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련 정보]/세상에 바란다

여성 버스 기사님이 많아졌으면...

마이라이드 2021. 4. 15. 00:00
반응형

김포에서 의왕시로 이사한 뒤 처음으로 차를 두고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저녁에 퇴근 후 술약속이 있기 때문이죠. (음주운전 OUT!!!)

 

복잡한 수도권 출근길에서 헤매지 않고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하려면 늘 긴장의 연속입니다.

또한 괜히 타야하는 버스 놓치지는 않을까, 제대로 못내리면 어쩌나 미어캣처럼 두리번 거리면서 말이죠.

 

출근길 루트가 하나라면 고민없이 가겠지만 다음에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해야할 일이 있을테니

시간대에 따라 혼잡도는 어떤지, 어떤 버스가 앉아갈 수 있는지 살펴보며 버스를 몇대 보낸 뒤 버스에 올랐습니다.

 

판교역 주변 출근길 풍경

 

안녕하세요!

 

저는 꼭 버스를 탈 때 운전기사님과 아이 컨택하면서 인사를 하는 편 입니다.

어릴 때부터 그리해왔고 비록 돈을 내기는 하지만 누구 차를 얻어타거나 내릴 때는 인사를 해야 마음이 편했으니까요.

그런데 편견이겠지만 보잉 선그라스를 끼고 미간의 주름을 구긴 형님 운전자가 많을 것 같은 버스에서 여성

운전자분이 인사를 받아주시면 왠지 기대가 됩니다.

 

여성이라서 그렇다

 

는 게 아니고, 경험상 많은 경우 여성 운전자가 운전하는 버스는 훨씬 더 부드럽게 운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운전 안하면 멀미 잘하는 제게는 희소식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출근길 버스는 카드를 찍자마자,

 

꽉 잡으세요! (Ready, Set, Go!)

 

라는 한마디와 함께 풀악셀이 시작되기 때문에 서둘러 내 몸 하나 의지할 손잡이나 봉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 출근길에는 처음으로 제가 안전하게 자리를 잡은 뒤 출발하는,

마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정석을 보여주는 버스의 경험이자 처음 느끼는 안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양성평등과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져가는 현시대에 제가 편견을 가졌던 것처럼,

남성 중심의 산업군에 비교적 빨리 진입하신 분을은 제게 있어 선도자 또는 리더, 용기있는자처럼 느껴지게 해 낯설거나 신기한 느낌보다는 왠지 멋져 보이고 낯가리는 성격임에도 말 걸어서 대화나눠보고 싶은 충동이 들게합니다.

겨우 서른번 조금 넘게 새해 구경을 하면서 느낀 점은 어떤 부류라도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분들은 늘 배울 점이 있다는 경험 덕분이죠.


아쉬움도 있습니다.

집에서 판교로 나가는 길에 보면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급하게 경사가 오르고 내리는 구간이 있습니다.

올라 갔으니 내려 가야죠.

 

그런데 내리막에서 승객으로 가득찬 버스 속도를 적정하게 줄이시려는 것 같은데

풋브레이크를 꽉 꽉 밟으시는게 상당히 불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대형 면허가 없어 군부대에서 투돈반, 2.5톤 부식차, 카운티 버스를 잠깐 몰아본 것 외에  대형 버스나 화물차를 몰아본 경험이 적어서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대형 버스나 화물차는 승용차와는 브레이크 시스템이 조금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승용차는 브레이크 오일을 사용하는 유압식, 대형 버스나 화물차는 에어식 브레이크를 사용합니다.)

 

무거운 버스가 내리막에서 급하게 속도가 붙으니 안전을 위한 다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버스의 풋브레이크 세팅이 민감한 것인지 운전자의 섬세함이 부족한 것인지 내려가는 중간중간에

풋브레이크를 강하게 걸어버리니 버스 내 승객들이 그에 따라 앞뒤로 출렁이는데 노약자가 서 계시면 위험할 것 같았습니다.

한 여름철이라면 그럴리는 없겠지만 괜히 브레이크 과열되지는 않을까는 우려도 되었구요.

 

그냥 엔진브레이크*를 걸고 천천히 내려가면 되는거 아닌가

 

생각하면서 기어비가 안맞아서 그럴수도 있으려나 생각하다 말았습니다.

* 엔진브레이크란, 내리막에서 엔진 저항을 이용해 속도가 빠르게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D가 아니라 4, 3, 2, 1단 등 특정 기어단수에 고정하여 엔진회전수의 저항으로 안전하게 내려가는 운전기법.

 

자차로만 출퇴근할 때는 버스들은 왜 저리 급하게 끼어들고 도로 지시사항이나 주변 무시한 채

도로를 휘젓고 다니나 싶었는데 버스를 타보면 수십명의 출근길을 책임져야 하고

버스 회사의 배차 시간 압박과 일찍 도착해야만 휴식 시간이 보장되는 업무 환경 아래에서,

그리고 좀처럼 양보해주지 않는 출근길 승용차들 사이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치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문장과 같이 버스들이 먼저 교통 법규를 준수 해야하는 건지,

승용차들이 수십명의 승객이 있는 버스를 먼저 배려하는 건지를 모르겠습니다.

뭐가 되었든 어그로와 역차별 논란이 있는 오늘 포스팅의 제목을 반성하며,

여성과 남성을 떠나 안전한 대중교통 환경이 정착되면 좋겠습니다.

 

판교역으로 가는 길

 

저는 자녀가 없지만 아이가 성장해서 홀로 대중교통을 타고 다녀야할 나이가 되면 부모님들은

대중교통을 안전하게 타는 방법을 아이에게 알려주게 될 겁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아이 혼자 보낼 때 노심초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히려 대중교통이 더욱 편하고 안전할 수는 없는지, 아이에게 대중교통을 가르쳐주며

'조심해, 위험해'만 반복해 언급하는 민망한 상황은 아닌지요.

 

이름 모를 103번 염색하신 기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