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역시 HMG DX(=현대자동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의 프로그램이 줄어들고 본격적인 휴가철에 들어가기 시작한다는 점 입니다.
2번째 수강하는 N어드밴스드를 다녀온 뒤 레벨3 이상의 교육 자체가 한 달에 한 번만 열리다보니까 뭔가 갑자기 허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7월에 뭐가 있을까 찾다보니 한 가지가 번쩍 떠오르더군요.
바로 국내 모터스포츠인 '슈퍼레이스'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머나먼 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3라운드에 다녀오게 되었고 가히 각본 없는 드라마와 같은 레이스를 직관하게 되면서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HMG DX에 참가하면서 여러 인스트럭터분들을 만나게 되는데 실제로 현역 선수로도 활동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기에 괜히 더 반갑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어서 열린 4라운드는 그나마 가까운 강원도 인제에 있는 인제스피디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저는 영암 서킷 말고는 다녀본 적이 없는데 인제는 한 번 직접 운전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8세대 쏘나타가 공개된 후 고성능 버전인 N라인 출시 행사를 이곳에서 했었기에 운이 좋게 먼저 다녀와볼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번 레이스는 좀 특별합니다. 바로 1년에 딱 한 번 밤에 열리는 '나이트 레이스'이기 때문입니다. F-1 경기를 예로 들면 대부분의 경기는 낮에 열리지만 싱가폴과 같이 엄청나게 무더운 나라에서는 보통 야간 경기를 열기도 하는데 물론 국내 경기이긴 하지만 밤에 열린다는 것이 굉장히 궁금하긴 했습니다.
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던 인제
인제는 제가 거주하고 있는 남양주에서 그리 멀지는 않습니다. 편도 200km도 안되기 때문에 편도 350km가 넘는 영암 서킷에 비하면 아주 가까운 편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얼마 전 교체한 타이어가 3일만에 피스가 박히게 되었고 지렁이를 2개나 넣었지만 결국 바람이 새어버려 2일에 약 10psi씩 빠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요즘처럼 더운 날 저기압으로 주행하게 되면 노면과 타이어가 만나는 면적이 넓어지면서 과열되면서 타이어가 터지기 마련입니다.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었기에 일단 바람을 많이 넣은 뒤 출발했고 도착지에서 재확인 후 다시 집으로 출발하기 전 체크를 해야만 했었죠.
먼저 경험한 3라운드에서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다면 바로 '먹는 것'입니다. 그냥 푸드트럭에서 사먹으면 되겠거니 싶었지만 너무 많은 사람 때문에 줄이 길었기에 그냥 굶었다가 다 끝나고 밥을 먹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강원도라지만 무더위에 방문하게 되면서 이번엔 먹을 것과 마실 것, 우산 등을 모두 챙겨갔습니다. 그런데 여름철 별미인 찐옥수수를 빼놓을 수가 없더군요.
남양주에서 양평을 거쳐 강원도로 진입하는 길이었는데 양평서부터 옥수수를 팔기에 '조금만 더 가서 사먹자'는 생각에 계속 가다가 정작 경기장 주변까지 오니 판매하는 곳이 없더군요. 그래서 이 옥수수를 사기 위해 거의 40분을 둘러서 도착하게 되었네요.
원래는 입장시간인 오후4시보다 30~40분 일찍 도착하는 여정이었으나 옥수수.. 때문에 40분이 더 소요되었고 4시 10분 정도가 되어 경기장 인근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경기장까지 2km나 남은 상황이었지만 도로는 막히기 시작하더군요.
저도 일반 주차장으로는 처음 가는거라 어디에 줄을 서야하나 망설였지만 그냥 줄이 긴 곳에서 기다리게 되었고 이곳에서 주차 완료까지 20분, 주차 후 입장까지 15분 정도 소요가 되면서 꽤나 늦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뒤에서 더 말씀드리겠지만 앞으로는 가서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미리 도착해서 먹을 것을 사놓거나 경기 종료 후 빠르게 출차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해보입니다.
