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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편]라운드3 슈퍼레이스 직관 후기(ft.다큐를 좋아하는 이유,박규승)

마이라이드 2023. 6.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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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자, 연휴들 잘 보내고 오셨는지요? 오늘은 수요일이지만 실제로는 월요일 후유증 같은 하루가 될테니 제가 여러분들에게 생기를 불어 넣을 이야기를 준비해봤습니다.

저는 지난 주말 전남 영암에 있는 영암 F-1 서킷에서 개최되는 국내 자동차 경주 행사에 다녀왔는데요. 차를 좋아하는 자동차 블로거라 그러면 이미 많이 가봤을 것 같지만 국내 개최 경기는 사실 처음 가본겁니다.. 

저처럼 차는 좋아하지만 모터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먼저 다녀온 사람 입장에서 지난번 포스팅에서는 미리 챙겨가면 좋을 것들은 알려드렸고 오늘은 경기 자체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2편]어서와. 슈퍼레이스 직관은 처음이지? 미리 알면 좋은 팁들(@영암KIC)

여는 글 여러분들은 '아 왜 이걸 이제야 알았을까' 또는 '왜 이제야 했을까, 진작에 했더라면' 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무엇인가요? 음.. 저는 이 자동차 블로그가 먼저 떠오르고 올해부터 시작한

myride.tistory.com

 

글을 쓰기 시작하는 지금도 그때의 흥분이 남아 있을 지경이네요. 차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정말 꼭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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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선생님이 왜 거기서 나와..

여기서 잠깐 제 취미(?) 생활을 먼저 언급하고 가겠습니다. 제 블로그에 보시면 현대자동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이하 HMG DX)의 별도 카테고리를 만들었을 정도로 완전 푹 빠져 살고 있습니다. 재산을 탕진하고 있죠.

4,5월엔 거의 주말마다 드라이빙 센터가 있는 충남 태안으로 갔었고 6월엔 제가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없어 벌써부터 힘이 쭉 빠진 느낌입니다.

특히 레벨2의 경우 제 입장에선 가성비가 좋은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제네시스/기아/현대 순으로 모두 참여했는데 이들 중엔 가장 재미있었던 건 역시나 서킷 주행에 최적화 되어 있는 아반떼N을 탈 수 있는 현대 레벨2였습니다. 1명의 인스트럭터와 4명의 참가자가 한 팀을 이루게 되는데 저를 제외한 3명의 참가자분들과 연락처를 주고 받았을만큼 케미도 좋았고 교육 내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저의 현대 레벨2를 책임졌던 인스트럭터분이 바로 '박규승'이라는 분입니다. 저는 몰랐지만 팀원분 중 한 분이 이미 '슈퍼6000 잘 보고 있습니다'고 하시길래 인스트럭터이자 현 레이싱 드라이버구나 그 정도만 알고 있었죠.

제가 오전에 기아 레벨2에 참여하고 당일 오후에 현대 레벨2에 참여를 했던지라 인상 깊으셨는지 다른 날 센터에서 마주쳤을 때 저를 기억하고 인사를 해주시더군요.

박규승 인스터럭터의 평가를 받았다.

 

제가 몇 번 만나본 박규승 선수는 항상 웃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저 또한 기억에 남는 인스트럭터였죠. 이름도 엄청 특이하시잖아요. (맞아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느낌)

그런데 경기장에 가서 패독(=차량을 정비 또는 대기하는 공간)을 보니 이 박규승 인스트럭터의 이름이 보이는 겁니다. 사진도 걸려 있는데 안경을 벗고 있어서 약간 긴가민가 했지만 확실히 제가 아는 분이 맞더군요.

이 분이 현재 우리나라 최상위 클래스인 슈퍼6000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었죠. 저는 이때부터 확실하게 라인을 잡고 응원할 대상이 생겨서 몸이 근질근질 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엌 인스트럭터가 거기서 왜 나와

 

경기는 총 6개

로 오전 10시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집니다. 5개의 자동차 경주와 1개의 바이크 경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간단하게 먼저 요약해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스포츠 프로토타입 컵 코리아 결승 : 양산차가 아닌 프로토타입의 원메이크 레이스
  2. 포르쉐 까레라 컵 결승 : 포르쉐 까레라 원메이크 레이스
  3. 가와사키 닌자컵 결승 : 고성능 바이크 가와사키 닌자 원메이크 레이스
  4. GT 클래스 결승 : 벨로스터N, 아반떼N, 제네시스 쿠페 등으로 구성된 클래스
  5. 슈퍼6000 클래스 결승 : 도요타 수프라 차량으로 구성된 국내 최상위 클래스
  6. BMW M 클래스 결승 : M2, M3 등으로 구성된 M 브랜드 레이스

경기는 총 6개

 

1. 스포츠 프로토타입 컵 코리아 결승(35분)

후후. 저야 2010년에 F-1 경기가 열렸을 때 오피셜로 참가를 했기 때문에 F-1 머신들을 가까이서 보고 심지어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양산차량이 베이스가 아닌 레이스만을 위해 만들어진 차량들을 볼 일이 거의 없죠.

