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몸이 온전치 못한 마이라이드 입니다.
부품은 이미 사놓고 계속 미뤄 둔 채 부품을 하나 둘 사모으기 시작하다가 평일 휴일 맞이하여 오랜만에 큰 자가 정비를 하고 왔습니다. 일단 오늘 교체한 부품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름이 있는데, '밸브커버', '캠샤프트커버', '로커암밸브 커버'의 기밀성을 책임지는 가스켓입니다.
일단 부품 자체는 얼마 안합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15000원 정도인데, 해외에서는 이 가스켓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했는디 파란색의 조금 더 두툼한 부품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저와 같이 누유가 있으신 분들은 아마존 등에서 대용품을 구입하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작업은 쉬는 시간, 짜증내는 시간 모두 포함하여 무려 5시간 30분 정도나 걸렸는데 저처럼 병자만 따라하시고 웬만한 분들은 그냥 정비소가서 공임 드리고 하시는걸 권장드립니다.
아베오 현황
일단 제 차에 대한 설명을 간단하게 드리면 2011년식 1.6리터 아베오 수동 차량이고, 현재 257,9000km을 기록 중입니다. 엔진 미세 누유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지난 번 점화플러그 교체하면서 누유가 코일 쪽으로도 진행되고 있는 걸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래도 운행에는 큰 불편함이 없었던지라 그냥 무시하고 타고 다니면서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하나씩 사모으고 있었고, 공부를 좀 해보니 보통 밸브커버 가스켓을 교체할 때 밸브커버 어셈블리 자체를 교체한다고 하나 비용이 10만원으로 고가이다보니 일단 그냥 가스켓만 교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동안은 그냥 차량이 별 탈 없이 버티곤 했었는데 근래 들어 고장 코드 'P0304'가 뜨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고장 코드 소거 후 또 며칠 멀쩡하다가 'P0301' 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었고, '엔진오일 누유가 심해서 점화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으니 이제는 수리를 하자'는 생각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참고로 P0301~P0304는 엔진 실화 감지를 의미합니다.
아베오 밸브커버 가스켓 교체 하기
- 필수도구 : E10 소켓, T40 별비트, 가스켓 신품, 장갑, 기름 닦아낼 수 있는 천이나 키친타올
- 사용도구 : 토크렌치, 여러가지 송곳, 헤라 세트
일단 여러가지 도구를 챙겨나갑니다. 단순히 가스켓만 교체하실 분들은 도구가 훨씬 적을 수 있는데, 엔진오일 누유가 차량 외부 뿐 만 아니라 저처럼 내부(점화플러그)로도 진행되는 분들은 점화플러그 교체 도구까지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자, 일단 한숨을 쉬면서 엔진을 위에서 바라봅니다. 밸브커버를 분리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작업는 엔진 상부와 우측에 있는 와이어링 하네스 홀더, 위쪽 뒤에 있는 브리드 호스, 엔진 좌측에 보이는 와이어링 하네스 그리고 점화코일의 탈거입니다.
이게 나열하고 말로 하면 쉬운데 정말이지 와이어링 하네스와 홀더를 분리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 이유는 분리하는 법을 몰랐고, 워낙 연식과 주행거리가 많은 차량이다보니 조금만 건들여도 바스라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점화코일 커버는 그냥 손으로 뽑아내면 끝입니다. 아래에 보이는 것이 10만원이 넘는 점화코일인데 제 차량의 경우 10만km 중반 정도에 한 번 교체를 해줬습니다. 고장 증상은 가속 패달을 밟을 때 엔진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나면서 차량 엔진이 울컥 거림이 시작되고, 점점 빈도가 잦아지면서 시동 또는 주행 불가한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자가 교체 방법은 아주 간단하기 때문에 10만km를 넘긴 가솔린 차량이라면 예방 정비로 미리 한 번 교체를 해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점화코일은 아래와 같이 T40 규격의 별모양 비트로 열고 닫아야 합니다. 크기가 좀 큰 마이너스 드라이버로도 가능은 하지만 괜히 모험하지는 말자고요.
점화코일이 보이는 상태만 되었는데 이미 뭔가 불길합니다. 아래와 같이 코일이 실린더 위쪽에 들어가는 상부에 엔진오일이 비치고 있습니다. 점화플러그를 교체해 보신 분들은 아실텐데, 점화플러그가 상당히 깊이 들어가게 되는데 여기에 오일이 비친다는 것은 차량 상태가 영 좋지 못하다는 걸 의미하죠.
