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쏘나타 디엣지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뜨겁습니다. 차량 시승을 하고 콘텐츠를 만들어보면 반응이 확연히 느껴지는데 이번 쏘나타는 기다린 분들도 많은 것 같고 초기형 모델에 아쉬움이 있었던 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뜨거운 반응에 있어 분명히 파워트레인 고민을 하시게 될텐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발 '가솔린 2.0' 모델은 사지 마세요. 1.6 터보를 그냥 고민없이 질러도 되는 '합리적인 이유'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제발요.
1. 엔진/변속기도 옵션?
쏘나타 디엣지의 가격표를 유심히 보면 파워트레인도 '옵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동안 고성능이라는 개념이 들어갔던 'N라인'에서도 무려 2.0 가솔린 엔진이 기본이고 1.6 가솔린 터보나 2.5 가솔린 터보가 옵션인 겁니다.
어차피 N라인은 판매량이 많지 않을테니 접어두고 일반 내연기관에서 고민을 한 번 해보겠습니다. 아무런 옵션을 넣지 않으면 2.0 자연흡기(=N/A, Natural - Aspiration) 엔진과 구닥다리 6단 자동변속기가 기본이고 여기에 내 피같은 68만원을 더 써야만 1.6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넣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 돈, 아까울 수 있습니다. 글을 끝까지 다 읽기 전까지는 말이죠.
2. 작은 엔진 무시마라.
엔진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분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이렇게 생각하십니다.
2.0이 1.6보다 더 크잖아! 1.6은 아반떼나 들어가는거지!
이러시는 분들은 '배기량'에 대한 개념은 정확히 들어있긴 하지만 엔진 구조 특성에 대해선 잘 모르십니다. 동일한 구조의 엔진이라면 무조건 배기량이 큰 것이 힘이 좋습니다. 이건 팩트죠.
하지만 '다운사이징'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작은 배기량으로 큰 힘을 낼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었고 실제로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배기량에 진심인 부자나라 미국에서는 머리 아프게 고민할 시간에 그냥 더 빠른 차를 만들기 위해 배기량을 키우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배기량이 3.0리터는 흔하고, 6.2리터가 넘는 무슨 '두돈반'에서나 볼 법한 배기량을 넣습니다. (후기형 두돈반은 3.6리터 터보..)
하지만 한국과 유럽을 포함한 나머지 국가들은 땅 판다고 기름이 나오진 않으니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엔진 연소 후 버리는 가스를 재활용해 힘을 키우는 '터보차져' 기술을 넣으면서 배기량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물이 쏘나타에도 적용된 것이고 '2.0 엔진'보다 '1.6 터보엔진'이 더 비싸지면 더 힘이 좋고 더 좋은 변속기와 함께 더 좋은 연비를 낼 수 있게 된 것이죠.
3. 68만원, 언제 상계될까?
네. 맞습니다. 그래도 68만원이라는 돈이 작은 돈은 아닙니다. 제가 드릴 것도 아니죠. 그래도 이 68만원은 전혀 아깝지가 않은 돈입니다. 제 주장을 끝까지 들어보시면 이 68만원은 회수되는데 2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는 걸 아실 수 있습니다. 2년 언더로 탈거면 2.0 사셔도 뭐라 안할게요..
뇌피셜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하나씩 말씀을 드려보죠. 일단 우리나라는 자동차세를 내야 합니다. 맞죠? 자동차세의 기준은 '배기량'에 부과가 됩니다. 그래서 7천만원이 넘는 수입차량과 절반 가격인 쏘나타가 '동일한 세금'을 내는 것이죠. 좀 억울하나요? 어쩔 수 없습니다.
일단 지금 당장 2.0 가솔린 쏘나타 디엣지를 샀다고 하면 연간 자동차세는 519,740원입니다. 참고로 2.0 엔진의 정확한 배기량은 영끌해서 만든건지 1,999cc입니다.
이번에는 68만원을 더 내면 받을 수 있는 1.6 가솔린 터보의 경우를 봅시다. 정확한 배기량은 1,598cc로 연간 자동차세는 290,820원입니다. 연간 자동차세가 '50만원' 넘는 것과 '30만원' 이하인 차이입니다. 여기서 일단 매년 20만원이 넘게 차이가 나는거죠. (밑에서 더 자세히 계산할게요.)
자동차세를 봤으니 이제 현실적인 '연비'를 한 번 고려해보겠습니다. 이번엔 제 주장에 반대되는 것에 가깝게 초점을 맞춰서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이게 뭔소리냐면 제 주장을 더 강력하게 주장하려면 '연간 주행거리'가 많게 계산하면 할수록 차이가 커질테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 이말입니다.