프로토타입은 아래의 사진에 보이는 차량과 같이 오직 레이스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굉장히 유연한 바디를 가지고 있고 차량 자체가 작지만 가볍기 때문에 엄청나게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것이죠.

유연한 바디의 프로토타입

 

대충 눈으로 봐도 성인 남성 2명의 일자로 누워 있는 길이와 비슷할 정도이니 차량의 전장(=앞뒤 길이)이 4미터가 되지 않을 정도겠네요. 거의 경차 크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차량 크기는 작은 편

 

하지만 레이스에서는 작고 가볍고 엔진힘이 좋으면 유리하기 때문에 시동을 걸고 직선 주로를 빠르게 지나 코너에 진입하는 걸 보면 생각이 달라지실겁니다.

저는 다른 경기들과 함께 각 차량들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구경하는게 정말 재미있던데 프로토타입 차량들은 확실히 브레이크를 늦게 밟는 것 같더군요. 그만큼 가볍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차량 성능은 안작은 편

 

2. 포르쉐 까레라 컵 결승(30분)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카레라 컵은 배기음이 상당히 크니 어린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F-1도 참여해본 저로서는 뭐 얼마나 크겠어 싶었습니다. 참고로 F-1은 어느 정도냐 하면 모든 오피셜들에게 이어 플러그를 줍니다. 청력 보호를 위해서 주는건데 처음에는 다들 '와~' 하다가 나중엔 끼지 말라고 해도 본인들이 끼게 될 정도입니다.

제가 있던 곳은 메인 그리드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었는데 패독에서 시동만 걸어도 저 멀리서 공룡 울음소리처럼 다 들리더군요. 그 정도로 정말 소리가 큽니다.

양산차가 커봤자..

 

이런 경험이 있는 저도 까레라 경주차량들의 배기음이 엄청 크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크긴 엄청 크더군요. 처음 차량이 출발할 때 생각보다 큰 배기음에 어른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웃었고 어른 아이들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두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막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시끄럽긴 하지만 단순히 소음만이 아니라 앉아있는 시트까지 전해지는 진동 덕분에 가만 앉아서 보고 있지만 괜히 긴장하게 되면서 빠져들게 됩니다.

소리가 몸으로 느껴진다.

 

3. 그리드 워크(35분)

표를 구매할 때부터 그리드 워크 참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당연히 참여하는 표가 더 비쌉니다. 어차피 이걸 고려하든 안하든 표 자체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으니 저는 그리드 워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꼭! 참여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멀리서 보는 경주용 차량들의 모습과 가까이 옆에서 보는 것이 다르다는 점, 무엇보다 레이서나 레이싱을 위한 크루 그리고 오피셜이 아닌 이상 이렇게 트랙 위에 직접 올라본다는 것이 정말 귀한 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와 사진을 찍거나 싸인을 받을 수도 있고 예쁜 누나들도 있으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죠.

가까이에서 보면 또 다르다.

 

그런데 제가 우려했던 것보다 많은 관람객이 경기에 참여했고 그들 중 또 많은 분들이 그리드 워크에 참여를 하시더군요. 그래서 입장할 때 대기가 조금 있는 편이고 인기가 많은 선수나 차량은 사진을 찍기 어려울 정도로 붐빕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인파

 

날이 덥고 사람이 많은 걸 질색하는 성격이라 내려가지 말까 싶었지만 박규승 인스트럭터이자 선수를 차량과 함께 직접 보고 싶어 내려가서 나홀로 눈도장만 찍고 돌아왔습니다. 단순히 경기만 하는게 아니라 경기를 앞두고 이런 이벤트에도 참가를 하는 걸 보니 정말 쉬운게 아니겠다 싶더군요.

선생님 하앜하앜 응원합니다!!

