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련 정보]/운전을 글로(도) 배우자

턱에 걸린 레이를 탈출 시키기(ft.턱에 걸린 차 빼는 방법)

마이라이드 2023. 7.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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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늦은 저녁.

저는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도시의 소음보다 곤충이나 벌레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한적한 곳이기에 가로등도 잘 없고 길도 좁기에 통행량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우회전을 딱 하는데 어떤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있더군요. 사람이 내려 있길래 그냥 이제 가려나보다 하는 생각과 함께 '설마?'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더군요.

야심한 밤 우회전을 하니 차가 길을 막고 있다.


늘 조심해야 하는 초행길 골목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은 좌측으로 90도 회전해야 합니다. 그런데 코너 안쪽에 보면 아래와 같이 상당한 단차가 있죠.

깊은 골목은 항상 바닥을 조심해야 한다.

 

이곳에 바닥면 높이가 낮은 세단이 그냥 지날 경우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 같아 간혹 지인들이 올 때면 이곳까지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나 들어와야 한다면 반드시 크게 돌아야 한다고 알려주곤 하죠.

그런데 이날은 늦은 밤이었고 추적추적 비까지 왔으니 아마 초행길에 차량이 바닥면을 잘못보고 진행하다가 앞바퀴가 빠진 것 같더군요. 프로 오리라퍼인 저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여길 지나야 집이니 다른 방법이 없기도 했죠.

승용차는 충분히 빠져버릴 수 있을 정도의 단차

 

렉카없이 자력으로 탈출하는 방법

일단 처음부터 바로 제가 개입한 건 아니었습니다.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하고 외부에서 남성분이 차량을 밀어줄 준비를 하시더군요. 그래서 완전하게 빠져버린게 아니라면 자력으로 탈출할 수 있겠다 싶어 일단 기다려봤습니다.

언젠간 그 턱에 걸리는 차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운전자가 탑승하고 외부에서 힘껏 미는데 차량이 전혀 움직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 가까이 다가가서 상황을 함께 보기로 한 것이죠. 그랬더니 운전자분은 자력으로 탈출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셨는지 렉카를 불러 빼내야 할 것 같다고 하시던데 문제는 앞뒤에 건물이 있어 렉카로 와어이를 걸어 탈출한다면 더 큰 차량 손상이 발생할 것 같았습니다. 옆으로 당겨야 하니 범퍼가 찢길 것 같더군요.

처음 제가 다다가서 저도 힘을 보태 밀어볼테니 차를 빼고자고 제안하니 운전자분께서는 죄송한데 무서워서 그런데 제가 운전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하시더군요.

운전자 범위와 관련된 보험처리 문제는 둘 째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운전자보다 훨씬 더 체중이 많이 나갈테니 차량이 더 낮아지게 될 것이고 그러면 빼는 과정에서 차량 하부가 걸리면 더 큰 손상이 생길 것 같아 제안을 거부하고 외부에서 차근차근히 알려드릴테니 창문을 열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했습니다.

외부에서 밀어줘도 탈출 불가한 상태

 

처음에는 차량 타이어가 왼쪽 끝까지 돌아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 상태로 후진하게 되면 빗길에 더 쉽게 슬립을 할 수도 있고 차량 하부가 걸려 있는 상태라면 탈출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아 일단 스티어링 휠을 직선으로 정렬하고 아주 천천히 후진을 해보시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차량 하부에 걸리는 부분이 없는지 소리에 집중을 했는데 확실히 바닥에 걸리는 것은 없다고 판단이 되더군요. 아래의 사진을 보면 스티어링 휠 정렬 후 후진을 시도하는데 뒷바퀴가 살짝 움직이는게 확인이 되죠? 

이 상태에서 가속 패달을 추가적으로 더 밟아보는데 rpm만 올라갈 뿐 타이어로 탈출하는데 필요한 만큼의 힘을 전달하지는 못하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반대쪽인 우측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려보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휠이 움직이는데 걸리는 것이 없다고 판단!

 

돌리다가 어느 순간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시길래 그 상태가 타이어가 바닥면에 최대한 밀착된 상태이니 스티어링 휠을 유지한 상태로 풀지 말고 가속 패달을 더 밟아 후진을 계속하는데 갑자기 큰 힘으로 절대 밟지말고 아주 조금씩 더 점진적이고 부드럽게 밟아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운전자분이 현장에서 많이 당황하신 모습이어서 혹시나 너무 크게 확 밟으실까봐 걱정을 했지만 외부에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고 외치는 제 말에 따라 차분하게 컨트롤을 하시길래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 상태에서 타이어 슬립도 없고 하부의 별다른 손상도 없이 다행히 레이는 자력으로 턱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이고 굉장히 뿌듯하더군요. 최근에 큰 돈 들여 운전 교육 받는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드디어 탈출!


닫는 글 : 반드시 알아야할 변속기 특성

자동변속기 차량은 '토크 컨버터'라는 것이 있습니다. 수동 변속기는 엔진과 구동축의 회전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워 변속을 할 때마다 울컥 울컥 거리게 되는데 자동변속기는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수동 변속기와는 조금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변속기 안쪽에 오일을 넣어놓고 이 액체의 흐름으로 동력을 서서히 전달하면서 회전 차이가 적어졌을 때 기계적/물리적으로 두 곳이 맞물리며 회전하게 됩니다. 이 상태를 락업(Lock-up) 클러치라고 하죠. 이때가 가장 확실하고 큰 힘이 전달되는데 이 락업 클러치 상태 이전에는 어느 정도 액체(=변속기 오일)의 압력에 의지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힘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번 사례의 경우 사실 차량 하부에 걸리는 것이 전혀 없었지만 타이어가 턱을 넘어갈만큼 큰 힘을 운전자가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스티어링 휠 정렬이 턱을 탈출하는데 부적절했다는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네요.

모든 환경에서 차량이 자력으로 탈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자갈/모래/진흙 등은 자력으로 시도할수록 더 크게 빠지게 되니 빠르게 119나 보험사의 도움을 받으셔야 하고, 하부에 걸리는 것이 아닌 상태에서 단순히 턱이나 언덕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서서히 가속 패달을 더 밟으면서 타이어에 큰 힘을 전달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너무 오래 가속 패달을 밟게 되면 변속기 오일 온도가 너무 많이 상승하게 되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확실하게 몇 번 시도 후 자력 판단 가능 여부를 판단하셔야 합니다.

오프로드 교육이 도움이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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