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할까말까 할 때는 해라'
뭐 이런 말이 있죠. 오늘 하루가 딱 그런 날이었습니다.
추석 연휴를 보내고 개인적으로 큰 일을 넘기고 바쁜 주말을 보낸 뒤 맞이하는 월요일 첫 날, 재미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바로 온비드라고 하는 국가 공기업의 '공매 차량' 사이트에서 본 차량을 실제로 본 날이었죠.
기회는 굉장히 우연하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매번 '생각만 할 뿐 실제로 옮길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었는데' 같은 회사의 이사님이 차량의 엔진오일을 교체하러 가는 겸사 주변에 딱 제가 실물이 궁금했던 차량이 있었던지라 보고 왔기 때문입니다.
공매와 경매의 차이가 좀 있습니다. 제가 전문가가 아닌지라 정확한 설명일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히스토리에 문제가 있는 차량'을 낙찰자에게 부담시키며 경매자에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경매'라고 한다면, 국가 및 공기업에서 필요에 의해 사용하다가 더 이상 필요치 않다(=새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결론에 의해 '불용품을 팔아버리는 것이 바로 공매'입니다.
특히나 오늘 보러간 차량의 경우, 2011년식 차량인데 누적 주행거리가 무려 2만km 정도 밖에 안되는 차량이었습니다. 10년된 차량이라고 생각하면 1년에 고작 2천km밖에 주행하지 않은 차량이고 사진상으로도 굉장히 깨끗해 보였기 때문에 실물이 너무 궁금했고 때마침 회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이 차량의 경우, 실제 입찰로도 이어졌는데 공매 입찰 과정 및 그 결과에 대한 것은 별도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구경한 차량의 간단한 스펙을 정리하자면 일단 최저입찰가 242만원, 보험이력은 내 차 피해 450만원, 타 차 피해 870만원 이력이 있는 차량입니다.
어떤 차량에, 그리고 왜 보러 간 것인지?
죠스바로 불리우는 차량입니다. 3세대 sm5에 해당하며 희대의 망작이라 할 정도로 소비자에게 외면 받은 차량이기도 합니다. 2011년 차량으로 2.0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에 그 당시 도전적이었던 cvt 변속기를 적용한 차량입니다. 이후에 이 차량은 앞모습이 대거 변경이 되었는데 제가 만나본 차량은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인 차량으로 아주 못생긴 차량이기도 합니다.
온비드라고 하여 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매 사이트가 있고 거기에는 사진도 있습니다. 감정 평가서도 있는데 이 차량을 굳이 보러 간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아래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감정평가를 할 때 당췌 제대로 된 사진을 찍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진의 비율도 엉망이고 아래 예시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제대로 촬영'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대충 대충 사진을 찍는 편이며, 무엇보다도 움직이는 차량이니 '반드시 현장에서 실물을 확인할 것'이 필수사항이니 그렇습니다.
일단 차량을 찾으러 가봅니다. 처음에는 제가 입찰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차량이 있는 곳에 방문만 하여 차량을 찾은 뒤 외장만 구경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감정평가서에 나오는 사진에 있는 곳에는 차량이 없었고 10분 정도 헤매다가 결국 전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온비드에 접속하면 담당자의 연락처가 나와 있습니다. 매각 담당자와 통화를 하여, 그냥 외관만 보고 갈테니 차량 위치만 알려달라고 하였지만 아주 친절하신 매각 담당자께서는 직접 내려와서 차량을 보여드리겠노라 하였습니다.
지하 2층에 물건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담당자가 내려오기 전 먼저 차량을 찾았고 첫 눈에 '이 차량이 이 정도 가격이라면 충분히 사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성비 등급인 SE등급이지만 후방 감지기도 있고 후방 카메라(애프터 마켓)도 있음을 확인했으며 전반적으로 차량이 정말 깨끗했기 때문입니다.
리어 범퍼를 자세히 바라보니 얇은 기둥 같은 곳에 살짝 부딪힌 흔적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실제 사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입니다. 또한 옵션이 꽤나 빠진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LED보조 제동등이 적용되어 있다는 점은 아주 좋은 구성입니다. 이 당시 중형차라 하더라도 보조제동등이 빠진 차량이 상당하기 때문이죠.
우측면을 봐도 리어 휀더도 깨끗하고 도어에 그 흔한 '문콕'도 없었습니다. 다만 우측 테일램프 하단에 보면 뭔가 거뭇거뭇한게 보이죠?
닦이는 건가 싶어 가까이서 보니 안타깝게도 어디에서 칠이 묻어버린 손상이 아니라 분명히 도장이 벗겨지고 긇힌 것이 분명한 파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플라스틱으로 된 리어 범퍼에 속하는 부품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냥 타고 다녀도 녹이 슬거나 할 일이 전혀 없으니 말이죠.
전측면부터 차량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이 차량의 최저 입찰가(242만원)를 생각하면 더욱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차량을 대략 300만원 정도로 구입할 수 있다면 혹여나 부족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감내하고 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왕 막타고 버리는 차량이라 하더라도 기왕이면 깨끗하고 주행거리 짧은 차량이면 좋을테니 이만한 차량이 없습니다. 초보 운전이라고 작은 차량 탈 필요없죠? 적당히 큰 차량을 경험해봐야 운전실력이 늘고, 운전에 자신감이 붙었을 때 그 어떠한 차량이라도 몰 수 있습니다.