 

4. 가와사키 닌자컵 결승(30분)

저는 바이크 자체에는 크게 흥미가 없는 편인데 프로그램 중 하나라 그냥 봤는데 꽤나 재미있더군요. 네 바퀴가 바닥을 지지하고 있는 차량들과는 또 다르고 라이더의 몸 움직임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경기이다보니 굉장히 스릴이 있습니다. 보는 내내 '와.. 안무섭나?' 싶더군요.

딱봐도 빨라보인다.

 

특히 첫 번째 코너에서 알고보면 재미있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아래사진을 보면 바이크는 옆으로 기울지 않고서는 코너를 돌아나갈 수가 없기 때문에 코너에 가까워질 수록 넘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옆으로 기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한 바퀴를 돌아 더 빠른 속도로 다시 이 코너를 앞두고 있을 때 지나긴 직선 구간에서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던 라이더들이 제동을 하면서 갑자기 벌떡 상체를 일으키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자신의 몸으로 바람 저항을 만들어내면서 감속과 다운 포스를 만들어내기 위함입니다. 이런 걸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것이죠.

알고 보면 정말 더 재밌다.

 

슈퍼6000 클래스 외에는 대부분의 경기가 30분 내외이기 때문에 그리 길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다른 경기로의 전환이 다소 빠른 편인데 중간중간에 관객들이 심심할까봐 갤링건 이벤트를 합니다.

후원사의 마스코트가 나와서 압축 공기로 허공에 고무공을 관객석으로 쏘면서 상품과 교환해주는 공을 쏩니다. 참고로 너무 뒤쪽에 앉으면 공이 안오니 우측 전광판 주변에 중간 즈음에 앉으면 공을 받을 확률이 좀 있겠네요.

누가봐도 CJ대한통운 마스코트

 

또한 중간중간에 카메라로 관객을 잡아서 경품 이벤트를 합니다. 인싸 기질이 있어서 되는데 헤드뱅잉하는 분도 계셨고 귀를 틀어막고 좌우측 선택을 하라고 해도 줄곧 춤만 추시는 아이 어머니도 계셨습니다. 웃긴 건 경기 전체에서 이 이벤트가 제일 웃겼습니다ㅋㅋ

인싸라면 도전하라.

 

5. GT 클래스 결승(45분)

이제 다양한 차량들이 함께 달리는 GT 클래스입니다. 어찌보면 이보다 훨씬 더 빠른 경기들도 많지만 구동 방식이 다른 차량들이 뒤섞여 달린다는게 정말 매력적입니다. 아래사진에 보시면 전륜구동 차량인 벨로스터N과 아반떼N도 있지만 후륜구동인 제네시스 쿠페도 보이는군요.

다양한 차량들이 한 번에 달리는게 포인트

 

서킷에선 후륜이 최고라는 것이 하나의 공식처럼 알고 있는데 막상 경기를 시작하니 아반떼N 차량이 압도적으로 경기를 리드하더군요.

저도 서킷 교육을 받아보니 의외로 차량의 타이어 접지 이동이 구동 방식에 따라 다르지 않다는 점, 레코드 라인도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도 알게 되더군요. 아래에 보이는 차량이 결국 우승을 하게 되면서 전륜구동 차를 타는 입장에서 괜히 자랑스럽더군요.

전.륜.구.동 이겨라!

 

여러 경기를 보다보면 경기 초반에 차량 문제로 리타이어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안타까운 모습도 크게보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레이스의 요소 중 하나이긴 하지만 관객들이 한 마음으로 많은 분들의 숨은 노력에 안타까워하면서 다시 차량이 출발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모습에 뭔가 마음에 따뜻하더군요. 간혹 경기 중 트랙 밖으로 밀려난 분들에 대한 응원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 관객의 수준이 참 높구나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시 달릴 수 있길 다함께 응원하는 중

 

6. 슈퍼6000 클래스 결승(70분)

아, 이 경기가 핵심이었습니다. 드라마 그 이상이었고 정말 '숨막히고 부끄럽지만 울 뻔' 했습니다. 최상위 클래스라고 그렇다고요? 아닙니다. 무조건 제일 빠르다고 제일 재밌다고 단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게 맞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F-1 빼고는 다 의미가 없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여기서부터 진짜 드라마의 시작이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앞서 언급해드린 것처럼 저는 관람하는 당일까지 인스트럭터였던 분이 경기에 출전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입장하면서 어딘가 익숙한 이름에 검색을 해보고 나서 알게 된 것이죠. 그래서 출발할 때 몇 번째로 출발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다만 막상 앞쪽 어딘가에 있을꺼야 하는 마음으로 브랜뉴레이싱팀의 패독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죠.

