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차 제공 : 현대자동차
예전에 차량을 구입할 때 "선택 옵션"이었던 것들 중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에어컨"이죠. 정말입니다. 통풍시트가 아니라 정말 에어컨 자체가 옵션이었던 시절이 있었죠.
그렇게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새로운 기술이라고 느꼈던 것들이 기본이 되기도 하죠.
더군다나 요즘처럼 전기차 시대로의 격변을 앞둔 상황에서는 "굳이...?"라고 생각했던 기능들이 앞서 언급한 에어컨과 같이 어느 순간 당연한 기능으로 자리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G80은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이며 플래그십은 아니지만 단연코 제네시스를 대표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모델입니다. 지난 7월달에는 월 5천대 이상 판매를 했는데 이는 현대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 보다도 높은 기록입니다.
도로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팔린 모델인데 최근 전기모델인 Electrified G80이 출시되더니 어느 순간에는 오늘 만나보게된 "스포츠 모델"이 출시가 되었습니다.
일반 화석연료 엔진이 들어간 모델은 4기통 2.5T, 6기통 3.5T 가솔린과 4기통 2.2리터 디젤 엔진 이렇게 3종인데 오늘 시승했던 차량은 영혼까지 모든 걸 다 때려넣어 거의 8,800만원에 육박하는 3.5T 스포츠 모델입니다.
차량의 내외부를 하나씩 살펴보며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죠.
1. G80스포츠만의 특징
1-1. 스포츠 전용 컬러
g80은 무광 2종과 유광 8종을 더해 총 10가지 색상 중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포츠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색상이 있으니 바로 "캐번디시 레드"라는 색상입니다.
블레이징 레드라는 컬러가 있기는 하지만 이 색상은 상당히 원색적으로 짙은 색상인데 반해 이 컬러는 상당히 무게감이 있는 컬러입니다.
튀는 걸 그리 반기지 않는 한국 정서에는 환영받지 못하겠지만 아마 북미 시장에서는 반길만한 색상으로 보입니다.
1-2. 전용 범퍼 및 라디에이터그릴 컬러
이미 일반 모델의 오너가 아닌 이상 쉽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지만 요목조목 살펴보면 스포츠 모델만의 디자인이 앞뒤범퍼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먼저 일반 모델의 프론트 범퍼의 형상을 보겠습니다. 중앙의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의 색상과 그 아래에 있는 범퍼 그릴(안개등 주변부)를 눈여겨 보시군요.
일단 스포츠 모델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블랙 유광으로 처리되었고 범퍼 하단의 공간을 보면 일반 모델과는 달리 크롬 장식이 생략되었고 매쉬 그릴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그릴을 강조하는 것은 고성능 차량의 대표적인 디자인이기도 하죠.
리어 범퍼의 형상도 달라졌지만 정말 알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일반모델의 리어사진인데 머플러팁 위에 있는 빨간색 반사판의 위치에 집중해보세요.
스포츠모델은 이 반사판 높이가 일반모델과는 다르게 번호판 위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도로에서 앞에 있는 G80이 스포츠 모델인지 일반모델인지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번호판을 기준으로 반사판이 위인지 아래인지만 보면 알 수 있겠네요.
일반 모델과 머플러 팁이 동일해 보이는데 이 부분도 라디에이터 그릴처럼 다크 크롬으로 처리해줬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1-3. 20인치 다크 스퍼터링 휠
일반모델은 18인치부터 최대 20인치까지 휠이 들어 갑니다. 그 중 19인치 디쉬 타입 휠이 가장 멋들어진다고 생각하는데요. 스포츠 모델은 19인치와 20인치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전시차에 적용된 것은 20인치 스퍼터링 휠이고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훨씬 더 어둡게 보입니다. 최근 제네시스 차량들의 휠이 상당히 멋지게 나와서 인지 기대보다는 존재감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네요.
1-4. 몰딩
라디에이터 그릴과 함께 차량에 들어가는 각종 몰딩에 있어 광을 낮춘 몰딩이 들어가 있습니다. 우선 차량 측면에서 봤을 때 유리창을 둘러 싸고 있는 몰딩이 그렇습니다.
트렁크 리드를 좌우로 가로지르는 몰딩에도 적용되어 있고 트렁크 오픈 버튼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손으로 만지면 너무 쉽게 지문이 남아버리긴 하네요.
