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요즘 '과학'이라는 말로 쓴소리를 듣는 몇 차종이 있습니다. 괜히 자극스러우니 구체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을텐데, 여러 차량들 중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렌터카+K5'를 타보게 되었습니다. 도심 시승기라고 언급한 이유는 이 차량으로 고속 장거리는 경험하지 못했고, 서울 도심만 며칠에 걸쳐 운행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혁신이라는 말의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1세대 K5는 멋스러운 외형에 비해 주행 감각이나 내실은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에 기아는 2세대를 내놓게 되면서 '눈에 보이는 외형'보다도 '운전 그 자체'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하지는 못했고, 대부분 서울 도심에서만 경험을 했는데 그 소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차량은 2019년식으로 2세대 출시 후 한 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모델로 일명 '더뉴K5'라고 불리는 차량입니다. 그 중 렌터카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LPG(LPi)' 모델이죠.
2세대 더뉴K5 LPi 도심 시승기
1세대 K5는 엄청나게 많이 팔렸던 차량인지라 얻어 타본적도 있고 운행을 해본적도 있습니다. 특히 회사 차량으로 1세대 K5 LPi 모델이 있어 운행할 일이 많았는데, 차급을 고려하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노면소음과 시원한 출력 대비 뭔가 헐겁게 느껴지는 승차감과 손맛이 아쉬운 차량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후 이후 3세대 K5 2.0 가솔린 차량을 먼저 타본 뒤 이번에 2세대 LPi 모델을 타보게 되었죠.
렌터카로 주어진 차량이다보니 대부분의 옵션이 빠진 소위 '깡통트림'에 가까운 차량이었습니다. 19년식이니 3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누적 주행거리는 대략 5만km로 잘 무르익은(?) 상태였습니다.
이전 LPi 차량들은 별도의 LPG버튼이 있었습니다. 1세대도 그랬죠. 이 버튼은 겨울철 연료 라인이 얼어붙어 시동성을 해치지 않도록 버튼을 누르면 연료 공급이 차단되고 연료펌프에서 엔진으로 이어지는 호스 내부의 가스를 완전히 소진한 뒤 시동이 꺼질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2세대부터는 이 기능이 삭제되었고 시동 버튼을 눌렀을 때 가스 펌핑에 꽤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아 차량에서 스스로 컨트롤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가스차를 처음 타시는 분들이라면, 시동 버튼 눌렀는데 시동 안걸린다고 마구 누르지 않고 조금 기다리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아래사진에 보면 아시겠지만 주차 브레이크가 발로 밟는 방식이 적용되어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1세대와 동일)
덕분에 센터콘솔의 공간이 여유롭고 센터콘솔의 암레스트도 제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컵홀더 크기도 충분하고 기어 레버도 요즘 유행하는 버튼이나 다이얼식이 아닌데 오히려 저는 편하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운전 자세에 조금 민감한 편인데 전동시트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원하는 자세를 맞출 수 있었습니다.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너무 휑하다 싶을 정도로 심플한 모습입니다. 그래도 직관적이라 아주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실제로 디자인 외에 불만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참고로 모니터는 애프터 마켓에서 설치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법적인 의무사항이다보니 TPMS도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트립 컴퓨터의 기능들 중 굳이 뺄 필요가 있었나 싶은 것들도 빠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연비와 주행가능거리를 나타내주는 것인데, 가솔린 차량에는 들어있지만 LPi 모델에는 삭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신뢰도가 낮은 연료 게이지에 의존해야 하는데 가스차는 마지막 1/4 지점 이하에서는 급격하게 내려가는 경우가 있다는 점 알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요즘 경차에도 기본으로 들어가는 오토라이트도 삭제가 되어 있습니다. 도로에 간혹 목격되는 스텔스 차량들을 양성하게 된 것에는 제조사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한 가지 특이점이 있는데 그냥 라이트를 켜둔 상태로 늘 타고 다녀도 된다는 것입니다. 라이트를 굳이 끄지 않고 문을 닫고 시동을 끄면 라이트가 꺼지기 때문에 라이트 조절 레버를 조작하는 것 조차 귀찮은 분들에게는 나와 남의 안전을 위해서 그냥 켜고 다니시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기대도 안했는데 재미있는 기능이 들어가 있는데 바로 '스마트 트렁크(≠전동트렁크)'라는 기능입니다. ON/OFF를 설정할 수 있고 차키를 가지고 차량 트렁크 주변에 서 있으면 트렁크를 열어주는 기능입니다. 마트 등에서 사용하면 꽤나 편리한 기능인데 기본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서서히 역사 혹은 추억으로 희미해지는 것이 바로 악명 높던 '현대기아의 MDPS'입니다. 전자식 스티어링휠의 완전 초장기었던 포르테쿱의 것을 처음 경험해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후에 몇몇 차량을 더 경험하면서 뭔가 보타를 계속 해줘야 하고 뭔가 운전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mdps가 미웠는데 2세대 k5에서는 그런 걱정을 완전히 지울 수 있었습니다. 세팅이 완벽하다까지는 결코 아니지만, 결코 불편하지는 않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휠은 차량에서 가장 작은 옵션인 205/65R16이 들어가 있습니다. 덕분에 도톰한 사이드월을 볼 수 있는데 약간 어둡게 틴팅되어 있기 때문에 디자인을 나무랄 것은 없어보입니다.
