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중고차를 찾아라 5편] 결국 3세대 후기형 투싼을 구입한 이유
여는 글
원래 부모님 차량 구입을 처음 고민할 때는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6 디젤 엔진이 들어간 쉐보레 올란도 최후기형을 구입하려고 했습니다. 거기에 첨단안전장비가 들어간 '세이프티' 모델로 말이죠.
약 1천만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에 엄청난 실내 공간, 많이 개선된 Gen3 변속기, 다소 부족하지만 그래도 분명히 작동하는 차로이탈방지보조와 전방충돌경고가 있으니 고민을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배기량이 낮아 세금도 저렴하고 연비도 준수한 편이고 무엇보다 차량을 바꾸는 주된 이유가 sm3이 세단이기 때문에 짐을 적재하는데 불편하다는 고민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민이 길어지니 좀 고달프더군요. 가뜩이나 회사가 한참 바쁜 시즌인데 부모님의 처분해야 하는 sm3 차량의 보증 기간인 10만km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걸 넘기면 더욱 큰 감가될 것이 뻔하니 빨리 차를 골라야 하는데 세이프티가 들어간 1.6 디젤 올란도는 정말 매물이 없더군요.
그래서 의식의 흐름이 '올란도가 없다→그냥 맥스크루즈를 살까?→사드릴 순 있는데 유지가 부담되실텐데?' 이 무한루프가 시작되니 서서히 저도 힘들더군요. 또한 결정적으로 알고보니 아버지께서 올란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셨더군요.
그러던 중 갑자기 1.6 디젤이 들어간 3세대 투싼 후기형 모델에 대한 전문 리뷰를 읽게 되었고, 말많은 DCT 변속기에 대한 걱정은 분명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연비와 출력 그리고 엑센트 디젤 DCT에서 경험을 토대로 최종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왔습니다.
3세대 투싼TL 후기형 1.6 디젤 AWD : 약 2,000만원 전후
[매력도 분석 - 투싼TL 6.5/7 점]
- 적재공간이 넓을 것 : SUV, RV 계열 (O)
- 첨단주행안전장비가 있을 것 : 최소한 차로이탈방지, 욕심내자면 후측방, 전방충돌방지보조까지 (O)
- 토크 컨버터식 자동변속기+디젤 차량일 것 (△)
- 가급적 배기량이 낮아 유지비용이 낮을 것 (O)
- 4륜 구동 : 있으면 선호 (O)
- 2열 에어벤트 : 있으면 선호 (O)
- 지불 가능 금액 : 2천만원 내외 (O)
더 이상 고민을 할 수 없고 빨리 사드리고 내 삶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매물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중고차량 가격으로만 놓고보면 2단계 상급인 맥스크루즈와 사실 거의 비슷한 가격대를 가지고 있긴 했는데 어차피 주로 부모님 두 분께서 타실거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시니 제 판단에선 이 차량만 한 것이 없었습니다.
바로 매물을 검색했고 제조사 5년/10만km까지 보증이 가능하니 처음에는 2WD 디젤 모델을 보고 오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보통 엔카에서 찾지만 때때로 엔카 보증이 불가한 차량들이 있기 때문에 그럴 시간이 없어 이번엔 케이카에서 매물을 찾아봤습니다. 케이카에선 모든 차량들이 보증이 가능하니 말이죠.
AWD가 빠진 상태가 괜찮은 차량이 부모님 거주지 근처에 한 대 있어서 보고 오시라 말씀을 드렸고 현장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뭔가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이 있습니다. 마음에 든다고는 하시는데 제가 바로 탁송 보내드릴 수 있으니 결정만 하시라고 재촉을 해도 뭔가 개운치 못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다른 차도 있다고 말씀드리니 어떤 차량이냐고 물으시더군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차를 보고 오긴 좀 그런데 흰색 외관에 AWD가 있고 어라운드뷰까지 들어 있긴 하지만 차량 연식이 좀 더 되었고 누적 주행거리도 더 많아 머지 않아 보증이 끝날거라 말씀을 드렸죠.
그랬더니 결국 아버지께서 원하시던 중요한 옵션이 AWD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줄곧 흰색 외장 컬러가 별로라고 하시더니 아버지가 보지도 않으시고 마음에 듣다고 하시니 겨울철에 눈이 오면 걱정이 많이 되긴 하더라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다음날 바로 탁송 받을 수 있게 준비해달라고 말씀을 드린 뒤 차를 받아왔습니다.
사설이 길었는데 이 차로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들이 좀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케이카의 중고차 보증
누적 주행거리는 7만km도 안된 차량이지만 차량의 연식이 2018년 9월식이라 5년/10만km 보증 제한에 있어 기간 때문에 겨우 2달밖에 보증이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구성이 약하다고 알려진 건식 7단 DCT가 좀 걱정이더군요.
이 DCT 변속기가 왜 문제냐 하면 구조상 미션오일의 압력으로 부드럽게 동력을 전달하는 토크 컨버터식 자동변속기보다 클러치가 있는 수동변속기에 더 가까운데 문제는 부드러움을 위해 반클러치를 사용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아 변속기의 내구성이 많이 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는 점 입니다.