전면부를 보겠습니다. 제가 모자이크 처리를 했기 때문에 잘 보이진 않지만 앞 번호판이 다소 손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이 차량의 경우 보험 처리 내역이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이 차량이 사고로 인해 보험처리를 할 당시만 해도 차량의 번호판은 차량의 기본 적용품이 아니므로 사고로 인해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을테니 이 차량의 실수로 인해 상대방 차량을 추돌하여 기록이 남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 차 피해 금액 450만원이 적은 비용은 아니지만 수리 공임과 부품 대금이 상당한 르노삼성자동차임을 고려한다면 아무래도 최소 앞범퍼와 프론트 라디에이터 정도까지는 파손이 있어 교체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따라서 자세히 사진을 보면 후드(=보닛)의 좌우 단차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량 좌측이 더 넓죠.)
사고 때문에 교체를 한 것인지 아니면 이 차량이 주차되는 환경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헤드램프 어셈블리 렌즈의 상태가 아주 뛰어납니다. 아래사진과 같이 깨끗하고 프로젝션 램프까지 아주 말끔해 보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프론트 범퍼 측면을 보면 기둥 같은 곳에 살짝 문질러서 발생한 스크레치를 볼 수 있는데 10년 넘은 차량임을 고려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차량의 좌측면을 봐도 우측면과 같이 깨끗합니다. '내 재산이 아니니 막 타도 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린 공기업 차량임을 고려한다면 말도 안될 정도로 깨끗하죠.
아주 디테일하게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리어 휀더 좌측면에 아주 살짝 긁힌 손상이 눈에 보이는데 이는 분명 외부 물건의 칠이 묻은 것이기 때문에 컴파운드 같은 것으로 문질러만 주면 분명히 없어질 것 입니다.
차량의 소모품 중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휠, 타이어 그리고 브레이크를 살펴봤습니다. 205/60R16 타이어가 적용되어 있는데 전반적으로 휠 손상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휠 상태도 좋았고 타이어는 20년 생산품으로 마모도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프론트 및 리어 브레이크 디스크의 상태를 봐도 불필요한 마모도 없었기 때문에 이 차량을 가져오게 된다면 그냥 300만원, 3년을 생각하고 아무런 고민없이 막 타다가 교체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공매를 할 때 주의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공매 차량의 경우 경찰/소방/시군구청/공기업 등에서 사용하던 차량이 많은데 아래와 같이 별도의 식별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고 경찰이나 소방의 경우 도색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매를 낙찰 받았을 경우, 소유권 이전 이전에 이러한 표식을 모두 없애야만 이전이 가능하므로 도색이 들어간 차량은 상당히 부담스러운데 반해 제가 본 차량은 우측 프론트 도어 패널 외측에 간단한 스티커만 붙어 있었기 때문에 그냥 뜯어내고 그 결과를 사진으로 발송하면 됩니다. 이것도 차량의 가격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이죠.
앞서 매각 차량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내려와서 차량을 구경 및 설명해주셨다고 말씀드렸죠? 기왕 내려오신 김에 실내 구경과 함께 시동 한 번 걸어달라고 요청을 드렸습니다.
시동이 걸리는데 초기에 대략 1초 정도 엔진 실린더의 노킹음이 들리긴 했습니다. 오랫동안 시동을 걸지 않아 엔진오일의 윤활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차량 연식을 고려했을 때 노후화로 그럴 수도 있지만 방전없이 한 번에 시원하게 시동이 걸렸고 불필요한 진동이나 소음을 발생시키지 않았습니다.
누적 주행거리는 제가 확인했을 당시 불과 20,675km에 불구했습니다. 2011년식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제 2011년식 아베오는 현재 27만km를 넘긴 상황입니다.. 동일한 연식인데 제가 1년 안에 타는 주행거리를 이 차량은 전체 수명동안 탔다는 것이네요.
이 당시 아마 PE→SE→SE블랙→SE블랙플러스→LE→RE등급으로 구성되어 있었을겁니다. 비교적 낮은 se등급이지만 오토에어컨에 심지어 좌우 독립적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들어 있었습니다. 각종 버튼의 상태만 봐도 정말이지 마모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요.
이 차량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시트의 상태였습니다. 아무래도 직원 1, 2인 정도가 사용했을 것이기 때문에 시트의 상태를 보면 정말이지 거의 새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시트는 사람으로 치면 주름과도 같아 교체를 하지 않은 이상 노후화를 감추기가 어려운데 1, 2열 시트 모두 깨끗합니다.
더군다나 2리터급 중형 세단이 갖추어야 하는 3대 덕목 중 최소 2개를 갖추고 있습니다. 2열의 온도 조절을 위한 2열 에어벤트(=송풍구)와 탑승객의 편안한 휴식을 위한 2열 암레스트(=팔걸이)가 그것인데 10년이 넘은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2열 도어 트림에 보이는 스피커만 봐도 2열에 상당히 신경을 쓴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닫는 글
현재 저는 이 차량의 구입하기 위해 투찰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공매 투찰 및 결과에 대해선 공매 완료 후 포스팅 예정)
그런데 막상 투찰을 해놓고 나니 그럴리 없겠지만 정말로 낙찰을 받게 되면 어떡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제가 타고 다녀도 되긴 하지만 저는 일단 제 아베오를 더 타야하니 필요하지가 않습니다.
혹시나 해서 제 가까운 지인분이 현재 쓸만한 중형차를 찾고 계시는 분이 있어 아래와 같이 문의해봤습니다. 일단 거져가지는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나왔고, 제 투찰 과정을 옆에서 본 회사 팀장님도 혹시나 정말로 낙찰 받으면 본인에게 알려달라고 하네요.
앞으로 공매차량 구경을 솔찬히 다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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