보통 인터넷상에서 '평균 연간 주행거리 기준은 20,000km'라고들 하지만 저는 여기에 반대합니다. 지방 소도시에서는 충분히 현실성 있는 발언이지만 인구의 절반 이상이 오밀조밀 모여서 살아가고 있는 수도권에서는 제가 봤을 때 연간 10,000km도 못타는 분들이 수두룩 합니다. 솔직히 이 글을 읽는 분도 연간 주행거리 한 번 따져보세요. 혹시 보험사 주행거리 특약에서 환급을 받고 계시지 않나요?
그러니 저는 계산을 할 때 12,000km로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서울에서 속초까지 여행만 다녀와도 순수 왕복 거리가 400km이고 여유분을 100km 더 준다면 한 달에 총 500km. 일 년이면 6,000km입니다. 이런 분들도 평소엔 거의 대중교통을 사용하게 되니 연간 주행거리가 12,000km면 차고 넘친다고 보는 것이죠.
참고로 연비 표시방법은 도심 주행 연비와 고속도로 주행 연비를 각각 측정하여 도심(55):고속도로(45) 비율로 가중치를 주고 복합 연비를 도출해낸다고 합니다. 저는 설마 1:1일까 싶었는데 그렇지는 않았고 위와 같이 주행거리가 작은 분들 기준으로 보면 얼추 55:44가 아주 이상한 기준은 아니더군요.
아무튼 주행거리는 연간 12,000km, 가솔린 1리터는 2023년 6월 8일 기준으로 전국 평균값인 1,587원으로 두고 계산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쏘나타 디엣지 2.0 vs 1.6 연간 유류비 차이
구분 | 2.0 N/A | 1.6 터보 |
복합연비(km/L) | 12.0 | 13.0 |
필요 연료량(L) | 1,000 | 923 |
연료비(=필요 연료량*1,587) | 1,587,000 | 1,464,923 |
차액(2.0 N/A - 1.6 터보) | 122,077원 |
계산 결과 연간 대략 12만원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 의외로 주행거리가 많지 않으니 월에 겨우 1만원 차이밖에 나지가 않네요. 하지만 이는 단순 복합 연비로 계산을 해서 그렇고 연간 주행거리가 늘어나거나 고속도로 주행이 많으면 차이는 훨씬 더 커지게 됩니다. 고속도로 연비의 경우 2.0은 14.1km/L, 1.6은 15.5km/L로 차이가 리터당 1.4km로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 연간 자동차세 차이 : 228,920원
- 연간 유류비 차이 : 122,077원
- 연간 차이 합계 : 350,997원
입니다. 그러니 2년만 타면 이 68만원은 상계가 가능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차이는 벌어지게 되며 중고값 방어와 함께 주행하는 내내 출력 부족이나 고집스러운 변속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병원가서 진찰받고 집에와서 야식먹고 화내고 술먹는 비용까지 하면 그 차이는 하늘과 땅입니다.
닫는 글
간혹 '부모님이 타실건데 굳이 관리 어려운 1.6 살 필요 있나요?' 이런 분들 계실텐데 딱 2가지만 먼저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제발 그냥 2.0은 어떠한 이유라도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제발요.
- 부모님도 소싯적에 자유로 쏘셨을 수 있고(진행형일지도 모름) 출력은 안쓰더라도 높을수록 좋다.
- 양산차에 들어간 터보를 관리해야 할 정도면 그 제조사는 망해야 한다.
실컷 고민해놓고 결국 여러분들은 하이브리드를 사러 가실겁니다..ㅋㅋ 아 잠시만요. 제가 자연흡기 엔진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좋아하는 구석이 있어요.
가솔린에 한정하여 반대하는 것이지 2.0 LPG 모델은 좋은 구석이 많다고 봅니다. 물론 트렁크 공간이 다른 모델 대비 살짝 부족한 것은 단점이지만 예전처럼 트렁크를 열었을 때 무슨 핵잠수함처럼 생긴 LPG 봄베가 없고 스페어 타이어 위치에 원형 봄베로 들어갔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대신 LPG 모델은 제3종 저공해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저런 혜택이 좀 있습니다.
일단 남산1/3호터널 혼잡통행료 반값, 공영주차장 반값, 지하철 환승주차장은 무려 80%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서울이 아니더라도 공영주차장은 최소 5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커다란 중형차를 타면서 혜택은 경차와 같은겁니다.
또한 요즘 제주도나 해외 여행 많이 가시죠? 날은 덥고 무거운 짐들도 지하철 타려니 고민이 되실텐데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 공항 주차장도 반값입니다. 공항 주차장 사용해보신 분들은 어마무시한 가격을 잘 알고 계실테니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LPG 모델의 가장 좋은 점은 구닥다리이긴 해도 아주 확실하게 검증된 파워트레인이라는 점이죠. 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장착한 수많은 택시들이 아직 전국을 누비고 있으니 적어도 수리비나 부품 부족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실 수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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