실제로 셀토스 후기형부터 2세대 코나까지 7단 DCT에서 다시 자동8단변속기로 회귀하는 걸 보면 문제가 있는 것은 맞아보입니다. 하지만 도심주행보다 탁트인 곳에서 자주 운전하는 환경이고 수동변속기에 대한 이해가 있고 반클러치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면 훨씬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보증을 최대기간인 KW24로 거의 90만원을 더 주고 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730일/4만km까지 보증이 연장이 되기 때문에 혹시나 기간 안에 파워트레인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안심이 되니 말이죠.
전원생활을 하시다보니 연간 주행거리가 적어도 3만km는 되기 때문에 1년 6개월 안에 보증기간과 보통 고장이 난다고 알려진 10만km 전후에 도달할 것이니 한 번 베팅해본 겁니다.
2. 어라운드뷰
사실 투싼급에 어라운드뷰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이 차량이 판매되었던 2018년 정도에는 현대의 신차에 별 관심이 없었기도 했고 적어도 싼타페급에서나 가능한 옵션이 아닌가 싶었는데 상당히 옵션이 많이 들어간 차량이다보니 지원하긴 하더군요.
다만 확실히 어라운드뷰 초기형 차량이어서 그런지 인포모니터가 작아서 그런지 화질은 꽤나 나쁜 편이더군요. 최신 차량을 많이 접하는 제 눈에는 뭔가 뿌옇고 답답해 보이는데 그동안 후방카메라만 사용하시던 아버지께서는 아주 마음에 들어하시더군요.
다른 것보다 이제 아버지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주차할 때의 감각이 예전만 못하신데 이 어라운드뷰 덕분에 주차를 하거나 좁은 길을 지날 때 유용하게 사용하실 수가 있어 옵션에 욕심을 잘 낸 것 같긴 하더군요. 실제로 차를 처음 받아오신 날 후진하다가 벽에 박을 뻔 했는데 모니터를 보고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원래 저는 어라운드뷰가 그리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인데 현대드라이빙익스피리언스(=HMG DX) 오프로드를 운전할 때 어라운드뷰를 켜서 주변을 확인하는걸 보고 '주차만을 위해 사용하는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습니다.
3. 첨단안전장비(ADAS)
아버지는 무조건 '큰 차', 저는 무조건 '옵션 좋은 차'의 주장이 대립되고 있던 와중에 아버지가 아무리 '그.돈.큰'을 외치신다 하더라도 돈을 내는 입장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ADSD입니다.
우리나라 고령 운전자 사고가 이제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데 저희 아버지도 앞으로 예외는 아니실테고 운전을 하실 수 있는 나이까지는 최대한 안전하고 편하게 운전하실 수 있길 바랬습니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요즘 차량들과 비교해서는 부족하긴 하지만 전방충돌방지보조, 후측방경고, 차로이탈방지 그리고 앞차량과의 거리도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까지 들어 있어 캠핑을 좋아하는 부모님께는 정말이지 필수적인 요소라 생각했습니다. 이 몇 가지 장비만 있어도 도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의 대부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장거리 운전의 피로도를 낮추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되는 기능이다보니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죠.
4. AWD (=HTRAC)
아버지의 4륜 사랑을 유별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했을 정도로 4륜차를 좋아하셨는데 사실 쓸 일도 거의 없고 고장도 잘나던 1세대 렉스턴을 타실 때 그렇게 좋아하시더군요. (물론 대부분의 4륜차 운전자들은 제대로된 교육없이 무작정 오프로드에 가지고 갔다가 사고가 나긴 합니다.)
양평에 거주하시는지라 겨울철에 눈이 좀 오긴합니다. 거기에 서울처럼 빠르게 제설을 해주는게 아닌지라 4륜이 있으면 좋긴 하죠. 그래서 그토록 AWD를 은근하게 욕심내셨던게 아닌가 하는데 저도 막상 구입하고 나니 파트타임 4WD가 아니라 전자식으로 알아서 판단해서 굴려주는 AWD, 현대에서 HTRAC이라 부르는 장비가 탑재되어 있더군요.
예전이야 기계식 4WD에 로우(LOW) 기어까지 들어간 4륜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는 작정하고 오프로드를 다니시는 분들에게나 해당이 되고 대부분의 평범한 운전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정도에선 차량이 알아서 판단하는 AWD가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HMG DX 오프로드 익스피리언스에서 사실 좀 만만하게 봤던 4세대 투싼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이 의외로 만족스럽다보니 저 또한 괜히 욕심이 나긴 하더군요.
3세대 투싼에는 4세대처럼 터레인 모드(=머드, 자갈 등)는 없지만 그래도 있으니 마음에 듭니다. 특히 계기판에서 실시간으로 어떻게 동력이 전달되는지를 볼 수 있는데 아버지께서는 이걸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걱정은 '타이어'의 중요성은 간과한 채 'AWD'만 맹신하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 입니다. 그래서 언제 아버지와 함께 HMG DX 오프로드 익스피리언스에 다녀와야겠습니다.
