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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편] 올것이 왔다. 현대드라이빙익스피리언스 레벨2, 아반떼N 후기

마이라이드 2023. 5. 25.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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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레벨2의 마지막 여정인 현대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에 드디어 참가하게 되었다. 순서를 보면 제네시스/기아를 먼저 듣고 마지막으로 현대의 것을 듣게 된 것이다. 뭐 결국 티켓 경쟁에서 밀린 것이 이유인데 오전/오후에 하나씩 레벨2 2개를 듣는다고 하니 인스트럭터분이 좀 신기하게 바라보는게 재미있었다.

모든 브랜드의 레벨2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전반적인 이야기는 별도로 업로드할 예정인데 미리 스포를 하자면 '아주 강력하게 권장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1개 말고 나머지 코스가 모두 반복되지만 매번 참가할 때마다 나는 뉴비이고 더군다나 성격이 극명하게 달라지는 차량들이기 때문에 나처럼 이 차 저 차 다 타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주 귀중한 순간이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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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거지.

역시나 이런 서킷 주행에서는 아반떼N이 가장 즐겁다. 이건 그냥 묻따말고 진리다. 재미있는 경험이 하나 있다. 내가 참가했을 때 마지막 서킷 주행을 앞두고 레벨2 현대와 기아 차량들이 함께 모여 각자 기념촬영을 하게 되었다.

오전에는 기아, 오후에는 현대로 참여한 것인데 분명히 내가 할인을 받았더라도 현대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훨씬 더 빠르고 훨씬 더 비싼 차량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게 분명하지만 괜히 부릉부릉 배기음이 나는 아반떼N 옆에 있으니 위축이 되었다.

반대로 오후에는 서킷 주행을 위해 N모드로 정차해둔 5대의 N에서 내뿜는 배기음 사이에서 훨씬 더 즐겁고 우리보다 먼저 아주 조용히 서킷으로 나아가는 ev6들을 보고 있자니 괜히 내 마음이 웅장해지는 그런.. 아반떼N은 워낙 많이 알려진 차량이니 차량 자체에 대한 소개는 넘어가도록 하자.

운이 좋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컬러를 배정받게 되었다. 너무 과하지도 심심하지도 않은 크리미한 컬러인 사이버 그레이 메탈릭이라는 컬러다. 누가 뭐래도 내 눈엔 이 컬러가 베스트다.

배정받은 사이버 그레이 메탈릭

 

가장 다루기가 쉽다.

편한 차, 다루기 좋은 차 뭐 이런 개념들은 사실 환경에 따라 너무나도 다르다. G70은 가장 고급스러운 차량이고 EV6는 가장 조용하면서 직전에서 가장 빠른 차량이다. 두 대 모두 아반떼N보다 훨씬 더 비싼 차량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곳에서 우리가 배우며 느끼는 환경은 '서킷 주행' 또는 스포츠 드라이빙이라는 명백한 목표가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아반떼N이 다루기가 가장 편하다.

일단 모든 코스에서 가장 쉽다고 느껴졌다. 하나씩 구분해서 살펴보면 슬라럼이나 긴급 제동 및 긴급 회피 등에서도 차량의 움직임이 가장 안정적이기에 다루기가 쉽다. 편하다. 이리저리 흔들고 과격하게 브레이킹을 해도 차는 그저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쉽다는 것이다.

이곳에선 가장 쉬운 차량인 아반떼N

 

현대 레벨2에만 있는 것

제네시스에서는 원형 서킷을 계속 도는 것이 있고 기아에서는 드래그 레이스가 있다면 현대에서는 '리버스턴'이라는 것이 있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빠르게 후진을 하다가 차량의 진행 방향을 180도 전환하는 기술인데 이게 은근히 쉬우면서도 어렵지만 재미있다.

1달 전에 처음으로 HMG DX에 참여하게 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줄곧 연습했던 것이 있으니 바로 스티어링이다. 좌우로 반바퀴만 돌리는 베이직 스티어링은 누구나 의식만 하면 할 수 있지만 반바퀴 이상 돌려내야 하는 크로스 암 스티어링은 정말이지 쉽지 않다.

