 조금 명확하게 뭘 좋아하는지는 몰랐다. 지금도 뭐 여전히 잘 모르고 일단 그냥 막연하게 좋은 것은 변함이 없지만 이번에 드라이빙 센터에서의 경험은 '역시나 내가 운전하는 것 자체도 좋아하구나'를 확인하게 되는 계기였다. 그 시작점인 레벨1에 대한 소감이다.
제네시스 레벨1은 비싼 차로 다녀오는 즐거운 소풍이다.
10만원 미만인 현대 레벨1과는 다르게 제네시스는 좀 비싸다. 2시간 교육에 가격은 12만원. 적지 않은 가격인데 나는 일단 전기차보다는 엔진소리가 듣고 싶어 선택을 했다. 이어서 레벨2까지 제네시스로 변경을 했는데 이는 같은 G70이지만 파워트레인과 구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레벨1은 2.0 가솔린 터보 엔진에 네 바퀴를 동시에 굴릴 수 있는 AWD 모델로 고정되어 있지만 레벨2부터는 더 강력한 출력인 3.3 가솔린 터보 엔진에 AWD/RWD 중 선택을 할 수 있다. 막연하게 '트랙에서는 RWD'라는 걸 들었던 기억이 나서 레벨2는 RWD로 선택을 했다.

번외로 15일 프로그램엔 공통적으로 여성 참가자들이 있었다. 오전 EV 익스피리언스 참가자분은 혼자 오셔서 즐기다 가셨고 오후 참가자분은 아마도 동호회분들이랑 같이 참가하신 것 같은데 어쨌거나 이런 곳에 여성들의 참여율이 높다는 것은 정말 멋져보였다.
제일 먼저 경험하는 풀브레이크
나는 4월 15일 오후 3시 타임이었다. 당일 오전에 비가 왔던지라 약간 걱정을 했는데 오후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G70 2.0T AWD 모델은 예전에 제네시스 수지 전시장에 초대받아 아주 짧은 거리를 운전했던 것이 전부였고 내 기억으론 3.3T 대비 약해 보이는거지 일상 주행에선 충분하다는 기억이었다.
이 차량을 가지고 인스트럭터카를 포함하여 총 5대가 움직이는데 일단 나는 가장 뒤에 있는 차량을 배정 받았다. 하지만 제일 뒤에 배정받았다고 슬퍼할 일은 아니다. 이론 교육을 할 때 HMG DX에 참가해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는데 오전에 EV 익스피리언스를 하고 왔노라 이야기를 하니 그렇게 배정 해준거였다. 나름의 경험자라는 것이다.

아무튼 나란히 출발을 해서 가장 먼저하는 것은 풀브레이킹 연습이다. 이는 브레이크 패달에 적응하는 훈련과 동시에 쉽게 말해 '할 수 있는 최대의 힘으로 브레이크 패달을 밟아도 안부러져요'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나는 다른 곳에서 풀브레이킹 연습을 해봤던지라 아주 악랄할 정도로 세게 밟을 수 있었으나 장담하는데 완전 처음해보는 분들이라면 나름 최선을 다해 밟았지만 인스트럭터는 더 세게 밟으라고 한다고 느껴질 것이다.
왜냐면 우리가 공공도로에서 간혹 경험하게 되는 급정거는 사실 풀브레이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패달을 밟고 일어선다고 생각하는게 더 어울린다.
풀브레이킹을 하다가 나도 정지 직전에 살짝 발이 풀린 적이 있었는데 인스트럭터분이 기가 막히게 알아보시고 끝까지 제동력 유지하라고 콕 찝어주신다. 조금씩 다들 적응해가면서 속도를 10km/h씩 올리게 되는데 제동거리가 길어진다는 것과 점점 진짜 위험할 때 제대로 정지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다음으로 넘어가게 된다.

적응이 좀 되었다 싶으면 약간 떨어진 곳으로 교장을 옮기게 된다. 여기서는 동일한 G70이 서 있는데 다른 점은 타이어의 상태이다. 처음 제공받는 차량은 누적 주행거리도 짧고 일단 타이어의 트레드 마모도 거의 없는 타이어이지만 준비된 차량은 마모가 아주 심한 타이어다.

두 차량을 가지고 빗길 제동과 약간 물이 잠긴 곳을 지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역시나 트레드가 얕은 차량은 제동거리가 아주 길어진다는 것을 경험한 뒤 고인물을 지날 때 어떻게 감속 및 제동하는 것이 안전한지 배울 수 있게 된다.

제대로 돌리고 아주 빨리 돌려야 하는 스티어링휠 조향
소위 말하는 핸들 돌리는게 여기서는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그동안 천천히 대부분 한 손으로 돌리는 것이 익숙하다가 양손으로 정확하게 파지한 뒤 손을 떼지 않고 좌우 반바퀴씩 돌려야 하는 슬라럼과 물건이 갑작스럽게 떨어졌다고 가정하고 브레이크 패달 조작없이 조향만으로 회피하는 긴급 회피를 도전하게 된다.
슬라럼, 처음에는 만만하다. 그냥 이리저리 쏠리면서 지나가면 되는데 속도가 올라갈수록 콘을 치지 않는게 어렵다고 느껴지게 된다. 당연히 속도가 빠르면 더 빨리 조향해야 하고 여전히 스티어링 휠 돌리는 건 낯서니 시선 처리도 매끄럽지 못하여 차는 아주 그냥 이리저리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나는 나름 경험자라 인스트럭터분께서 지켜보시다가 마지막 시도 때 무려 70km/h로 도전해보라고 하셨다. '가능이나 할까'하는 마음과 '역시 난 달라'하는 마음으로 호기롭게 덤볐는데 레벨2까지 마친 지금 되돌아보니 '너 자신을 알라'는 메시지가 담긴게 아닌가 싶다. 어찌저찌 통과는 한 것 같은데 매끄러운 주행이 아니라 휘청휘청 거리면서 그냥 어거지로 통과했기 때문이다.