이 정도 사이즈라면 추후 교체할 때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차량도 비교적 날렵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16인치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서스펜션이 좀 단단하다고 느껴집니다. 공기압을 제가 직접 맞췄기 때문에 공기압 문제는 전혀 아니고 조금 더 부드러워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타이어 편평비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딱딱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차피 도심에서 편하게 탈 목적으로 만들어진 차량이다보니 목적에 부합하려면 조금 더 풀어줬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현대기아 차량을 떠올렸을 때 대표적으로 우려되는 것들이 있는데 앞서 언급한 mdps가 있고 그 다음은 패달 세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감속 패달 모두 초기에 반응성을 몰아버린 방식이기 때문에 차량이 신경질적이라 운전자가 발끝에 신경을 쓰느라 지쳐버리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2세대로 진화한 뒤 페이스리프트를 한 번 거치면서 이러한 점이 많이 개선 되었습니다. (좋다는건 아닙니다.)
가속 패달을 먼저 보면 제가 결코 좋아하지 않는 방식인 오르간 방식의 패달이 택시 모델에도 기본 적용되었는데 다소 묵직한 방식으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기대보다 꾹 밟아줘야 차량이 움직이게 되는데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도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는 너무 가볍더니 이번에는 개발자들이 '쳇! 그러면 이번에는 완전히 무겁게 만들어버릴테다!' 이런 복수심으로 만든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이 변했습니다.
브레이크 패달은 감각이 조금 무디게 변경되었지만, 기존 대비 무게감만 변했지 초기에 몰려있는 세팅은 여전합니다. 발로 컨트롤하는 부품이다보니 좀 직관적이고 운전자의 기대와 차량 반응을 비례적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는 없는건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앞서 패달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파워트레인은 장점입니다. 2000cc 배기량과 자동 6단 변속기의 궁합은 오래되었지만 좋은 편입니다. 특히 변속기는 이제 8~10단이 나오는 시대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조금 부족해보이지 않을까 싶다가도 실제로 운행을 해보면 오히려 잘 무르익은 변속기 덕분에 동배기량 가솔린 대비 부족한 출력을 잘 만회시켜 줍니다. 특히 급격한 가속 환경 이외에서는 가솔린 모델 대비 출력 부족을 체감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수동 모드로 전환하여 변속을 해보면 변속 딜레이가 이렇게 길었나 싶을 정도로 반응성이 엉망이지만, 적어도 도심에서 부드럽고 부족하지 않은 출력이라는 점은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1세대와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많이 변했습니다. 주행 감각도 많이 진중해졌고 소음 처리 부분에 있어서도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단순히 세대가 변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탈바꿈했다고 해도 될 정도 입니다.
3세대 2.0 가솔린 차량과 비교를 해보면 답답한 변속기 반응이 싫으신 분들에게는 오히려 2세대 lpg 모델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나머지는 역시 3세대가 압승이지만, 가격도 압승) 3세대의 2.0 가솔린도 동일하게 6단 자동 변속기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끊임없이 운전자의 의지를 꺾으려고 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운전을 하다보면 짜증이 몰려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2세대 lpg 모델에서는 변속기로 인해 스트레스 받을 일이 크게 없었습니다. 물론 도심 주행에 최적화 되어 있다보니 고속도로 주행에 있어서는 감점 요인이 될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차량 구입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차량 운행의 대부분을 도심에서 보내게 될테니 충분히 좋은 차량이라 하겠습니다.
대단한 장점도 없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없습니다. 그저 두루 만족스럽습니다.
Epilogue.
아직까지는 가솔린 대비 저렴한 연료비에 1500만원 정도로 상태좋은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으며, 답답하지 않은 출력에 정비가 두렵지 않으며, 2열에 승객을 탑승하더라도 충분한 공간까지 갖춘 차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면 2세대 더뉴k5 lpg모델은 역시나 그 입지가 탄탄하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과학이라고 놀림받는데에는 그만큼 많은 판매가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미지는 크게 신경 쓸 필요없습니다. 제 차량인 아베오는 놀리는 사람도 없고, 그나마 이런 차가 있다는 걸 아시는 분들은 도로에서 보이는 로또를 사야 한다고 하죠.
지금 시점에서 대부분 도심 위주, 승객 탑승 위주로 편안한 마음에 적당한 중고 차량을 찾으시는 분들에게는 2세대 더뉴k5를 추천드릴 수 있습니다. LPG 차량에 있어서 현대기아는 잔뼈가 굵은 편이고 실제로도 잘 만들죠.
다만 2세대 모델까지는 트렁크에 봄베가 들어 있기 때문에 트렁크 공간 희생은 감수를 해야 합니다. LPG 차량을 패밀리카 등 전천후로 사용해야 한다면 돈을 더 주더라도 3세대로 가야 합니다. (3세대부터는 트렁크 하부 도넛 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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