연희동의 비좁고 구불거리는 골목을 지날 때 의식적으로 연습을 해봤는데 이게 참 어색하다.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생활속 연습들 덕분에 이러한 스킬이 필요한 프로그램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었다.

진짜 빠르게 한 쪽 방향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려내야 하는데 그냥 냅다 끝까지 돌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차량은 후진하지 거울 봐야하지 휠 돌려야 하지.. 이게 평소에 준비를 해놓지 않으면 쉽지 않다.

180도 리버스턴

 

함께한 조원분들이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주셔서 그동안 참여해봤던 동일한 레벨, 다른 프로그램보다는 훨씬 더 많이 체험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리버스 턴도 여러번 지속하다보니 슬슬 타이어에서 흰 연기가 올라오게 되는데 조원 중 한 분이 나중에 '태어나서 처음 타이어 연기를 맡아봤는데 뭔가 되게 신났어요!'라고 했다.

보통은 타이어 타는 냄새를 역하다고 표현하는데 그 냄새와 눈앞에 보이는 흰연기를 보고 즐거워하는 걸보니 그 분은 머지 않아 제네시스 드리프트에 도전하고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알고보니 모두 실력자들

나중에 교육이 끝나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조원분들이 다들 실력자였다. 한 분은 퍼포먼스 튜닝을 한 벨로스터N 수동의 오너였고 다른 한 분은 고출력 3.3T 모델의 스팅어로 원돌이를 하는 분이었으며 나머지 한 분은 아래에서 별도로 언급하겠지만 나에게 스스로 돌이켜 볼 계기를 만들어준 분이었다.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 간 궁합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건 팀을 꾸려서 가지 못하는 나같은 솔로 참가자들에겐 그저 운인데 현대 레벨2에서는 다들 뭔가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서인지 코스별로 한 번이라도 더 체험하고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참 운이 좋았다.

그리고 교육을 받다보면 대기 시간이 자주 생기는데 그때 그냥 '내 차례 언제오나'가 아니다. 다른 참가자의 모션을 보면서 끊임없이 내 모습과 비교를 해보면서 배울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인스트럭터의 무전을 들으면서 뭐가 문제인지 뭐가 잘된 것인지 나도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읽어낼 수 있어야 내 문제를 개선할 수가 있는 것이다.

킥플레이트 밟기 전

 

또한 인스트럭터의 데모 주행을 할 때 그동안 차량의 움직임에만 집중을 해서 바라봤는데 스스로 시선처리와 여전히 스티어링이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제는 인스트럭터의 운전하는 모습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선 무전을 하면서 그렇게 말끔하게 해낸다는 걸 알고나서 경의롭다고 느낄 지경이 되어버렸다.

무전하면서 데모 주행까지

 

소프트vs하드

오전에 기아 레벨2에서 출력이 상당히 높은 EV6 GT를 경험하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내 운전 실력과 멘탈을 보게 되었다. 경쟁을 싫어하는데 그 이유가 지는 것이라는 걸 깨달은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폭스 헌팅을 하면서 이기고자 하는 마음에 시원하게 콘을 밀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진 것이다.

다른 분들 순서가 되었을 때 인스트럭터분에게 개별 코칭을 받았는데 3,4번 참가자의 성향이 극명하게 다름을 볼 수 있었다. 한 분은 공격적이고 과격한 스타일(=나)이고 다른 한 분은 아주 부드럽고 천천히 페이스를 올려가는 타입이었다.

당장은 나같은 사람이 빠르게 경기를 리드하는 것 같지만 뒤로 갈수록 페이스를 높여가는 소프트한 드라이버가 실수를 줄이면서 나아가는데 그걸 내 눈으로 보게 되니 매번 '부드럽고 섬세하게, 흥분하지 말고!'를 속으로 외치는걸로만 부족하다는 걸 깨우칠 수 있었다.

특히 현대 레벨2에서도 그런 분이 계셨다. 지인 2명과 동행한 여성분(이하 3번)이었는데 유독 처음부터 풀브레이킹에 애를 좀 먹는 모습이었다. 무전 시간의 대부분이 그분께 할당이 되곤 했는데 교육의 중간을 넘어가는 폭스 헌팅에서 일이 생겼다.

