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히스토리]/아베오[1.6수동]13.08~

[에피소드01] 많고 많은 차들 중 왜 비인기 차량인 아베오를 골럈냐고?

마이라이드 2020. 9.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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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이라이드 입니다.

오늘은 지난 프롤로그에 있어 첫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볼까 합니다.


이전 프롤로그에서 제가 '진짜 첫 차는 아베오'라는 말을 했는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첫 차'라는 개념이 첫번째로 타고 다닌 차량인지, 첫번째로 구입한 차량인지 여러가지일 수 있습니다.


면허를 따고 처음 가지고 다닌 차량은 2001년식 렉스턴이었고

전역하고 어린이날 선물(?)로 집에서 보내준 차량은 300만원짜리 2007년식 올뉴마티즈 수동이었고

'내 돈으로 내가 산 첫 차량'은 지금까지 타고 다니는 아베오 입니다.


많고 많은 차들 중 왜 비인기 차량인 아베오를 골럈냐고?


렉스턴은 부모님께 빌려 많이도 타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학기 중 필요할 때 중간중간에 타고 다닌 정도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5미터가 넘는 크고 긴 차량을 후방센서, 후방카메라 하나 없이

비좁디 좁은 원룸 주차장에서 요리조리 돌리고 주차도 잘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젊은 나이에 공간 감각이 상당히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후 올뉴마티즈는 안중에도 없던 차량이었지만 차량을 아주 아끼던 부모님 지인이셨던 분께 300만원에 사와

저와 상의도 없이 갑자기 차키를 던져주셨던 차량이었습니다.


좁고 느리고 시끄러운 단점도 있었지만 리터당 2,000원이 넘는 고유가 속에서

에쿠스에 2만원 주유하시는 아저씨 옆에서 만땅을 외치며 3만원 조금 넘는 금액으로

기름탱크를 가득 채우고 막 다녀도 15km/ℓ 이상이라는 연비가 최고의 장점이었습니다.


데려온 첫날 친누나를 태워주다가 행주대교로 잘못 진입해 붙인 마티즈 별명 '행주→현주'

<▲데려온 첫날 친누나를 태워주다가 행주대교로 잘못 진입해 붙인 마티즈 별명 '행주현주'>


마티즈를 타고 교수님과 지방 출장도 다녀오고 이 차량을 타고 다니면서 현재의 배우자도 만났습니다.

강원도 국도도 넘어다니고 눈길도 거침없이 돌아다녔으며

젊은 혈기에 24시간동안 잠 한숨 자지 않고 전국을 다니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역시나 차량이 출력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약속시간에 늦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데 자의든 타의든 어쩔 수 없이 장거리 약속시간을 출발할 때

'아 이미 늦었구나' 생각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때는 아마도 대학원 연구실 프로젝트 때문에 세종시를 한달에 몇번씩 다녀와야 했었는데

조금 늦거나 이미 예상도착 시간이 애매할 때 시간을 맞추려 과속을 해야만 할 때마다 너무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성인을 몇명 태우고 고속도로에서 800cc라는 작은 엔진으로 아무리 수동이라 하더라도

130km/h의 속도를 내기가 힘들었고 물론 가능은 했지만 그렇게 운전을 하고나면 완전 녹초가 되었습니다.

긴 오르막을 만날 때면 에어컨 버튼을 눌러 끄고 미리 저단에서 RPM을 올려 가속을 해도

엄청난 소음과 낮은 출력으로 인해 점점 느려져만 갔고 고속주행 안정감이 현저하게 떨어지니

온 몸은 잔뜩 긴장한 채로 몇시간을 버텨야만 했습니다.


