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올 해 4월 중순부터 현대자동차그룹드라이빙익스피리언스(=HMG DX)에 참가하여 5월 중하순인 지금 N어드밴스드까지 줄 곧 이어오고 있습니다.
원래는 내가 뭔가를 직접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보니 남이 운전해주는 차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우연하게 하이스피드레이스택시를 타본 뒤 '서킷 레이스 택시'도 꼭 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연히 서킷택시도)
왜냐? 저는 글을 쓰는 현재 N어드밴스드까지 이수한 상태인데 본격적인 테크노링(=HMG DX 서킷명) 풀코스를 주행하려면 프로 드라이버가 어떻게 운전하고 어떤 라인을 타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레벨3까지는 다목적 코스와 재미있는 체험 위주로 진행이 되지만 N어드밴스드부터는 타이어 예열만 진행하고 바로 서킷 주행을 계속하게 되기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 말은 즉슨 서킷을 머리 속에 넣어두지 않으면 그 정신 없는 상황에서 레코드 라인을 제대로 탈 수도, 차량을 내 마음대로 컨트롤하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마치 저처럼 말이죠.
서킷 레이스 택시 가격은?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을 해주는 택시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250km/h를 넘는 속도로 주행하는 택시도 있고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며 달리는 것도 있고 험로를 주파하는 것도 있는데 오늘 이야기할 것은 서킷에서 아주 빠르게 달리는 것입니다.
각각의 택시는 저마다의 특성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짜릿한 택시는 역시 서킷 (레이스) 택시가 아닌가 싶군요. 그냥 내달리는거라고 생각을 하시면 금물입니다. 일반인들이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텐션으로 서킷을 내달리는데 교육을 계속 받고 있는 저도 당황할 정도로 빠릅니다.
거기에 '레이스' 택시이니 혼자서 빠르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2대가 스칠듯이 자리 변경을 하면서 주행하기 때문에 박진감이 상당합니다. 특히나 저는 김택준 드라이버와 상대방 차량은 김학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량을 탔는데 두 분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레이싱을 했기 때문에 합이 상당하다고 하더군요. 저는 사실 서킷을 좀 외우려고 생각했는데 그럴 정신이 없었던 건 비밀입니다..
서킷 레이스 택시에 사용되는 차량은 아반떼N 1종류 입니다. 하지만 서킷 주행에 최적화된 아반떼N이라 하더라도 레이스 규격인 R튠이 들어간 차량으로 고성능 타이어, 버킷시트, 6점식 안전벨트, 롤케이지가 들어 있고 안전을 위해 바라클라바와 풀페이스 헬멧 그리고 한스(HANS)까지 착용하고 들어가게 됩니다. 바라클라바, 한스 그리고 풀페이스 헬멧만 써도 뭔가 느낌이 달라집니다.
나홀로 다니는 서킷택시보다 2대가 같이 달리는 서킷레이스택시가 딱 2배 비쌉니다. (아반떼N 기준) 그러니 제가 참여한 것이 4만원인데 아반떼N 혼자 달리면 2만원(EV6 GT 3만원)인지라 상당히 저렴한 편인데 만족도는 충분히 값어치를 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테크노링 풀서킷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도 유익하겠지만 그냥 면허가 없는 분들이라 하더라도 꼭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정말 웬만한 놀이기구보다 짜릿할테니 말이죠.
목적에 맞는 것이 좋다.