드디어 기다리던 슈퍼6000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후3시 정도에 시작을 했는데 가장 빠른 경기다보니 타이어 접지에 가장 적합한 온도가 만들어지는 시간대에 하는게 아닌가 싶더군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38번 차량이 안보입니다. 박규승 선수를 찾기위해 38번 차를 찾아 시선을 서서히 뒤로 돌리다보니 보니 의외로 가장 뒤에서 출발을 하더군요.

기록이 나빴을지도 모르고 리타이어를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전 경기를 안봤으니 내막은 모릅니다. 그냥 내가 응원하기로 마음 먹은 선수가 가장 뒤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뭔가 마음이 아팠죠.

너무 멀어서 줌을 많이 당겨야만 했다. 슬펐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었고 가장 뒤에서 시작했지만 첫 번째 코너에 들어갈 때 뒤에 한 대가 있는 것을 보고 중위권까지 갈지도 모르고 굳이 1등이 아니라도 멋진 경기가 나올 것이라 기대를 하면서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박규승 가즈아!!

 

그렇게 한 바퀴씩 돌아 다시 관중석 앞을 지날 때마다 의식적으로 순위를 파악하기 위해 선행 차량들의 숫자를 세었습니다. 처음에는 11번째인가 그랬고 10위 안에는 들어야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매 바퀴마다 습관적으로 세는데 10번째, 9번째 이런 식으로 계속 줄어들면서 점점 더 흥분되기 시작했습니다.

차분하게 잘 달린다. 미쳤다.

 

경기가 점점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분위기는 고조가 되었고 최근부터 룰이 개정되어 피스스탑을 의무화했기 때문에 차량은 반드시 패독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패독에서 피트인을 준비하고 있길래 누가 들어가나 했더니 팀동료인 87번 이효준 선수가 먼저 피트스탑을 하더군요.

단 몇초만에 끝나버리는 F-1과는 달리 크루의 수도, 휠너트 방식도 다르며 주유까지 해야하기 때문에 팀별로 편차가 상당히 큽니다. 20초대면 빠른 것이고 운이 나쁘면 훨씬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주유를 하던 과정에서 아마도 휘발류가 흐른 것인지 갑자기 불이 붙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불이 크게 번집니다. 그 짧은 찰나에 다행히 선수는 차량에서 탈출을 했고 주변의 오피셜이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하면서 누가 크게 다치거나 큰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지금도 떠올려보니 아찔하군요.

가슴이 철렁하던 순간

 

다행히 마무리는 잘 되었지만 이게 새로운 문제를 만들게 됩니다. 리타이어 해야하는 차량을 치우는 것도 일이고 바닥에 미끄럽게 뿌려진 소화기 분말가루 때문에 주변을 정리하느라 박규승 선수가 피트인을 못하게 됩니다.

이미 기존에 쓰던 타이어는 점점 성능이 떨어지고 있는데 반드시 한 번은 피트인을 해야하고 랩수는 계속 늘어가는데 해설위원들이 '이번에도 안들어가나요?'를 몇 번이고 반복할 정도로 레이스는 오래 지속이 됩니다.

그러나 더 대단한 건 랩타임이 계속 높은 텐션으로 유지된다는 점 입니다. 무전으로 피트의 화재 이야기도 들었을 것이고 점점 더 타이어의 성능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레이스를 해야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압박감이 상당했을텐데 랩타입 기록은 아주 고요했습니다. 해설자들도 놀랄 정도로 높은 텐션을 유지하고 있었죠.

더욱 걱정되는 것은 피트크루들이었습니다. 방금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박규승 선수가 피트스탑을 했을 때 제대로 역량이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염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1위로 달리고 있던 팀의 피트스탑 시간보다 단축하면서 차량은 빠르게 정비를 마치고 다시 트랙으로 달려나갑니다. 이때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는데 뭔가 눈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잊을 건 빠르게 잊고 바로 지금에 집중한다.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제 경기는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데 피트스탑을 끝낸 박규승 선수의 순위는 3위로 1,2위 차량들과는 거리가 꽤 멀었습니다. 물론 3위 이내이니 큰 실수만 없으면 포디엄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여기서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1,2위 차량들과 꽤 멀다.

 

1,2위를 달리고 있는 차량들은 같은 레이싱팀 소속의 차량들로 아주 격렬한 순위 경쟁을 하게 되면서 3위로 달려오는 박규승 선수에겐 아주 유리한 상황이 연출되게 됩니다. 처음에는 거리가 멀어 2위는 힘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1,2위 자리 다툼을 하는 동안 거리를 좁혔고 결국 2위 차량 바로 뒤까지 붙게 됩니다.