그때마다 속으로 '다음 차는 더도 덜도 말고 고속도로 130km/h 항속할 수 있는 차량'이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

왜냐면 고속도로에서 그 정도 속도로 항속만 해도 장거리면 10분 15분 정도는 충분히 앞당길 수 있는데

그것이 불가능해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이러다 죽겠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그런 생각을 시작으로 돈을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적지만 연구비가 있었고 부모님께서 주시는 용돈을 쪼갰고 장학금이 나오면 목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대략 한 해 정도를 모으고 나니 '1천만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생겼습니다.


몇천원 안하는 학생식당의 식비를 줄이기 위해서 집에서 밥을 하고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반찬으로 버티다가

반찬을 다 먹고난 뒤부터는 김치로 버티다가 그 마저 모두 소비한 이후엔 간장과 참기름만 싸가서 비벼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던 중 친구가 다른 원룸으로 이사를 해야하는데 제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 마티즈 리어 시트를 폴딩하고 커다란 우체국 박스를 몇개씩 싣고 짐을 척척 배달했었는데

그 조막만한 차량에 많은 짐이 들어가는 걸 저를 포함해 친구들이 아주 신기해하며 감탄을 했습니다.

이 때 앞서 항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과 함께 '해치백'의 실용성에 반해 다음 차량도 '해치백' 중 골라야겠다 마음을 먹었었죠.


이 시점부터 아마 천만원짜리 중고차를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었는데 물망에 올랐던 차량이 바로 뉴카렌스였습니다.

평이 좋은 NF쏘나타 바디에 연료비 저렴한 2,000cc LPi 엔진, 나름 7인승에 넓은 공간이 매력적이었죠.


구매 턱밑까지 갔었으나 집안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집에서는 차라리 코란도C나 아반떼MD 신차 중 고르면 일단 할부를 먼저 내줄테니 취업을 하면 승계해가라는 솔깃한 제안을 줬습니다.


그러나 2천만원이 넘는 코란도C는 부담스러웠고, 1,700만원 정도하던 엑센트 디젤 수동 풀옵을 보러 갔다가

비슷한 가격대의 아반떼MD의 실내를 보고나니 도저히 드림카였던 엑디수를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갈팡질팡 하다가 아반떼MD VGT모델 출시를 좀 더 기다리자 생각하고 전시장을 나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번은 (그당시) 여자친구와 여행을 갔다가 서울로 복귀하던 길이었습니다.

남태령을 지나 사당역 방향으로 막히는 길을 지나고 있는데 눈 앞에 6세대 골프와 짙은 회색의 아베오 해치백이 나란히 서있었습니다.

골프가 좌측 아베오가 우측이었는데 이 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아마 제 기억을 최대한 살리면 딱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입에서 튀어나온 첫 마디는 '어? 아베오 안꿀리는데? 였습니다.

(성능은 비교 대상이 안됩니다만 적어도 리어뷰가 그렇다는 겁니다.)


(좌) 6세대 골프, (우) 아베오 해치백

<▲(좌) 6세대 골프, (우) 아베오 해치백>


아직도 구형 아베오 세단의 뒷모습은 결코 용서가 안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본 해치백의 뒷모습은 의외로 마음에 들었고 독특한 앞모습은 이전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경험을 시작으로 급격하게 아베오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동호회에서는 아직도 기억나는 댓글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빈자의 포르쉐가 골프라면 빈자의 골프는 아베오다'였습니다.

아마 아베오 RS나 적어도 1.4 터보 아베오가 나온 후 였으면 어느정도 수긍할 수 있겠지만 그 당시 1.6 아베오로는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난 오버 또는 다운사이징 터보를 내다본 선견지명 아니었을까 합니다.


저 당시 6세대 골프만 해도 1.4 TSI 모델은 터보차저와 슈퍼차저가 모두 들어간 차량으로

주행감각이 바이크 같다할 정도로 시원스러웠으니 110마력 조금 넘는 1.6 자연흡기 아베오는 

성능적으로는 절대 결코 네버 세상이 두쪽나도 비교대상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핸들링이나 탄탄한 하체의 감각은 그 당시에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는 된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었습니다.