5. 연비
낮은 배기량의 디젤 엔진이니 당연히 연비가 좋을 것인데 문제는 AWD 방식이다보니 약간 애매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확실히 2륜 모델이면 연비가 훨씬 더 좋을 것 같긴하지만 의외로 AWD도 연비가 괜찮다보니 만족도가 커집니다.
일단 도심 주행에서 큰 도움이 되는 오토홀드와 아이들(idle) 스탑 기능이 들어가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 스탑을 두고 일부는 '엔진 망가진다'며 끄고 다니는 분들이 계시는데 완전 엔진 OFF 후 재시동을 거는 것과는 구조적으로 다르기도 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엔진 가동 시간을 오래 가지는 것이 내구성에 더 해롭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이 기능을 적극 활용할 것을 추천하는 편인데 이 기능 덕분에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 연비에 정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단화된 변속기에 동력 손실이 적은 변속기 특성상 조금만 얌전하게 크루징을 하면 소형차 부럽지 않은 연비를 뽑아낼 수가 있더군요. 따라서 저는 AWD 모델도 충분히 연비가 좋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주행거리가 상당히 많아 연비가 많이 중요한 분들은 역시나 2WD를 추천드리겠습니다.
6. 적재공간 및 전동 트렁크
다시 앞으로 돌아가 '왜 멀쩡한 차를 바꿔드려야만 했냐'를 떠올려보면 결국 '공간'도 아주 큰 요인이었습니다.
맥시멀리스트인 부모님께서는 여전히 투싼을 두고 '작은 차'라고 생각하시곤 하지만 저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차고 넘친다고 생각합니다.
SUV는 2열 시트를 폴딩하면 아래와 같이 상당한 공간이 나오고 더 커진 4세대 투싼과 비교해봐도 의외로 적재공간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해치백 타입의 차량을 타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은 부러워해보셨을 '전동식 파워트렁크'입니다. 특히 차량 안에 사람이 타고 있는데 육중한 백도어를 쾅쾅 닫게 되면 차량 안쪽으로 충격과 소음이 들어가게 되면서 좀 민망하기도 한데 파워트렁크가 있으면 편하고 조용하게 여닫을 수가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이 옵션에 대해 별 관심이 없으셨다가 막상 사용을 해보니 만족도가 상당히 좋다고 마음에 들어하시더군요.
7. 2열 리클라이닝 및 에어벤트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부정적인 기억'이 조금 더 강하게 작용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0번 좋았던 것보다 1번 아쉬웠던 것을 더 선명하게 기억했다가 다음 의사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부모님께서는 간혹 2열에 손님을 태울 일이 있으신데 (주로 집안 더 큰 어르신) sm3에서는 2열에 에어벤트가 없어 무더운 여름에 불편해 하셨던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셨나 봅니다. 2열 에어벤트가 없는 차를 타는 제 입장에서도 이런 경험은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죠.
그래서 이번에 차를 고를 때는 2열 에어벤트는 물론이고 2열 리클라이닝이 되는 차를 고른 면도 있습니다. 3세대 투싼은 2열시트의 등받이 각도가 조절이 되는데 그 자유도가 상당한 편입니다. 더 이상 1,2세대 투싼이 아닌겁니다.
아무튼 차를 바꿔드리니 곧장 고향에 가셔서 집안 어르신을 모시고 여행을 한 번 하고 오시더니 아주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더운 사람 하나 없이 넓고 편하게 잘 다녔다고 아주 흡족해하시더군요.
마지막으로 AWD 모델이지만 2열 센터터널의 높이가 높지 않다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2열 승차감이 다소 단단한 편인지라 승차감은 좀 아쉬우니 천천히 주행해야 승차감을 살릴 수 있습니다.
닫는 글
아무튼 차를 결정했고 이미 사왔고 이제 잘타고 다니십니다. 세단에서 suv로 바꾼 뒤 처음으로 캠핑을 준비하시고 계시다며 설렌다고 행복해하는 부모님을 보고 있자니 저 또한 기분이 좋더군요.
하지만 혹시나 저와 같이 차를 해드리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반드시! 기필코! 해야하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교육'입니다. 차량에 아무리 옵션이 많다한들 어떻게, 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드리지 않는다면 부모님 스스로 깨우쳐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도 주말에 시간을 내어 도로로 나서 이런 저런 기능들을 하루 종일 알려드린 다음에야 돌아올 수 있었는데 그래도 이제 장거리 운행하실 때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시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 스마트폰 기능 알려드리는 심정으로 여러번 반복해서 알려드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차량이 가진 기능의 10%도 사용하지 않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차를 가져온지 딱 한 달 되었는데 벌써 3,000km를 타셨더군요. 700일 넘는 보증인데 1년안에 4만km 충분히 찍으실 것 같습니다. (추신 : 아버지 제발 좀 살살다니세요.)