이때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더군요. 점점 달릴 수 있는 랩수는 적어지고 1,2위 선수들의 랩타임보다 박규승 선수의 랩타임이 조금 더 빨랐기 때문에 '정말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면 2위까지 할 수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2위 바로 뒤까지 붙었다!!

 

그렇게 2위 압박을 계속하게 되더니 결국 추월에 성공하게 됩니다. 그때 다시 한 번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오면서 온 몸에 전율이 일더군요.

그냥 경쟁자없이 레코드 라인을 따라 주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벅찬데 이런 저런 일들이 많은 상황속에서 끝까지 빠른 랩타임을 유지한다는게 존경을 넘어 감동스럽더군요. 그렇게 결국 마지막에서 시작해서 2번째로 들어오면서 체커기를 받게 됩니다.

결국 2위로 골인

 

단순히 거기에서 끝나는 것보다 다함께 패독에서 기뻐하고 있는 크루들과 선수 가족의 반응을 함께 살펴보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마음 같아선 저도 샴페인 들고가서 시원하게 부어드리고 싶더군요.

축하드려요!!!!

 

평소 '레이스 경기는 F-1이지!'라는 생각에 살고 있었고 국내 경기에는 별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인데 레벨2의 조원분의 한 마디가 계속 기억에 남더군요.

F-1은 너무 넘사벽 느낌이라 현실감이 없는데 슈퍼6000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 한 마디가 없었다면 아마 이렇게 역사적인 경기를 직관하지 못했을 것 같고 살면서 누릴 수 있는 큰 행복을 모르고 살았을테죠.

정말 직관한 내가 자랑스러울 정도. 브랜뉴레이싱 #38 박규승

 

7. BMW M 클래스 결승(30분)

메인 경기가 끝나고 나니 미쉐린타이어의 럭키드로우 추첨 기간과 겹치면서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경기장을 빠져 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경기가 하나 남았죠. 바로 BMW의 M 클래스 입니다.

다들 럭키드로우하러 나가버렸다.

 

저는 사실 수입차에 별관심이 없기 때문에 잘 모릅니다. 그냥 M이 고성능 스포츠카인 건 아는 정도이고 막연히 M 뒤에 붙는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비싸니 더 빠를 것이라고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M 클래스는 원클래스 경기가 아니다보니 M2, M3 등 다양한 차량들이 섞여서 주행하게 됩니다. 특히 중위권 경쟁이 치열했는데 M2와 M3가 계속 엎치락 뒤치락하는 것이 흥미진진하더군요.

저는 오전부터 너무 재미있게 봤던터라 영화마니아들이 크래딧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듯 저도 완전히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일어났습니다.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레이스의 숨은 주역, 오피셜

마지막으로 이렇게 훌륭한 경기가 가능한데 숨은 노력들이 많은데 바로 오피셜입니다. 다른 말로는 마샬이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해 경기 진행을 위한 분들입니다. 경기장에 가면 주황색 또는 빨간색 옷을 입고 있는 분들이죠.

구체적으로 보면 업무에 따라 다양하게 나뉘긴 하지만 대표적으로는 플래그 마샬이 있습니다. 앞에 사고가 있어 위험이 있을 경우 노란색기를 흔들며 드라이버에게 알리고 아래와 같이 사고가 심하여 위험한 경우 SC(Safety Car)가 들어간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경기 시작까지 남은 시간도 알려주기도 하죠.

세이프티카 진입을 알리는 표시와 황기

 

참고로 세이프티카는 수프라가 사용되는데 카레라 컵에서만 포르쉐 타이칸 크로수 투리스모가 사용되더군요. 세이프티카가 들어오게 되면 차량 위에 있는 경광등을 켜는데 경기를 정상 재개하기 위해 코스아웃 하기 전에 경광등을 끈다는 것도 알고 보면 재미있는 요소거리가 됩니다.

세이프티카 (좌) 수프라, (우)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그리고 스타트 직전에 볼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차량들이 모두 대기하고 있을 때 출발 신호 직전에 항상 마지막 차량 뒤에서 마샬이 전체적으로 위험 요소를 판단한 뒤 녹색기를 흔들며 퇴장하는데 이 모습도 더욱 즐겁게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되니 레이스 경기 직관하러 가신다면 꼭 놓치지 않고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저 분이 보이면 바로 경기 시작

 

저는 이만 7월 8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리는 라운드4 표 구입하러 갑니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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