긴급 회피는 개인적으로 좀 기대했던 코스였다. 간혹 유튜브에서 일명 무스(MOOSE) 테스트라는 것을 시청하는데 이는 점점 속도를 높이면서 제동없이 차량을 아주 긴급하게 조향한 뒤 다시 자세를 잡는 테스트인데 당연히 높은 속도를 견디면서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은 차량의 밸런스를 보여주는 지표인지라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이는 슬라럼보다 속도가 좀 높은 40km/h에서 시작을 하는데 결국 60km/h까지 올라가게 된다. (참가자들 수준이 높으면 더 올릴지도) 최고속도에선 결국 나도 콘을 치게 되었는데 돌이켜보면 단순히 누가누가 빠르게 스티어링휠을 돌릴 수 있느냐가 아니라 끝까지 참다가 그 찰나의 순간에 이동할 곳을 바라보면서 빠르고 간결하게 돌리고 복원시킬 수 있느냐하는 것이었다.

마른 노면 B트랙
저기..요 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되..
이렇게 생각할 필요도 여지도 없이 트랙에 들어간다. 여전히 나는 제일 뒤에서 들어가게 되었는데 인스트럭터분께서 크게 신경 안써도 되니까 뒤로 보내는거라며 위로를 해주신다.

처음에는 브레이크가 전혀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강도만으로 돌아보게 된다. 트랙은 A와 B가 있는데 B가 초급자 코스라고 보면 된다. 길이가 1.3km로 짧은 편이고 코너가 좌우 합쳐 8개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처음에는 쉬워보이지만 계속해서 속도를 붙여내면 코너에서 타이어가 한계점에 다다르는 소리를 듣게 되는 순간까지 가게 된다. 물론 자세제어장치는 해제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 예상에서 벗어나는 정도가 아니라면 충분히 안전하다.
차량 4대를 끌고가면서 레코드라인으로 리드하는데 재미있는 점은 두 번째 차량(=인스트럭터카 바로 뒤, 참가자 중 1번)이 라인을 잘못타게 되면 뒤따라 오는 차량들도 자연스럽게 라인이 엉망이 된다. 앞차만 따라가는 것이고 그렇게 해야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는 맨 뒤에 있다보니 앞 차량들 간 간격이 많이 벌어지게 되면 인스트럭터카를 볼 수 조차 없는 경우들이 있었다.
더 신기한 건 인스트럭터가 빠르게 운전하면서 뒤에서 오는 차량들 하나하나를 살피면서 오더를 준다는 점이다. 가령 1번 차량 간격을 줄여라, 2번 차량 스티어링 휠 조작을 더 부드럽게 해라, 3번 차량 감속을 할 때 조금 더 부드럽게 해라, 4번 차량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 감았다 풀었다 하지마라 이런식으로 아주 정교하게 말씀을 해주신다.
의외로 레벨1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꽤나 빠른 속도까지 올라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스트럭터분도 레벨2의 거의 80% 수준까지 한 것이고 비교적 높은 텐션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참가자들 중 G70 오너분들이 2분 계셨고 뭔가 좀 살살 하자는 의견이신 분이 계셨는데 막상 트랙에 가니까 엄청 대범하게 잘 타시더라. 레벨2보다 레벨1에서 더 긴장하면서 탔던 것 같다.
인스트럭터분이 괜찮다, 믿고 따라오라면서 강요가 아닌 리드를 해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진짜 리더십이 뛰어난 선생님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덕분에 다들 교육이 끝나고 뭔가 짜릿함과 뿌듯함 동시에 느끼면서 교육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트랙에서 잠시 멈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기념촬영을 해주시는데 부끄러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하자. 남는건 사진이고 돌아와서 사진을 보니 즐겁다.

닫는 글
레벨1은 운전자의 성향이나 경험에 따라 약간 심심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만약에 짐카나를 포함하여 서킷 주행 자체가 완전히 처음인 분들에게는 딱 알맞는 정도가 될 것이라 본다. 풀브레이크/슬라럼/회피기동/서킷주행, 이런 것들을 자체가 아주 큰 경험이고 소중하다. 특히 풀브레이크는 해본 사람만이 그 느낌을 알 수 있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한 번이라도 경험을 해본 분들이라면 굳이 다시 경험해볼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냥 다른 차량을 경험하기엔 레벨2로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끝으로 참여했던 조원들 전체를 잘 이끌어주신 김태희 인스트럭터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어서 16일에 경험한 현대 오프로드 익스피리언스(차량 투싼XN4 디젤 4륜), 제네시스 레벨2에 대한 후기를 이어가겠다. 나머지 두 프로그램도 각기 장점이 확실하고 레벨2는 레벨1과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는 스포를 하면서 글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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