외부 도어 캐치 부분도 동일한 컬러가 들어가 있습니다.
1-5. 후륜 조향(RWS)
최근 디자인에서는 혹평이 있었지만 "역시는 역시인가"라는 평가를 받는 차량인 벤츠 S클래스 신형이 있습니다. 뭐 좋은 점도 여럿 있겠지만 후륜 조향 장치가 들어간 것에 대한 국내의 호기심과 반응이 컸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이 후륜조향 장치가 일반 승용에서는 제가 알기론 국내에 G80 스포츠에 처음 도입이 되었습니다.
기본 적용은 아니고 스포츠를 선택하고 휠타이어에서 다이내믹 패키지(310만원)을 선택해야 하며 3.5리터에서 가솔린 터보 엔진에서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차량 바퀴는 앞바퀴만 돌면 되는거 아니냐 하실 수 있는데 물론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없어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후륜이 조향되기 시작하면 여러 장점들이 있는데 이는 주행 후기에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1-6. 전용 스티어링 휠
운전석 도어를 열면 실내에서 기본 모델과 가장 차별화 되는 것이 바로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입니다. 개인적으로 뭔가 너무 투박해보이는 기본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스포츠 모델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디자인이 훨씬 낫습니다.
특히 각종 버튼 커버가 커다한 한 개의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동하는 것에는 불만이 없지만 고급스러운 차량에 어울리는 세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는 GV70의 각종 센터페시아 버튼들에도 제가 지적했던 부분인데 그냥 알루미늄을 파서 만든 개별 버튼이 있는 것이 훨씬 더 좋지 않았나 싶네요.
1-7. 전용 시트
고급차량 답게 무려 15종류나 되는 시트가 G80의 특징입니다. 그 중 스포츠 모델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시트의 종류가 3가지로 블랙 모노톤, 세비아 레드 투톤 그리고 바닐라 베이지 투톤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시차량은 세비아 레드 투톤인데 차량 외장도 레드, 실내도 레드이니 이 조합을 선택하시는 분들은 잘 없으시겠죠? 차라리 차량 외장을 무채색으로 하고 실내를 화려하게 레드로 장식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일반 차량에서 고급 차량으로 넘어오면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것이 역시나 시트의 재질, 형상 등 피부로 닿는 부분입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직접 피부에 닿게 될 때는 그 만족감 차이가 훨씬 더 크죠. 함께 동승했던 분이 차량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이야기가 역시나 "시트가 정말 좋다"는 말이었습니다.
시트에 사람이 앉게 되었을 때 무게 때문에 쿠션 내부의 공기가 빠져나가는 구멍이 있어야 하는데 아래사진과 같이 그 홀도 아주 고급스럽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이런 고급 가죽은 관리도 필요합니다. 아래와 같이 2열 센터 시트의 안전벨트 홀더가 삐져 나온 상태로 2열 센터콘솔이 내려온 상태로 좀 있었던 것인지 시트에 자국이 생겨버렸네요. 단순히 눌린 것이 아니라 약간 늘어난게 아닌가 싶네요. 또한 이 차량 말고 시승했던 차량의 2열 시트의 스티치가 이미 뜯어져 있었는데, 디자인 때문에 스티치가 강조된 만큼 쉽게 사람이 걸려서 뜯어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겠습니다.
1-8. 자카드 리얼카본
센터페시아, 1열 센터 콘솔에 보면 일반 모델과는 달리 리얼카본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를 자카드 리얼카본이라고 하는데 이는 역시나 스포츠 모델만의 특징입니다. 일반 모델들은 나무로 패널이 들어가 있는데 나무 대비 관리도 쉽고 가벼우며 촉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2열 암레스트에도 이 리얼 카본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내장재에 이 정도 들어간다고 경량화하고 할 수는 없긴 하지만 값비싼 고급 소재가 잔뜩 들어갔다는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해보입니다.
1-9. 페달
아무도 신경 안쓰겠지만 그래도 스포츠만의 페달이 들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르간 타입의 가속 페달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차량은 세팅이 잘 되어 있어 발목이 피로하지 않았고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였음에도 페달에서 발이 미끄러지거나 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그러나 왼쪽에 풋레스트는 그냥 화려한 형상의 플라스틱이 들어갔는데 기왕 해주는 거 풋레스트도 금속과 고무가 섞인 재질로 해줬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2. G80 실내 특징과 장단점
2-1. 다이얼
G80의 실내 디자인의 철학은 "여백의 미"입니다. 실제로 G80의 실내 디자인을 한 번이라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양한 기능을 깔끔하게 잘 담았다는 호평이 많았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구요.
