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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중고차를 찾아라 1편] 부모님이 원하는 차량의 조건

마이라이드 2023. 7. 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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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네 압니다. 제 코가 석자라는 것을. 2012년식 1.6 아베오 수동을 10년 넘게 타고 있고 주변에선 장가 가려면 차부터 바꾸라고 아우성이지만 저는 30만km를 꼭 찍고 싶어 29만km를 넘긴 차량을 계속 학대 중입니다. 오늘 법륜스님 팟캐스트를 듣는데 뭐 굳이 그렇게 집착을 할 필요가 있냐는 말에 뭔가 뜨끔하긴 했지만 타이어도 바꿨으니 더 타보도록 하죠.

30만km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저희 부모님을 보니 본인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아주 그냥 크게 동떨어진 차량을 타고 계시고 아버지 연세가 늘어감에 따라 이때가 아니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가 될 것 같아 부모님이 타실 차부터 바꿔드리기로 했습니다.

뭐 저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제 삶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최고의 선물을 해드리고 싶었고 그 고민하는 과정을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동차 이야기라면 밤을 새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수다스럽다보니 여러 편에 걸쳐 연재를 하기로 결심을 했으니 호옥시나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끼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함께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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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라이프 스타일 그리고 렉스턴

차를 고를 때 여러가지 기준들이 있고 대부분 비합리적으로 특정한 하나에 꽂혀서 구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뭐 괜찮습니다.

제가 아베오를 살 때만 해도 꽂혀서 덜컹 구입했고그래도 애정있게 잘타고 있고 소위 말해 '뽕'을 뽑았으니 말이죠. 자동차라는 것이 대단히 '감성적인 측면'이 있는 물건이다보니 그 누가 뭐라해도 내 마음에 들면 그게 제일 좋은 것이고 다만 나는 내 선택에 대한 책임만 지면 되는 것이죠.

원래 부모님은 1세대 렉스턴을 가지고 계셨고 그 차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습니다. 2001년식이니 완전 초장기 차량인지라 오래되었고 사고도 있었고 고장도 있었던 차량이고 무엇보다 연비도 나쁘고 시끄러웠죠.

특히나 초기형 120ps짜리 플랜저(=부란자..) 타입의 차량은 정말이지 느리고 가속패달까지 엄청 무거운 차량이라 이걸 타다가 경차를 타면 오히려 가뿐하게 나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2001년식 렉스턴

 

그래도 부모님은 이 렉스턴에 대한 사랑이 어마어마 하신데 지금도 그 차를 그리워 하십니다. 아마도 그 차가 가진 '상징성'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IMF도 견디시고 그 당시 자수성가한 부모님께서 구입하신 가장 비싼 물건이었기에 본인의 청춘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진했을거라 봅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그 차량으로 우리 네 가족이 함께한 추억이 가장 많은 차량이었기 때문에 그 낡고 오래된 차량에 대해 애착이 있으셨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면허를 따고 아버지차를 빌려탔던 첫 차량이기도 하고 제 서울 생활에서 몇 개월 빌려타면서 저 또한 추억이 상당히 많은 차량이고 차량 위에 올라간 루프 박스를 조그마한 제 아베오에 꾸역꾸역 싣고가서 선물로 달아드렸던 추억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 평생 가족 부양하시느라 일년에 딱 명절 당일 2번 쉬시면서 청춘을 불태우신 후 그나마 경제사정이 조금 풀릴 때 이 차를 구입하시고선 정작 인생을 즐기시지 못했고 은퇴하신 다음인 지금에 와서야 이 차를 가지고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시는 캠핑을 실컷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애착과 미련이 더 유별난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갑자기 제가 일기를 쓰고 있네요. 감성팔이는 여기까지.

2미터가 넘는 루프박스를 아베오로 배송했다.

 

그랬던 부모님께서 대도시를 떠나 한적한 전원생활을 시작하게 되셨는데 얼마되지 않아 노후 경유차에 대한 제한이 시작되게 됩니다. 물론 DPF를 달면 서울을 다닐 수 있긴 하지만 PDF를 달게 되면 안그래도 무겁고 느린 차량의 출력을 빼내서 사용해야 하니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에 부모님을 말렸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저와 누나가 있는 수도권에는 아예 진입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고민 끝에 부모님께서는 차량을 바꾸시기로 결심을 하셨습니다. 부모님 설득을 위해 누나가 만기된 적금을 하나 통째로 부모님께 드렸다는 후문이 있던데 세삼 누나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또 일기를 쓰고 있네요. 가족사는 여기까지.

노후경유차의 저승사자

 

당연히 저는 최소한 저와 상의를 하실거라 생각을 했는데 덜컥 르노코리아 매장에 가서 전시되어 있던 SM3 차량을 할인 받아 사오셨더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그 차량 연비가 참 좋다'고 무심코 한 마디를 건넨 기억이 있는데 그게 어느 정도 반영이 된게 아닌가 싶더군요.. 저라면 그 돈으로 상태 좋은 중고차 구입을 권했을텐데 말이죠.

갑자기 sm3를요?