점화코일을 뽑아냈는데 상태가 심각합니다. 2020년 6월 점화플러그 교체할 때는 분명히 2, 3번(아래사진 기준 우측부터 1번)만 오일이 보였는데 이제는 모든 실린더에 오일이 들어 있고, 그 양도 상당했습니다. 이 코일을 닦아 내는 것도 상당히 고생스러웠네요.
점화코일만 뽑아낸 상태로 점화코일 상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순서대로 1, 2, 3, 4번이고 엔진을 바라 봤을 때 좌측(벨트부)부터 1번입니다. 1번 실린더는 점화플러그 헤드가 살짝 보이는 상태입니다.
2번은 플러그 접점부만 살짝 보이는 정도로 엔진오일 유입이 많네요. 얼마전 엔진오일 교체할 때 4.3리터를 주입했는데 4리터만 나오던데 오일필터가 200ml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100ml 어디갔나 했더니 여기에 모여 있었군요...
3번은 더 심각합니다. 접점이 보일듯 말듯 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이 상태에서 그동안 코일에서 플러그로 고압의 전기를 만들어 줬던 것만 해도 상당히 감사할 따름입니다.
에러코드가 떴던 주인공인 4번 역시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가만히 떠올려보니 처음 실화가 발생했을 때 냉간 시동을 걸었더니 초기에 약간 푸드덕 거리면서 시동이 걸렸었는데 이러한 상태에서 실화(miss fire)가 발생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탈거작업에 들어갑니다. 저는 일단 엔진 좌측에 있는 와이어링 하네스를 분리하는데 워낙 오래되고 경화가 진행되다보니 하네스를 감싸고 있는 플라스틱 배관 보호 외측 테이프가 다 삭아버려서 만지면 만질수록 바스러져 버렸습니다. 이 점은 유의를 하셔야 하는게, 밸브 커버를 열었을 때 이 부서지는 테이프가 밸브커버 안으로 들어간다면 오일 순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엔진 상부에 보면 연료 공급 파이트가 아래에 보이는 브라켓에 고정되어 버티고 있는데 롱노즈로 잡아서 밀거나 아니면 그냥 대각선으로 기울이면서 잡아 당기면 빠지게 됩니다. 아래 상태는 탈거 상태로 이것을 한쪽으로 밀어놔야 작업이 편합니다.
와이어링 하네스 커버 상부의 것을 먼저 탈거한 상태입니다. 저는 위로 들어 올리니 탈거가 되었는데, 아마 이전에 흡기매니폴드 교체를 하면서 정비사가 한 번 열었던지라 쉽게 탈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배선 정리도 엉망이고 커넥터 고정 클립도 체결하지 않았으며 커버도 일부 파손되어 있더군요. 바로정비에서 교체를 했었는데 주행 중 히터코어 아웃렛 호스가 빠져버렸던게 괜한 것이 아니었던 것 같네요.
이제 우측의 홀더를 벗겨내는데 홀더의 일부가 파손되어 버렸습니다. 다만 체결이나 사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마지막에 와서야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래사진과 같이 홀더의 중앙부를 눌러주면서 잡아 당겨야 깨지지 않고 쉽게 분리가 될 것이니 참고하시는게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엔진 상부 뒤쪽에 숨어 있는 호스를 하나 탈거해줘야 합니다. 아래와 같이 고정 클램프가 걸려있는데 롱노즈나 끝단이 휘어 있는 송곳 같은걸로 잡아 당기면 아래와 같이 ㄱ자로 꺾인 곳이 홈에 위치하면서 락이 해제 됩니다. 어려울 것 같았는데 그나마 도구가 있어서 그런지 쉽게 작업할 수 있었네요.
이제 대망의 밸브커버 고정 볼트를 풀어낼 일만 남았습니다. 여기서 양심고백 하나 하자면, '다 풀었겠지' 하면서 바로 벗겨내려고 하다가 몇 시간을 허비했던 것 같습니다. 아래사진에 빨간색으로 표시한 것처럼 총 11개의 볼트를 풀어내야 하는데 저는 점화코일 커넥터 하부에 있는걸 못봐서 엄청난 고생과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습니다... 혹시나 도전하시는 분들은 볼트의 개수를 새어보면서 작업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참고로 볼트는 일반적이지 않은 유형입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별도의 별모양 소켓이 있어야 하고, 크기는 'E10'이라는 규격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볼트는 완전하게 분리되지 않고 커버 자체에 고정되어 있으니 분실 위험이 없습니다.