다만 GV70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인데 다이얼이 조금만 더 돌출되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작동에 불편함이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차량을 타고 온도 조절을 위해 이 다이얼을 돌릴 때마다 뭔가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작동시키는 느낌이라 차량의 컨셉과 맞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2-2. 비싸보이는 주유 커버
차량의 옆모습을 바라볼 때 측면에서 앞뒤로 길게 이어지는 라인을 캐릭터 라인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차량의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주는 라인인 것이죠.
재미있는 점은 굴곡이 아주 큰 라인 한 중간에 주유를 위한 주유구 커버가 있는데 캐릭터 라인을 유지하기 위하여 제가 본 국산 차량 중 거의 탑급으로 굴곡지게 만들어졌다는 것 입니다.
이런 것 하나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플라스틱 형상 만들 때, 그리고 만들어 냈을 때 불량률 등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리나라 주유구 커버 중 가장 비싼 축에 속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2-3. 스키 스루
2열 시트는 전동 시트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앞뒤로 움직이게 되므로 해치백이나 SUV와 같이 시트 폴딩은 불가 합니다. 그러나 길다란 물건을 적재할 수 있도록 스키 스루가 들어 갑니다. 크기도 꽤나 큰 편입니다.
2-4. 가장 큰 불만인 조그셔틀
한 때 수입차량의 전유물로 여겨 졌던 조그셔틀이 이제는 국산 차에서도 당연해졌습니다. 그만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중요해졌고 기능도 다양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필수적이죠.
g80은 1,2열 모두 조그셔틀이 있고 이를 통해 모니터에 손을 뻗지 않고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이 원형의 조그셔틀은 상하좌우 클릭이 가능하고 돌리면서 메뉴를 이동시킬 수 있고, 선택할 때는 중앙을 아래로 눌러 클릭하는 형태인데 클릭을 할 때마다 플라스틱 판이 울리는 소음이 발생하면서 고급 차량에 대한 환상을 모두 잃게 만듭니다.
혹시나 싶어 2열로 이동해서 사용을 해봐도, 차량을 바꿔 시승차량을 사용해봐도 동일합니다. 생긴 것은 마치 크리스탈을 연상케 하지만 실제로 눌러보면 허접한 플라스틱의 소리와 작동감을 주는데 이는 분명히, 꼭, 제발 개선을 해야 합니다.
2-5. 애매한 1열 센터콘솔 박스 오픈 버튼
1열 암레스트 아래에 콘솔박스가 있고 이는 BMW와 같이 6:4 정도로 좌우로 열리는 방식입니다. 아래사진에 보면 오픈 버튼이 숨어 있는데 살짝 애매한 느낌이 있습니다.
보통 운전을 할 때 센터콘솔박스 위에 팔을 올린 채로 손으로 이 버튼을 누르게 되는데 당연히 팔로 커버 상단을 누르고 있으니 좌우 모두 활짝 열려면 팔을 들고 손목을 꺾어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이때 아주 괴상한 자세가 연출됩니다.
다만 한쪽만 열고 싶다면 닫은 채 유지하고 싶은 곳 위해 팔을 올리고 버튼을 누르면 되겠지만 보통은 좌우 모두 열 일이 더 많을 것 같은데 말이죠.
2-6. 트라이존 공조기
경차나 소형차는 단순히 공조기가 차량 전체만 제어 가능하지만, 중형으로 올라가면서 운전석과 조수석을 구분해주는 듀얼존 기능이 있고 고급차로 가거나 승객 공간이 더 중요한 승합차 등에서는 1, 2열을 구분해 주기도 하죠. 동승석, 조수석 그리고 2열을 각각 제어하기도 하는데 이를 트라이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값비싼 고급 차량이면 2열도 아주 중요한데 욕심을 좀 내자면 2열에서의 좌우도 구분을 해줬어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2열 시트는 각각 전동 시트 기능이 있고, 통풍과 열선 모두 지원하는데 공조기도 거기에 걸맞게 좌우 독립 제어가 가능했어야 어울리는 구성인 것 같습니다.