'올 나이트'는 아니다.
나이트 레이스라고 크게 광고를 했지만 실제로 모든 경기가 일몰 후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표를 보면 그리드워크 기준으로 낮과 밤으로 구분된다고 보시면 되는데 특히 가와사키 닌자컵의 경우 헤드램프가 없는 바이크들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야간 경기 자체를 할 수가 없죠.
아무래도 우리나라 모터스포츠에서 인기 종목인 GT클래스와 최상위 경기인 슈퍼6000이 열리는 시간이 꽤나 늦은 시간이기 때문에 나이트 레이스라고 하는 것 같더군요.
이제는 더 이상 '비인기' 종목이 아니다.
경기장에 도착을 하고 주차 후 올라가면서 주차장을 내려다보니 생각보다 차가 정말 많더군요. 참고로 아래에 보이는 그 모든 주차라인에 주차가 되었고 남는 자리란 자리엔 모두 차량들이 즐비해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2010 F-1 마샬로 참여하던 시절과는 정말 많이 달려졌음을 느낄 수 있었고 기뻤습니다.
이번엔 그리드워크를 제외하고 구입을 했습니다. 일단.. 너무 더웠고 영암에서도 엄청나게 인파가 몰려 제대로 선수와 차량을 구경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이번엔 저 멀리서 편하게 구경하기로 한 것이죠. 아낀 5천원으로는 아까전에 옥수수 사먹으면서 다 썻... 넘어가겠습니다.
예전에 행사 때는 바로 패독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관중석으로는 가본게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냥 행렬을 따라 가면 되는데 강원도라는 걸 강조하듯 오르막에 계단이 좀 많습니다.
3라운드에서도 느꼈지만 정말 가족단위로 오는 분들이 가장 많았고 의외로 남정네들 뭉터기보다는 여성분들끼리 구경온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이날은 DJ와 가수의 공연까지 있어 더 다양한 관람층이 온 게 아닐까 싶더군요.
거대한 C모양의 그랜드 스탠드가 보입니다. 이곳이 메인 스탠드로 관람객은 많지만 이래저래 분산이 되어 있다보니 자리는 제가 원하는 곳으로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당연히 브랜뉴레이싱 주변으로 갔었다가 이번엔 자리를 좀 바꾸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왜냐?
나이트 레이스에서만 볼 수 있는 묘미가 바로 '벌겋게 달아오른 디스크'이기 때문에 최대한 코너 전후에 앉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랜드 스탠드 최상층의 우측에 붙어서 자리를 깔게 되었습니다.
가수 공연이 있다보니 중간과 좌측편엔 사람이 꽤나 모여 있었는데 저는 이곳에 자리를 잡고 불꽃놀이까지 계속 앉아 있었습니다. 뒤쪽에 앨리베이터도 있고 화장실도 가깝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경기에 집중하고자 하시는 분들께는 추천드리고 싶은 위치입니다.
반가운 얼굴, 김학겸 인스트럭터의 프로토 타입 우승
요즘 사는게 바빠 미리 공부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저 별 생각없이 들어갔는데 때마침 프로트타입의 경기가 진행 중이더군요. 영암 경기장 보다 인제 경기장의 사운드 시스템이 좋아서 중계를 더 선명히 들을 수 있었는데 얼핏 '김학겸 선수가...' 이런 대화가 들려 얼른 책자를 읽어봤었습니다.
그랬더니 HMG DX 하이스피드 레이스 택시를 운전해준 최연소/최고 경력자인 김학겸 인스트럭터가 경기에 참여를 하고 계시더군요. 심지어 압도적인 차이로 선두를 유지하고 계셨고 결국 1위 자리로 체커기를 받는 순간을 카메라에 남길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승하든 안하든 드라이버가 체커기를 받고 메인 스탠드 앞을 지나면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해주는 드라이버 모습이 진짜 멋지게 느껴지더군요. 비좁은 차량 안에서 한 손으로 인사를 해주신 김학겸 선수! 멋집니다.