잔뜩 기대에 찬 제 눈에 '하와이안 블루' 색상의 아베오 해치백은 정말이지 너무나 예뻐보였습니다.

거기에 비인기 차종 + 비인기 색상 + 멸종위기 수동의 3종 세트는 엄청난 감가로 인해 중고가 가격도 아주 좋았습니다.


그때부터 평소에 심심하면 들어가 잠복을 하던 'SK엔카 직영몰(현 K-car)'를 탐색하기 시작했고

천안에 있는 곳에 차량 1대가 입고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계약금을 던진 후 바로 내려갔습니다.


차량 가격은 950만원. 무사고. 주행거리 4만km를 조금 넘긴 차량으로

출시 당시 최고등급(LT)에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는 정말이지 희귀한 차량이었습니다.

신차 가격은 당시 1400만원이 넘었으니 출시 2년만에 대략 500만원이 빠지는 엄청난 차량이었습니다.


2011년식 아베오 해치백 가격표

<▲2011년식 아베오 해치백 가격표>


딜러에게 가계약금을 걸고 당장 여자친구와 KTX를 타고 천안으로 향했습니다.

아주 약간 비가 오던 날로 기억을 하는데 매장 한쪽 구석탱이에 영롱한 파란빛을 내고 있던 아베오를 보고

제가 외친 첫마디는 '요인넹!(여기있네!)'였습니다. (그때부터 차 이름은 요인넹이 되어 버렸네요.)


이래저래 차량을 둘러보고 있자니 딜러분께서 신기한지 '이 차 찾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요?' 물어봅니다.

소수이긴 해도 아마 이렇게 비인기 차량이라 하더라도 유독 '파랭이+풀옵+수동'을 찾는 사람이 여럿 있었습니다.

동호회에서 매물 찾는 저를 포함한 하이에나들이 꽤나 있었으니 말이죠.


아무튼 안팔릴 것 같아서 가격 책정했는데 생각보다 더 높이 부를 걸 그랬다 하는데 묘하게 기분이 좋았고

기대 이상으로 차량 상태가 마음에 들어 그 자리에서 바로 금액을 지불하고 데려 나왔습니다.


사진을 세로로 찍던 시절이었네요.

차량을 타고 바로 주유소로 향해서 첫 밥을 먹이면서 찍었던 사진입니다.

지금보니 차량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중고 아베오를 데려온 첫 날, 첫 밥 먹이면서.

<▲중고 아베오를 데려온 첫 날, 첫 밥 먹이면서.>


위 사진이 2013년 8월이었고 글 쓰는 지금이 2020년 9월입니다.

저 당시 주행거리가 4만km였고 지금이 22만km입니다.


최근 폐차까지 고민하다가 (중고로는 안팔릴테니) 수리를 했는데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어렴풋이 처음 차량을 가지고 왔던 주행감각이 다시 떠오르네요.


그리고 이날 오후에 서울에서 일정이 있던 여자친구를 위해 무지막지하게 서둘러 복귀를 하면서

'적어도 130km/h 항속은 충분하겠다. 잘 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혹시나 2013년에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아베오를 샀을거냐 물어보신다면 대답은 아니라고 할겁니다.

대신 조금 더 기다렸다가 아베오 1.4 혹은 RS를 구입했을거라고 대답할 것 같네요.


속 썩이기도 하지만 아베오는 느리지만 좋은 차가 맞고 여전히 현역입니다.


* 6세대 골프 사진 출처 : http://www.newcarwallpaper.com/zoom/Volkswagen_Golf_6th_generation_8389_1280x800.html

* 아베오 5DR 사진 출처 : https://www.nadaguides.com/Cars/2016/Chevrolet/Sonic/Hatchback-5D-RS-I4-Turbo/Pictures

* 2011년식 아베오 가격표 출처 : 다나와 자동차, http://auto.danawa.com/auto/?Work=model&Model=2143&Lineup=34280&Tab=pr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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