2-7. 2열 듀얼 모니터
스마트폰이 보급화 되면서 우리는 이제 모니터를 항상 바라보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2열에굳이 모니터가 있을 필요가 있나 싶지만 최근처럼 올림픽 시즌이었거나, 2열에서 운전자를 따로 두고 출퇴근 할 때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으신 분들, 그리고 칭얼 거리는 어린 자녀와 장거리 운행을 해야 하는 가족은 있으면 좋은 기능인 것은 확실합니다.
모니터는 좌우로 회전되지는 않지만 위아래로 각도 조절이 가능하고 터치도 가능하며 2열 센터콘솔의 조그셔틀로도 제어가 가능합니다.
운행 중 1열 모니터에서는 DMB 화면이 꺼지지만 2열에서는 운행하는 동안에도 TV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니터별로 채널을 따로 구성할 수는 없다는 점 참고하실 필요 있겠네요. 물론 각각 개별적으로 화면을 끄거나 켤 수는 있습니다.
2-8. 불편한 2열 수동식 선커튼
올 해 여름 참 더웠죠? 차량 틴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내리쬐는 태양빛이죠. 그 뿐만 아니라 야간에 승객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운전을 할 때는 가로등 불빛이 차량 내에 많이 들어오지 않도록 하면 좋은데 저는 늘 이러한 선커튼은 적극 권장하는 편 입니다.
뒷유리 창은 전동식으로 작동이 가능하고 2열 도어의 좌우는 수동으로 작동해야 하는데 문제는 손잡이를 잡고 들어올려 홀더에 고정시키려고 해보면 아주 불편하고 부자연스럽습니다. 익숙해지면 괜찮을까 싶다가도 한 손으로 들어올려 보면 직관적으로 착 고정되는게 아니라 손잡이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 우왕좌왕하기 마련입니다.
텐션도 강한 편이라 익숙하지 못한 아이들이 작동시킬 때는 선커튼을 떨어뜨리면서 도어 패널와 부딪힐 일이 잦아보이네요.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2-9. 모니터 하단 공간
GV70에서도 동일하게 느꼈던 것인데 모니터 화면이 좌우로 길다보니 모니터 화면 아래에 표시되는 정보를 눌러야 할 때는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시승을 하면서 내비게이션을 조작하거나 할 때 바닥면에 깔린 버튼이 생성될 경우 불편함을 넘어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니터 아래쪽에 홈을 파 놓거나 아니면 모니터 화면의 레이아웃을 수정해서 사용자 위주의 환경을 구성해줘야 합니다.
3. G80스포츠 시승 소감
시승차량을 받아 나왔습니다. 색상은 레피스 블루라는 컬러이고 레드 컬러보다는 훨씬 더 잘 어울립니다. 다만 G70에 적용된 레피스 블루는 차체 크기와 잘 어울렸지만 거대한 차체에 입혀놓으니 다소 과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파란색을 참 좋아하지만 실제로 제가 구입을 하게 된다면 블루 계열에서는 아무래도 테즈먼 블루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네요.
380ps의 최고출력을 내는 3.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 그리고 AWD가 적용된 차량입니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GV70에서 먼저 경험을 했던 것으로 역시나 넉넉한 출력이 매력입니다.
1,300rpm이라는 아주 낮은 영역부터 최대 토크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가속 페달을 즈려 밟고 있을 일도 없고 시원하게 속도를 올린 뒤 항속하는 운전이 아주 편했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점은 역시나 후륜 조향(RWS, Rear Wheel Steering)이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시속 60km 미만에서는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차량의 회전반경을 줄이게 되고 이상일 때는 앞바퀴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차량의 거동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내 줍니다. 뒷바퀴는 최대 3.5도 움직이는데 육안으로도 구분이 될 정도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전장이 5미터에 가까운 길고 커다란 차량이지만 공원 주차장에서 스티어링 휠을 한쪽 끝까지 돌린 뒤 회전을 해보면 소형/준중형차에 가까운 회전 반경을 보여줍니다. 동승자의 차량이 당시 상당히 길게 나온 SM5 뉴임프를 운행하고 있는데 이렇게 큰 차량이 좁은 곳에서 연속으로 회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는 유턴을 할 때와 주차를 할 때 상당히 도움이 되는 기능입니다. 그리고 아무 좁은 주차장 회전 타워를 지날 때도 리어 휠이 벽에 부딪히는 일이 많이 적어지지 않을까 싶구요.