오후5시가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해가 정말이지 엄청날 정도로 뜨거운 날이었습니다. 장마의 연속 중에 잠시 비가 그친 날이었기에 대기가 맑아 더욱 강렬했던 것 같은데 무더운 날에 위아래 긴팔인 점프수트를 입고 이글거리는 서킷 위에서 고생하시는 마샬들을 보고 있자니 예전 생각도 나고 그렇더군요.
혹시나 이 글을 보고 나머지 경기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숨어서 경기가 안전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시는 마샬(=오피셜)분들에게도 응원을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M컵도 열리는데 77번 차량은 제가 좋아하는 베스킨라빈스 레인보우 샤베트와 닮아 기억에 남았는데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네요. 그리고 제 기억이 맞다면 경기에 참여 했던 이 차량이 번호판을 달고 직접 운행을 하시던데 카캐리어로 이동을 하던 건지 아니면 직접 주행해서 복귀하시던건지 궁금하더군요.
가와사키 닌자컵에 여성 드라이버도 몇 분 계시다는 것도 이날 처음 알았습니다. 사진상에 계신 분이 여성분인지 헤어가 긴 남성분인지는 모르겠지만(죄송합니다.) 경기 책자에 보니 분명히 계시더군요. 대단합니다.
요즘 바이크를 타는 여성분들 비율도 굉장히 많아졌죠? 더 많은 분들이 도전할 수 있게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이 있으면 좋겠고 GT, 슈퍼6000 클래스에도 여성 드라이버가 많아지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패독 건물 옥상에 뭔가 분주하길래 봤더니 불꽃놀이를 위한 화약 설치가 한창이더군요. 그걸 보면 대략 어디서 시작이 될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딱 3분만 예정되어 있어 별 기대를 안했는데 한참을 멍하니 잘 구경했던 것 같습니다. 돈을 많이 썼다고 표현하면 맞을까요?
아쉬운 점은 3라운드에서 볼 수 있었던 포르쉐컵이 없어졌고 빈자리를 람보르기니컵이 채운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결국은 무산된 것 같더군요. 소음 때문에 경기 참가하는 차량에 소음기가 들어간다고 하던데 소음 공해로 보는 시각도 있겠지만 지역 사회의 경제/관광수요 활성화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점심을 먹고 출발했지만 요즘 아침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배가 꺼져 사온 옥수수는 진즉에 다 먹어버렸고 옥수수 4개와 찐빵을 샀어야 했다고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비상(?) 식량으로 소금집에서 판매하는 소시송과 스페니쉬 초리조를 준비해갔는데 처음에는 나이프로 썰어서 하나씩 먹다가 결국엔 야성미 넘치게 들고 뜯어먹었습니다..ㅋㅋ 그래도 이거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초콜릿과 함께 즐기면서 단짠단짠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네요.
일몰이 가까워 오면서 그리드 워크를 준비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다양한 개성을 표출하는 GT컵 차량들의 존재감이 커지게 되는데 학창시절 많이 하던 니드포스피드가 떠오르더군요.
저 멀리 제가 응원하러온 38번의 박규승 선수의 슈퍼6000 차량이 선두로 자리를 잡으시더군요.
금새 M컵, 바이크, 프로토타입, GT, 슈퍼6000에 참가하는 모든 차량과 바이크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서 그리드 워크가 시작이 됩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일몰이 시작되는데 점점 더 멋진 모습들이 연출됩니다.
박규승 선수의 인터뷰 화면도 놓칠 순 없죠?
일몰 후 진짜 나이트 레이스 시작
중간 중간에 이벤트가 계속 됩니다. 꽤나 길게 진행이 되고 공연도 계속 이어지는데 물론 이 모든 과정을 온전히 즐기는 분들이 더 많으시겠지만 저는 경기를 앞두고 있는 GT/슈퍼6000 선수분들이 경기만 하는게 아니고 이런 이벤트에도 참가를 하고 레이스에 들어가니 정말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와사키 닌자와 M컵 차량들은 나이트 레이스를 하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조명이나 표식이 없지만 밤의 주인공 중 하나인 GT 차량들은 형형색색 재미있는 모습입니다.