 

아무튼 경제생활을 전혀 하고있지 않은 부모님께 SM3는 좋은 차량이었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가 타고 내릴 때 렉스턴처럼 오르내리느라 불편하지 않았고 한 때 좀 밟으시던 아버지도 이제는 살살 운전을 하시게 되면서 몇 천km 누적 연비가 17km/L를 가리키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죠.

공간, 연비는 참 좋다. 등급과 세단이라는 걸 고려했을 때.

 

전원생활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차량 운행거리가 늘어납니다. 걸어다니면서 할 수 있는 생활이 적어지고 차를 타고 나가야만 뭔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19년에 구입한 차량이 4년만에 거의 10만km에 육박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파워트레인의 보증 종료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이 구간을 넘긴다면 차량의 중고 가치가 확 내려가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전원 생활을 하면 주행거리가 상당히 많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우리 부모님의 취미는 바로 '캠핑'입니다. 그것도 바디온프레임 방식의 1세대 렉스턴의 후륜 서스펜션이 축 쳐질 정도로 많은 짐을 싣고 다니시는 헤비유저인 것이죠. 그러던 분이 준중형 세단에 짐을 싣고 캠핑을 다니시니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많았을 겁니다. 

어쩌면 렉스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

 

부모님께서는 '와 저렇게 좋아 하실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좋아하시는데 최근에 서킷 교육 받으러 다니면서 행복해 하는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부모님은 어떤 마음일지 조금 이해가 가더군요. 참고로 아버지께서는 군용 A형 텐트 하나 들고 1970년대부터 캠핑을 즐기셨던 거의 1세대입니다..

장비 욕심이 있는 분들이라 대형 케터 창고 하나가 통으로 캠핑 장비이고 비워도 비워도 줄지 않는 마법의 공간도 있는데 그나마 줄여서 다니시는게 이 정도 입니다. 그리고 보통 캠핑을 가시면 백수시니 짧게는 5일 길게는 일주일 넘게 장박을 하시니 차의 공간에 대한 불만이 분명히 있으셨을겁니다.

주변 캠퍼들이 '이게 다 저차에 들어가요?'라고 하셨다는 후문이.

 

마음 같아선 '아버지 요즘은 미니멀리즘이 유행인데요? 저기 그랜저 차주분을 보세요!'라고 하고 싶지만 정작 아버지 눈에는 그 뒤에 있는 4세대 카니발이나 그 뒤에 있는 대형 캠핑카만 눈에 들어오시겠죠.

아버지 미니멀리즘은 어떠신가요? 예? 듣고 계세요?

 

그 뿐만아 아닙니다. sm3는 연비가 좋다는 건 장점이지만 옵션이 낮아 2열 시트 폴딩이 불가(접혀도 뭐..)하고 차급 대비 트렁크가 아무리 넓다한들 크나큰 캠핑 장비를 싣기에는 부족함이 있었을 것이고 가장 큰 문제는 가득 무거워진 차량은 CVT로 운행하는게 영 어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금속 벨트의 마찰력을 이용하여 동력을 전달하는 CVT는 전형적인 도심형 주행에나 어울리지 고중량을 싣고 다니는 환경에서는 올바른 방식이 아닙니다. 최신 트랜드인 DCT도 아니고 그냥 토크 컨버터식 자동변속기나 수동변속기가 최고인데 문제는 아버지 나이에 수동을 하기엔 문제가 있다는 점 입니다.

CVT 변속기 예시

 

제가 얼른 차를 바꿔드려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있습니다. 바로 어머니의 한 마디셨죠. (엄마 제갈공명이셨어?)

너희 아버지도 늙었는지 도로에서 자꾸 졸더라

뭐 젊은 사람들도 운전을 하면서 졸릴 때가 있겠지만 제 평생에 아버지께서 운전하면서 졸음운전을 하신 적은 정말 딱 한 번 있었을 정도로 드문 일입니다. 아버지의 DNA를 물려 받은 제가 웬만해선 졸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에 더욱 더 걱정이 되더군요.

더욱 더 결정적인 건 차만 타면 딥슬립을 하기에 출발지와 도착지만 기억하시는게 디폴드값인 어머니께서 아버지가 조는 걸 봤다는 건 이건 심각한 문제인겁니다.

첨안안전장비는 무조건 다다익선


부모님을 위한, 부모님을 만족시킬 요구 조건

그래서 저는 이러한 부모님의 라이프스타일과 경제사정, 저의 경제사정 등을 고려하여 차를 고르게 된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아래의 필요조건들을 두루 만족시켜야 하는 차를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1. 적재공간이 넓을 것 : SUV, RV 계열
  2. 첨단주행안전장비가 있을 것 : 최소한 차로이탈방지, 욕심내자면 후측방, 전방충돌방지보조까지
  3. 토크 컨버터식 자동변속기+디젤 차량일 것
  4. 가급적 배기량이 낮아 유지비용이 낮을 것
  5. 4륜 구동 : 있으면 선호
  6. 2열 에어벤트 : 있으면 선호
  7. 지불 가능 금액 : 2천만원 내외

이제 후속 포스팅에서 하나씩 고민했던 결과들을 나열할건데요. 저.. 찾을 수 있겠죠? 혹시나 떠오르는 차량이나 추천해줄 차량이 있는 분들은 로그인이 전혀 필요없는 댓글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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