다만 저속에서 좌우로 슬라럼을 해보면 리어의 움직임이 꽤나 부각이 되는데 2열에 승객이 있으면 어색하게 느끼거나 굽이짐이 큰 국도에서는 멀미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고속에서 급하게 차로를 변경해봤습니다. 저속과는 다르게 앞의 휠과 같은 방향으로 돌아간다니 어떤 느낌일까, 회전하는 방향으로 수평이동을 하게 될까 싶었지만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급하게 차로를 변경하고 스티어링 휠을 다시 정렬하면 관성 때문에 차체가 한 번 기우뚱 거리면서 롤을 잠시 만들어 내기 마련인데 그 롤이 억제된 것이 아니라 아예 없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느낌이 좋습니다.
몇 번을 다시 해봐도 차량이 움직임을 시작할 때는 다른 차량과 동일하지만 차로 변경을 완료한 뒤 다시 자세를 잡는 그 마무리가 정말이지 말끔합니다.
일반 G80의 모델을 타본 적이 없기에 절대 비교는 어렵지만, 무르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G80스포츠의 시승 전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바로 서스펜션의 반응이었습니다.
컴포트→스포츠→스포츠+ 그리고 커스텀 이렇게 4단계로 구성이 되는데 커스텀에서 너무 물렁 거리지도, 스포츠+에서도 너무 단단하지 않았고 각 단계별로 확연하게 달라지는 서스펜션의 세팅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컴포트는 에코모드로, 스포츠를 컴포트 모드로 인식하고 운행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컴포트는 가장 부드러운 차량의 움직임이 일품이지만 페달의 반응성이 너무 더디다는 느낌이 강했고 스포츠에서는 성질급한 한국 사람을 만족 시킬만 한 반응이었습니다.
스포츠+에서는 인위적인 엔진음 사운드를 부각시키는데 처음에는 "스포티한데?"라고 느껴지다가 이내 질리게 되고, RPM보다 페달 반응에 맞춰 소리가 나기 때문에 이질감이 다른 차량 대비 크게 느껴졌습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브레이크 페달의 반응이 아주 전형적인 현대차의 그 느낌입니다. 최근 시승해봤던 스타리아, 싼타페 하이브리드에서는 이제야 운전자의 의도를 제대로 알아주는구나 싶었는데 G80스포츠에서는 다시 전형적으로 이니셜 바이트(초기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브레이크)가 너무 강하게 걸립니다.
또한 차량을 정지하려고 아주 부드럽게 제동을 이어나갈 때 갑자기 퉁 거리는 충격과 소음이 실내에 울려퍼지는데 이는 무딘 사람도 쉽게 느낄 수 있을 만큼 크게 다가옵니다. 브레이크 조작만으로 차량을 움직이는 클리핑 상태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 2단→1단 다운 시프트 충격이 아닐까 싶습니다(마치 건식 DCT 변속기와 같은 느낌). 길들이기가 끝나지 않은 차량이라서 그럴 수도 있으니 이 점은 지켜봐야 겠습니다.
4. GV80스포츠 총평
스포츠 모델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캐번디시 레드의 색상만 봐도 이 차량이 어떠한 고민을 통해 만들어 진 것인지 추측을 할 수 있었습니다.
380ps라는 높은 출력을 가지고 있지만 밖으로 티 내지 않고 실내에서는 조용해야 하고, 가속 페달을 꾹 꾹 누를 때 보다는 역시 넉넉한 힘으로 여유있게 항속할 때가 더 만족도가 큰 차량이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계속 해제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차량을 시승하는 내내 "좀 더 확실하게 스포츠를 강조해줬다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습니다. 디자인도 확 튀게, 배기음도 확 키우고 말이지...
G80스포츠의 레드 컬러를 보면서 "원색적이지 않아서 불만이야"라고 느끼시는 분들은 이 차량을 구입하시면 안됩니다. 이 차량의 성격도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날 것 그대로 재미진 차량은 N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면 되겠죠.
본인 성격이 점잖고, 알게 모르게 다름을 즐기면서 가족 차량으로도 사용해야 하고 두루두루 만족스럽고 고급스러운 차량을 찾는 분들께는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계속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럴거면 굳이 스포츠는 왜 필요하나?
곧 출시될 G90에 들어갈 RWS를 알리기 위함인가?
대형 세단은 팝콘 터트리면 안되나?
소는 누가 키우나?
*시승차 제공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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