언더네온 차량들이 가장 많은데 확실히 프론트 휀더부터 루프라인을 거쳐 트렁크 라인까지 네온 조명을 넣은 레이싱 팀의 존재감이 확실히 크긴 하더군요. 경기 자체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렇게 눈으로 즐기는 볼거리와 개성도 큰 재미 요소 중 하나이니 앞으로 레이싱팀의 나이트 레이스 고민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이트 레이스를 앞두고 가장 걱정되던 것이 바로 '차량 식별'입니다. 특히 슈퍼6000의 경우는 GT와는 다르게 숫자 말고는 야간 식별이 어렵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넘버링에 조명을 넣어줍니다.
그런데 워낙 빠르게 지나다보니 몇 번 차량인지 집중하다가 그 차량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놓치게 되더군요. 글씨를 키우거나 색을 다르게 한다던가 이런 방법도 고민해주셨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가수의 공연과 디제잉이 약간 겹치면서 정신이 좀 사납더군요..
드디어 GT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3라운드에선 전륜구동 차량인 아반떼N이 우승했고 상위권에 많이 들어서서 전륜구동 차량을 타는 입장에서 왠지 기뻤는데 인제에서는 압도적으로 제네시스 쿠페 차량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체커기를 받을 때는 제 앞에 있던 조명에서 플래그 마샬에게 조명을 집중하면서 아래와 같은 장면이 연출되던데 뭔가 멋지더군요.
이 조명은 렌턴처럼 빛을 모으거나 키울 수 있어 이런식으로 움직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더군요.
덕분에 시상식 하는 곳까지 빛을 보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슈퍼6000, 달아오른 디스크
드디어 하이라이트인 슈퍼6000 클래스가 정렬을 합니다. 차량의 시동이 꺼져 있다가 넘버 조명 ON과 함께 시동을 켜는데 그때부터 두근두근하면서 응원을 하게 되더군요.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고 시원한 배기음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야간에는 선수들 입장에서 후미에 붙은 차량이 누군지 식별이 어렵기 때문에 라인 방어를 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날 중계에서 워낙 설명을 잘해줘서 저는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으로 중계를 듣다가 차량 소음을 듣다가를 반복했네요.
박규승 선수가 탔던 차량이 후미 차량과 경합을 이어가면서 서서히 메인 스탠드 직선 구간을 지날 때도 디스크가 달아오른게 보이더군요. 그만큼 격렬했던 것인지 아니면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달아오른 차량을 경기 끝까지 빠른 속도로 컨트롤한다는게 서킷 주행 입문자로서 그저 대단해보이더군요.
야간 경기였지만 다행히 큰 사고없이 잘 마무리가 될 수 있었고 중계가 한창이던 오후 11시 10분 정각에 여기없이 불꽃 놀이가 시작되어 한참을 재미있게 바라보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주최측에서 풀어야할 문제
관람객들의 많은 차량들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오게 되면서 출차하는데만 30분 넘게 걸렸습니다. 제 차량은 주차장 입구에 있었기에 그나마 빠르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이 30분 정도였으니 안쪽 주차장에 들어간 분들은 40분 넘게 소요되었을 것 같습니다.
경기장 주변 여러 갈래에서 차량들이 모이다보니 정체를 만들어 낸 것인데 정체의 정도가 심했고 화가난 관람객들이 경적을 계속 울려댔기에 불편했으며 교차로에서 차량들과 보행자가 뒤섞이면서 위험해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경기가 열리는 날은 경기장 안도 중요하지만 끝나고 관람객이 돌아가는 순간까지의 경험이 중요하니 주최측에서는 앞으로 더 심할 것으로 보이는 용인 경기에 많이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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