3번 참가자 출발 준비 중

 

나는 1번이었기 때문에 2번 참가자와 먼저 들어갔다 나와서 3,4번 참가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참가자들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참고로 4번 참가자는 벨로스터N의 오너다..) 이론 교육 때 '이길 것 같은 사람이 실제로 이기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는데 그게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4바퀴, 콘을 터치하면 패배라는 룰은 그대로였고 첫 바퀴에서는 꽤나 큰 차이로 3번이 느렸다. 두 차량이 콘을 지나는 순간 최소한 차량 절반 크기의 차이는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바퀴에서 거의 동일해지더니 3바퀴에서는 역전을 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3번님의 대역전 순간

 

물론 4번 차량의 실수(아마도 언더스티어)가 원인이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안정적으로 타는 것도 굉장한 실력이기 때문에 때문에 오전에 시원하게 말아먹은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굉장히 큰 울림이 있었다.

3번 차량과 나는 다시 재경기를 하게 되었는데 시작과 동시에 무전으로 '여성분이라 봐주는거냐', '그럴 여유는 없을건데'라는 애정섞인 핀잔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그 무전을 든는 당시 나는 스스로 경기를 말아먹지 않기 위해서 나름 최선을 다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상대가 얼마나 빠르게 오건 말건 일단 나는 내 페이스를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속도를 올리는 것은 그 다음의 순서였기 때문에 무전에서 뭐라하건 나는 천천히 제대로 주행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순간 무전의 압박에 패달과 휠을 급하게 조작하고 싶은 충동(=쫄렸다)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걸 억누르고 내가 해야할 것을 찾는다는게 현대 레벨2 전체에 있어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이 아닌가 싶다.

잘참았다.

 

잘 찾아오셨어요.

라고 아반떼N이 말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로 서킷 주행에서 말이다. 출력 하나만 놓고보면 3.3T G70과 500ps가 넘는 EV6 GT에 비해 아반떼N이 열세인 것처럼 보이지만 서킷에서는 가장 편하고 즐거웠고 평소에 그런게 왜 필요하나 싶은 장비들의 소중함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일단 N파워 쉬프트. 급격하게 가속 중 변속 단수를 올릴 때 변속 직전에 RPM을 살짝 더 올리는 순간이 있는 기능인데 변속을 하면서 생기는 출력 손실을 위함이라는 것을 배웠고 느낄 수 있었다. 그전에는 그저 수동 변속기와 같은 필링을 위한 목적인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리고 e-LSD. 모든 N을 다 타본 사람으로서 LSD가 작동하는 걸 공도에선 경험하지 어렵다. 하지만 서킷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우측 코너에서 CP지점을 지나면서 가속을 전개할 때 LSD가 작동하면서 그립이 한계점에 다다른 왼쪽 타이어와 오른쪽 타이어에 동력 배분이 다르게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확하게 어느 쪽에 더 동력을 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오른쪽 타이어에 동력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되는 상황에서 왼쪽에도 전달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타보니 갖고싶다.. 더..


닫는 글 (Special Thanks To.)

쭈뼛 거리는 제게 선뜻 말 걸어주고 햄버거 같이 먹게 초대해주신 2,3,4번 참가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자동차 수다는 언제나 환영인데 덕분에 프로그램이 끝난 시간까지 완전 몰입할 수 있게 되었네요.

이미 예약을 해버렸기 때문에 저 혼자 먼저 제네시스 레벨3를 먼저 듣게 될 것 같지만 현대나 기아 레벨3도 다시 참여할 의사가 있으니 괜찮으시면 함께 참여할 수 있게 초대 부탁드립니다.

제네시스 레벨2에서는 서킷 주행 때 인스트럭터분께서 기준치의 약 70~75% 수준으로밖에 달리지 못했다는 설명에 아쉬움이 좀 있었는데 이번에는 조원 운이 좋아 현대 레벨2에서 거의 최고치로 달렸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정말 고마웠습니다.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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