서킷 레이스 택시를 탑승했던 날 오후에 N어드밴스드 프로그램에 참여가 예정되어 있었고 겨우 2일 전 제네시스 레벨3에서 탔었기 때문에 서킷 풀코스의 택시 주행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레벨3에서는 인스트럭터가 내가 운행하는 차량에 탑승하여 직접 운전을 해주기 때문이죠. 그때 첫 느낌은 아주 그냥 저세상 텐션이라는 겁니다. 제가 겨우겨우 따라가던 그 텐션은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동일한 차량인데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다만 고출력 3.3T 엔진이 들어간 AWD G70은 서킷에서 다소 출렁거리기 때문에 고속 코너를 지날 때는 꽤나 무섭게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아반떼N의 경우는 아주 편안했습니다. 원래 태생 자체가 출고 상태 그대로 서킷을 어느 정도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진 차량이기 때문에 공공도로에서보다 이런 서킷과 같은 곳에서는 오히려 아주 편하고 안전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출력이 더 높은 G70 3.3 모델이나 EV6 GT 모델이 직선 구간에서는 더 빠르긴 합니다. 그런데 이 서킷은 3km가 조금 넘는 총 길이에 코너만 16개에 해당되기 때문에 역시나 아반떼N에게 유리한 서킷입니다. 직전 최고 구간이 600m가 겨우 넘는 정도이니 말이죠.
가장 크게 체감되는 부분은 역시나 코너입니다. 코너를 앞두고 중량 때문에 아주 멀리서부터 감속을 해야하는 전기차와는 다르게 아반떼N은 아주 간결하고 빠르게 감속을 할 수 있기에 유리합니다. 또한 코너에 진입했을 때 그립 좋은 타이어를 가지고 언더스티어를 제어하면서 탈출하는 그 매순간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나만 잘 달리면 된다?
하시는 분들이라면 서킷 레이스 택시보다는 조금 더 저렴한 서킷 택시가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홀로 주행하는 것이니 레코드 라인을 어떻게 도는지, 내가 타는 차량의 특성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제대로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킷 레이스 택시는 2대가 경합하는 것을 연출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환경에서 어떻게 차를 컨트롤하고 대응하는지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내가 레코드 라인으로 달리고 있는데 코너를 앞두고 라인 주행을 하려고 했으나 경쟁 차량이 그 라인을 비집고 들어오면 당연히 나의 라인은 방해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코너를 탈출할 때 부풀어버리는 상대방 라인 안쪽으로 다시 비집고 들어가면서 역전을 하는 걸 볼 수 있죠.
역으로 내가 상대방을 추월하려면 레코드 라인이 아니라 안쪽 라인에서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데 더 빠른 속도로 들어가되 코너 탈출에서 너무 큰 원을 그리지 않도록 훨씬 더 빠르게 감속을 하는 것을 경험해본다면 정말 신기할 정도의 느낌이 드실 것 같습니다.
슬픈 사실 하나
다만 이런 택시 주행에서는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저처럼 안경을 쓰는 분들이라면 풀페이스 헬멧을 쓰면 안경을 쓰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좀 고생스럽습니다. 틈사이를 비집고 넣으면 될 것 같지만 그 얇은 안경다리 하나 편하게 들어갈 공간이 없을 정도로 타이트하기 때문에 안경다리가 부러지거나 휘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버킷 시트에 앉아있을 때 그냥 몸에 힘을 빼고 앉는게 아니라 두 발을 정확하게 바닥을 딛고 등을 시트에 살짝 민다는 생각으로 앉아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를 포함하여 온 몸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거리게 될테니 말이죠.
닫는 글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N어드밴스드를 수료하고 제공해준 액션캠 영상을 보면서 제가 어떻게 운전을 했는지 반성하고 있습니다. 저의 주행 영상도 도움이 되지만 저는 서킷 레이스 택시의 주행 영상을 촬영했는데 물론 연출을 위해 레코드 라인을 벗어나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레코드 라인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네요.
이 영상을 두고 두고 반복해서 보면서 다음에 참가할 때는 테크노링 풀서킷이 머리속에서 앞의 코너와 그 다음의 코너가 훤히 보일 때까지 돌려보고 또 돌려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겠습니다.
아마추어 레이스든 타임 트라이얼이든 뭐든 준비를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꼭 서킷 레이스 택시나 서킷 택시를 타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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