볼트 하나를 풀지도 않은 채 '캬... 25만km만에 처음 열어보는 것이니 정말 강력하게 고착되었구나!' 이딴 생각을 하면서 별 고생을 다했습니다. 물론 이런 작업없이 가능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보니 해외에서는 드라이버 하나로 열더니 저는 필러 게이지를 가지고 하나씩 겹치면서 공간을 만들어나갔습니다. 망치로 조금씩 두드려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상당히 고생은 했지만 아직도 밸브 커버를 열고 바라봤을 때의 희열은 잊을 수가 없군요. 참고로 아직 닦지 않은 상태입니다. 25만km를 넘겼고 엔진오일 누유도 있는 차량이지만 이 정도면 꽤나 괜찮지 않나요? 열기 직전에는 슬러지가 얼마나 많을까 싶었는데, 국소적으로 약간씩만 있을 뿐 밸브 자체의 마모도도 좋고 전반적으로 정말 깨끗했습니다.
참고로 엔진오일은 웬만하면 국산 정유사에서 파는 것을 사용 중이고 1년/1만km 정도로 교체를 해주고 있으며 별도로 첨가제를 넣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다만 평소 꽉 막히는 서울시내 주행도 많기에 주기적으로 한 번은 장거리 주행을 하려고 노력하고 너무 살살 다니지는 않는 편입니다.
고장 코드가 떴던 4번 실린더 주변에 보면 슬러지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가스켓이 덮고 있어야 하는 지리지만 제대로 자리하지 못해서 오일이 조금씩 지나다가 열로 인해 마르기를 반복하면서 생긴 것이 아닌가 싶네요. 다행히 긁어내니 쉽게 없어졌습니다.
1번 실린더 주변에 보면 높낮이가 달라지는 곳이 있는데 이 곳 주변에도 슬러지가 확인이 됩니다. 누유가 굳은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꺾이는 곳에 누유 발생 가능성이 높으니 잘 닦아줘야 합니다.
청소를 위한 별다른 도구는 없었고, 일자 드라이버와 브레이크 크리너를 사용해서 최대한 닦아 줬습니다. 더 반질반질하게 닦고 싶었지만 이때부터 날도 추워지고 몸도 너무 지쳐버려 이 정도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볼트 하나 안풀고 힘을 줬던게 걱정이 되던 밸브커버 상태입니다. 안쪽에 별다른 특징은 없고, 기존에 있던 가스켓을 벗겨내 줘야 하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보통 '고무는 경화, 열화가 되면 딱딱해진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저 또한 이 블로그에서 많이 하는 편인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열이 낮은 외측은 그나마 고무의 탄성이 남아 있지만 실린터 외측을 감싸는 곳들은 열이 많아서 그런지 완전하게 딱딱하게 굳어 도무지 이게 고무였다는 것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인지 영상으로 보여드리기 위해서 1초짜리 짧은 영상 하나 찍어봤습니다. 고무가 이 상태가 되니 누유가 안될수가 없었던게 아닌가 하는...
그리고 엔진오일에 푹 절여진 점화플러그를 꺼내서 브레이크 크리너로 한 번 세척을 해주고 팁 상태를 살펴봅니다. 지난해 교체 후 4만km밖에 타지 않았고 오일에 절여진 것 외에는 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에 다시 사용하기로 합니다.
역시나 잠궈줄 때는 토크렌치로 잠궈줍니다. 점화플러그는 25Nm 힘으로 잠궈주고, 밸브커버의 볼트는 약 8Nm인데 잠궈보니 너무 약한 것 같아 9Nm로 잠그고 손의 힘으로 약간씩만 더 돌려서 잠궜습니다.
앞에서 보셨던 그 가스켓과 동일합니다. 이렇게 구길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해야 정상입니다. 그래야 틈새를 막아서 누유도 방지해줄테니 말이죠.
깨끗하게 닦아준 틈 안으로 조심히 그리고 꼼꼼히 설치를 해줍니다. 괜히 어긋나거나 헐겁게 들어가면 설치하는 동안에 벗겨질 수 있으니 말이죠.
뭐 엔진오일 교체나 이런건 작업 후 시동이 안걸릴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걱정이 없는데 이 정도로 큰 작업은 괜히 신경이 쓰입니다. 일단 다 닫고 시동을 한 번 걸어봅니다.
점화플러그 홀에 있던 엔진오일과 청소를 위해 브레이크 크리너를 조금 뿌렸던 것이 실린더 안에 고여 있다가 연소되면서 처음에는 약간 흰연기가 잠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지나며 정상화 되었고, 차량진단 및 테스트 주행을 완료하고 나니 한실음 놓을 수가 있게 되었네요.
당분간 엔진룸을 열심히 살펴보면서 누유가 없는지 잘 살펴보고, 세이브 해놨던 점화플러그는 다음 엔진오일 교체할 때쯤 함께 교체하면서 내측 누유 여부도 체크해 봐야겠습니다.
누적 주행거리 : 257900km, 이제 6만km만 더 버텨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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