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련 정보]/자동차 정비 DIY

닦고 조이고 기름 칠하자. 공구도.

마이라이드 2021. 6.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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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좀 속상한 마이라이드 입니다.

차량 정비에 욕심이 있다보니 일반인 치고는 공구가 많은 편인데요.

 

엄청나게 고가의 공구는 없지만,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이런 경험은 있으실겁니다.

유별나게 관심이 가는 물건이 있다.

 

오죽하면 10만원이 훌쩍 넘는 100피스 이상의 

수공구 세트도 있고 바라보며 흐뭇해 하기도 하지만

정작 최애탬은 아내가 이마트에서 사준 보쉬 수공구 세트입니다.

저는 이 친구에게 '쉬보'라는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쉬보가 되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독 이 공구세트에는 관심과 애정이 가득합니다.

오죽하면 비싼 공구세트는 뒷전이고 별도의 포스팅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2020.05.27 - [[자동차 관련 정보]/자동차 정비 DIY] - [활용도 높은 소형 공구세트] 보쉬 26pcs 라쳇세트 리뷰와 추천(2만원미만)

 

[활용도 높은 소형 공구세트] 보쉬 26pcs 라쳇세트 리뷰와 추천(2만원미만)

오늘은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포스팅을 진행해봅니다. 바로 '공구'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예. 그렇습니다. 혹자가 시계에, 차에, 가방에, 커피에, 오디오에 환장하듯 저는 공구에 환장합니다. 그

myride.tistory.com

 

닦고 조이고 기름 칠하자. 공구도.

 

제가 어릴적 만들었던 미니카가 너무 너무 좋아서 머리맡에 두고 잔 적이 있고

그리고 새로산 운동화가 너무 너무 좋아서 머리맡에 두고 잔 적이 있으며

이 공구는 머리맡에 두고 싶었지만 쫓겨날 것 같아 그러지는 못하고

평소에 필요도 없이 가지고 다닐 정도로 좋아했습니다.

 

구성도 좋고 가격도 좋은데 가장 좋은 점은 역시나 활용성이 좋다는 점 입니다.

12mm 소켓이 빠진 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많이 사용하는 8, 10mm가 있고

최근에 DIY했던 스테빌라이저 링크 교체할 때도 이 공구없이는 불가능 했습니다.

 

너 없이는 안돼, 쉬보

 

그리고 이사를 하고 구입한 이케아 가구 조립할 때에도 

아주 요긴하게 사용을 하고 있었고,

아내가 필요하다길래 빌려주면서

아주 소중한 아이니까 조심히 다뤄줘

 

라고 신신당부하며 올바른 사용법도 알려줬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녀석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우선 라쳇의 회전 방향을 조절하는 부분이 잘 돌아가지 않더니

한 쪽 방향으로 돌릴 때 발생하는 톱니바퀴 소리도 시원찮고

뻑뻑하니 상태가 영 좋지 못했습니다.

 

이 녀석의 좋지 못한 상태를 본 뒤

이마트에 동일상품 할인행사하는 것을 보고 멍하게 구경하고 있으니

아내가 "하나 더 사줄까? 보이는 곳마다 둘래?" 물어봅니다.

일단 정이 많이든 이 녀석을 살려보기로 합니다.

반드시 살려야 한다.

 

쉬보, 죽지마.

 

집에 있는 WD40를 앞뒤로 분사해줍니다.

그리고 비트를 하나 체결해서 안쪽 홈과 비트 사이에 

키친 타올을 끼우고 돌리기를 반복해줍니다.

그러니 일단 안쪽에 미세하게 자리잡은 벌건 녹층이 바로 사라집니다.

 

그냥 닦기보다 비트를 체결해서 닦아주면 좋다.

 

이녀석 안쪽에 있던 암덩어리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저는 처음에 스테빌라이저 링크 교체할 때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큰 힘을 받아서

톱니 내측 부분이 깨지거나 휘어버린건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마 너무 자주, 전천후로 사용을 하다보니 수분 유입으로 인한 

녹발생이 그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어의 뒤쪽 판 가장자리에 보니 녹물이 뿜어져 나옵니다.

 

쉬보가 아픈 이유를 찾은 것 같다.

 

녹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기름 뿌리고 

작동시키고 닦고를 반복해봅니다.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니 동안이다. 쉬보.

 

수술 후 이 친구가 많이 아팠던 것인지 피를 많이 흘렸습니다.

그래서 추가적으로 톱니바퀴가 있는 곳에 WD40을 분사하고

그대로 두면 흐를 수 있으니 계속 작동하고 닦아냄을 반복했습니다.

이게 녹물인건지 아니면 구리스 도포된 것이 녹아나오는 것인지는 불명확하지만

그래도 뭔가 잘못된 것이 나오는 것 같아 다행인 것 같습니다.

 

수술의 흔적

 

수술을 마친 뒤 그대로 두면 덧날것 같아

붕대(라고 쓰고 키친타올이라 읽는다)를 대고 침대에 눕혀줬습니다.

그랬더니 소켓 체결용 비트가 불그스름한게 눈에 보이기 시작하네요.

 

수술 후 회복 중인 보쉬 라쳇

 

못 참고 바로 녹환원제 꺼내서 닦아줍니다.

녹환원제는 언제 산건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오래되어

짜보면 고체와 액체가 분리되어 나오는데 그래도 효과는 있습니다.

 

녹이 살짝만 보일 때 빨리 처리하는 것이 관건

 

녹이 심하게 진행되기 이전에 가벼울 때 빨리 처리를 해주면 좋습니다.

사람도 이가 아파서 못 견딜 때까지 버티다가 가는 것보다

'약간 불편하네' 싶을 때 가는게 병원비가 덜 나온다죠?

 

소켓 연결용 비트, 수술 후

 

일단 쉬보를 살린 것 같으니 당분간 잘 보살펴 줘야겠습니다.

차량만 '닦고 조이고 기름칠'할 것이 아니라 

공구도 가끔은 신경쓰고 살펴줘야할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수술을 하고 이제 막 회복을 끝낸 우리집 막내 카롱이와

묘하게 시기적으로 겹치다보니 괜히 센치한 밤입니다.

아프지 맙시다. 사람도 동물도 공구도.

아프지마 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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